어제 저녁 남편이 친구들하고 1년마다 하는 신년회에 갔어요.
안나가려다가 오늘 술이 땡긴다고... 울적한지..
오랜만에 나갔지요.
제 남편이 하는 말을 다 믿지는 않지만.
남편은 대체로 마음에 잘 담아두지 않는 성격인지라.
자주 나가지도 않는 친구 모임에 한 번 나갔다 오면
며칠 동안 머리 속에 있는 말이나 느낌 등을 다 말하는 편이에요.
뭐 별거 별거 다 말해서
가끔은 이 남자가 나를 마누라로 알고 있는건지 싶을 정도로
술집 간 이야기며 여자들이 반누드로 나온다는 이야기며
친구들의 변한 성향 등등...
솔직한 편이라
그리고도 결벽증도 있고 돈을 엄청 아까와 해서 바람을 못피는 사람이라
대충 제가 믿는 편입니다.
워낙 모임도 없고요. 제가 갑갑해서 몸을 비비 꼴 정도로 정말이지 모임이 없습니다.
매일 집 직장 땡이고요.
그런데 한 번 술 마시면 많이 마시고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리고 요즘 건강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술 마시면 몸을 못가누어요.
새벽 1시 쯤 제가 보통은 확인 전화 한 번 쏴주거든요.
토요일에도 일 해야 하니까요.
오늘 1시쯤 전화 않해주면 성의 없다고 느낄까봐
전화를 했는데 안받아요.
그래서 진동으로 해놓아서 못 느꼈구나 하고는 한 두번 더 전화진동이 울리면 느끼니까.
계속했지요.
안받더라구요.
몇 번 하다가 제 볼일 보고 놀고...그러다가 또 했는데
계속 안받네요.
그 다음 부터 왕소심인 제가 또 걱정이 늘어져 가지구.
술 마시다가 한 구석에서 기절하듯이 자고 있는데
술 취한 친구들이 모르고 다 나가버리면 어떡하나...
술 취해서 비틀거리고 걷다가 깡패들이 두둘겨패고 옷까지 싹 벗겨가면 어떡하나...날도 추운데.
물론 살짜기 다른 상상도 들긴 했지만
그런 확률이 워낙 낮아서요.
몸 다칠까봐...걱정이 되더라구요.
더구나 사춘기 아들 둘을 나 혼자키울 생각까지 불현듯 드니.
흐미 겁나잖아요. 아빠 없으면 내 혼자 저 커단 놈들을 어찌 키울꼬.....
그래서 계속 했지요. 전화를..
안받더라구요.
새벽 2 시 반까지 전화를 하다가
넘 피곤하고 졸립고...그래서 에구 무사히만 들어와다우. 하고는 잤어요. 깜빡.
3시 다 되서 전화가 왔어요.
반가와서 전화를 받으니
남편 왈 "야~! 무슨 부재중 전화를 15번이나 하냐.......너 미쳤냐....뭔일이야......"
"아니, 전화를 안받길래 무슨 일 있나하구........"
"소리를 못들었어 얘기 하다보니까.......무슨 전화를 15번이나 하냐.."
목소리가 그래도 멀쩡 한 편인지라.
다행이다 싶었죠.
들어와서도 계속 어이가 없는지
챙피하다는 등. 무슨 걱정이냐는 등 계속 꿍얼거리다가..
"나 죽으면 돈벌어줄 사람 없어서 걱정이지"
물론 모든 대화가 둘이 낄낄 거리면서 한 얘기들입니다.
"돈도 돈이지마는......뭐 정신적...육체적...............어쩌구.........난 걱정되어서 그렇지...
누가 채갈까봐.....두둘겨 맞거나..그러믄 어떡해.."
"난 절대 그럴일 없다 내가 누구냐....그래도 그렇지 15번이나 전화를 하냐."
"일단 들어왔으니 안심이야 얼른 자요"
"앞으론 5번만해.....아니 10번까지도 좋아...에이...........복수해 줄테다....너 이마트 갔을때 20번 전화해 줄거다....."
이 장면에서 저 굴렀잖아요. ㅋㅋㅋ
남편이 무뚝뚝하긴 하고 솔직히 재미 없지만서두.
가끔 말로 장난 칠때 재밌거든요.
가끔 남편이 늦잠을 자고 잘 못일어날때
제가 이 방법 저 방법 나름 다쓰는데.
하루는 "내가 왜 일어나야 하는데......"
하길래 "가서 사냥해 와야지~~~~~곰같은 마누라랑 여우같은 자식들이랑. 먹여 살려야지~~~"
하니까
눈만 꿈뻑꿈뻑하다가.
"차라리 곰 사냥을 할란다......"
나만 재밌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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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기도 하고.......
그냥 조회수 : 734
작성일 : 2008-01-26 04:25:41
IP : 211.244.xxx.11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1.26 4:29 AM (123.111.xxx.48)참 재밌게 사신다...
이야심한 시간에 한참 웃었어요~~ ^^2. 저도 재미있어요
'08.1.26 4:48 AM (219.251.xxx.106)ㅋㅋㅋ 남편분 은근히 웃기시는데요.
"차라리 곰사냥을 할란다" ㅎㅎㅎ
원글님도 자분자분 재미있게 글 쓰셨구요.
집에 있는 아내의 마음 그대로를 어쩜 그렇게 실감나게 쓰셨는지 미소를 띄우며 읽다가
마지막에서 크게 웃었어요.
두 분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시네요.3. 재밌어요..
'08.1.26 8:07 AM (221.145.xxx.92)재밌어요..
ㅋㅋ... 늘 이렇게 재밌게 행복하게 사세요~~
이마트 20번 전화에 ㅋㅋㅋㅋ4. ㅎㅎㅎ
'08.1.27 9:17 AM (222.98.xxx.175)알콩달콩 사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ㅎㅎㅎ 부럽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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