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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왔어요.

가벼움 조회수 : 547
작성일 : 2007-10-21 22:36:44

지난 목요일 밤, 금요일 오후까지 신랑하고 대판 싸우고는 씩씩대고 있었는데,
토요일에 또 말싸움이 번지다가 신랑이 갑자기 우리 여행이나 가자 하는 소리에,
그래 아무데나 가자 하고 훌쩍 집을 나섰어요.


결혼하고 10개월 차,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울기도 많이 울고,
매달 빠듯한 수입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맞춰 그저 빚 없이 지나가면 다행이다 싶게 살았는데,
다른 때 같으면 여행은 무슨 여행, 그 돈이 어딨어 했을텐데, 신랑도 저도 지쳤는지 그래 가자 싶었답니다.


저희는 광주에 살아요. 여행가자 생각한건 토요일 오후 4시쯤,
이런 저런 일 마무리 하고 나니 5시 반이 다 되어가고, 문득 떠오른건 부산이었지만,
부산에 도착하면 밤이 다 될 시간이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생각한 곳이 고흥이었어요.


워낙 둘 다 길치인데 이번엔 웬일로 한번도 길 놓치지 않고 잘 찾아서
8시 쯤 고흥 녹동항에 도착했지요. 길 찾아 가는 길에 서로 서로 그 동안 하고팠던
더 진솔한 얘기들도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잘 지내보자 다짐도 하면서
밤길을 달려 달려 도착한거에요. 우선 숙소를 잡는데, 연애를 꽤 오래했지만 모텔이란 곳에
처음 가서 방을 잡으려니 엄연한 부부사이인데도 주인 아줌마 눈길 마주치기가 쑵스럽더라구요. ^^
지방이라 값이 저렴한건지 다른데도 다 그런건지 1박에 3만원 하는 모텔방을 잡고,
무작정 밖으로 나와 밤바다가 보이는 횟집에 들어가 모듬회를 시켜먹고
밤바다 파도 소리에, 선착장 특유의 짭쪼롬한 냄새를 안주삼아 소주 한잔 두잔, 그렇게 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녹동항에서 가장 가까운 소록도에 들어갔다 왔어요.
소록도, 다들 이름도 들어보셨고, 알고들 계시지요. 어렴풋이 나병환자들의 집성지라고 들어온..
나병을 한센병으로 바꿔부르고 소록도도 그 이미지를 벗기위해 많은 노력을 해서
한나절 가볍게 산책겸, 바람 쐴겸 다녀오기에 딱 좋게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물론 한센병 환자들이 일제 시대부터 어떻게 슬프게 그 곳에서 살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그다지 밝고 경쾌한 분위기 만은 아니었지만 날씨도 꽤 청명하고 공기도 아주 상쾌해서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그렇게 한바퀴 소록도를 돌고, 고흥에서 출발해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무작정 들린 벌교에서
정말 운 좋게도 너무 맛 좋은 꼬막정식집을 찾아 배부른 점심시간을 가지고 송광사에 잠깐 들러
다른 가을철 행락객들처럼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고 그렇게 집에 오니 다시 오후 5시 반쯤.


딱 24시간동안의 외출이었고, 이번달 계획된 지출을 이미 초과해 버렸지만,
빠듯하게 아둥바둥 사는게 무슨 의미인가, 이렇게 기분전환도 하고 즐겁게 지내려고
돈벌고 사는거 아닌가 뭐 그런 배부른 생각도 좀 해 보구요 ^^


내일 아침 일찍 또 일터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피곤이 더 밀려오지만,
가끔은 이런 자잘한 사치를 부려도.. 괜찮은거겠지요..?


다음엔 또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여행지를 생각하다 보니 벌써 마음이 들떠오네요.
혹시 82 회원님들 중에서도 여행은 무슨 여행~ 하는 그런 마음으로 좋은 시간을
놓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것 같아서 용기내어 한번 떠나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어
이런 저런 긴 얘기를 적고 간답니다.


새로운 한주 또 즐겁게 보내자구요~
IP : 220.71.xxx.3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0.21 10:50 PM (211.235.xxx.71)

    잘하셨어요~그 시간을 집에서 신경전 하셨다면 그 다음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재충전 하고 살아야죠~ 행복하게 지금처럼 사세요.

  • 2. 좋네요
    '07.10.21 11:24 PM (121.139.xxx.12)

    남편분이 현명하셨네요~
    부부싸움하면 입 꾹 다물고 말 안하는 남편도 많은데요.
    님도 잘 응하셨구요.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잘 해결해 나갈 부부같아요.
    덕분에 좋은 여행하셨으니 남편분 살짝살짝~ 봐주세요.

  • 3. 멋져요
    '07.10.21 11:28 PM (58.120.xxx.156)

    말사움이라는게별 내용도없이 서로감정만 엄청 긁는 경우가많은데
    그런 감정 상함의 와중에
    우리 여행가자 라고 말할수 있는 남편분 멋지시네요
    앞으로도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실 분들 같아요^^

  • 4. ...
    '07.10.22 8:58 AM (125.241.xxx.3)

    얘들 없을 때 많이 다녀오세요~
    얘들이 생기면 아무래도 제약이 많지요~
    그리고 돈을 버는 목적이 뭐겠어요~
    하루 하루가 즐거워야 인생이 즐거운거지요~
    매일 매일 즐겁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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