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여성, 현실과 이론사이에서 널뛰는 나.

짝퉁페미니스타 조회수 : 847
작성일 : 2007-09-18 12:04:07
어제 제사때 어머님이 밤을 한바구니 가져오시면서 저더라 까라고 하더라구요.
TV 보면 밤치는 일은 남자들이 많이 하기도 하고.. 어머니께 말했죠.

나, 어머니, 이런 일은 남자들 시켜요.
어머니, 우리집에 이런 일할 남자가 어디있노?
나, 어머니, 않시켜버릇하니 않하는거예요. 시키면 다해요.
(형님, 옆에서 한마디... 아이고, 즈이 신랑은 디게 잘하는가보지. 신랑 불러서 해라케라)
어머니, 여기 경상도는 그렇다. 이런거 남자들 않한다.
나, 경상도에도 잘하는 남자들 많아요. 어머니.

이때 울 형님 끼어들며,
돈 벌어 오잖아.. 시키고 말고 할게 어디있노. 그냥 내가 다 하면되지.

형님, 예전 내가 직장다니며 신랑보다 더 많이 벌때
평일제사에 7시에 퇴근해서 왔는데 늦게왔다고 엄청 눈치줬는데 기억않나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더이상 논쟁거리만 될꺼고 절대 물러설 시어머님이 아니라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제가 밤 깠어요.

아니, 고작 밤까면서?
사실 타지에서 왔고 어리다 여겨지는 며느리라 집안관례도 설고 해서 큰일을 하거나 하지도 않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또 열외되는 부분도 많고요.
형님들 입장(40대 후반, 결혼 20년차)에선 그들 표현대로 하는것도 별로 없고 포스러운 입장인거죠.
하지만 이건 진짜 그들 입장이고 제 입장에선 이런저런 억울한게 많아요.

이런저런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이론적 근거도 찾아보고 준비를 해도 막상 현실에선 벙어리가 되죠.
적응잘하는 적당히 애교있는 살살 웃으며 어른들 비위도 맞추는 그런 며느리로 포장을 하고서요.

새벽 2시까지 뒷마무리를 하고 집에 오는길에 신랑에게 물었죠.

당신은 내가 이런 노동력제공자의 역할을 그만두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할꺼야?
무슨 말이냐길래, 예를 들면, 여름휴가 한가운데 콕 박혀있는 제사의 경우 더이상 가고 싶지 않아.
그 시간만큼이라도 난 내 시간으로 쓰고 싶어. 더이상 내 의지가 아닌 노동에 동원되고 싶지않아.
내가 이런태도를 보여 시집과 대치하게 될 경우 당신은 어떤 입장을 보일꺼야?

울 신랑,
처음엔 조용조용 진지하게 나는 언제나 공정한 사람이다. 나는 바른 입장 사람 편이다 라고 말했으나,
내가 그건 기준이 어디냐의 차이다. 당신입장에서 시비를 가리면 안된다.
왜냐면 기준이란건 바뀔수 있고, 또 그게 여성의 입장이라면 완전히 반대가 될수 있다.
요리 이야기 하니...

바로 버럭버럭. 요점을 추려보면,

내가 있고, 조상이 있는데..어찌 너는 니 입에 단것만 취하려 하느냐.
길 가는 사람들 아무나 잡고 물어봐라, 네 입장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
그런 경우, 나한테 욕은 바가지로 먹을 것이고 인생은 종치는 것이다.
니가 그렇게 평등평등 외칠려면 남자여자 다 똑같이 해야한다.
처가집에서 뭔가 나한테 요구해 봐라. 나는 다 한다.
그런것도 이해못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사냐, 당장 이혼이다.

-_-;;;;;

더 싸워봤지, 그저 싸움뿐인 싸움일뿐이라는 판단에 또 새벽 3시가되어가는 시간이라
그만두고 집에 와서 씻고 잤습니다.


결국 현실과 이론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뇌를 하다 또 다시 현실에 고개 숙이네요.

IP : 58.227.xxx.23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상도
    '07.9.18 12:31 PM (222.97.xxx.98)

    울 친정에선 오빠들이 밤 치는걸요.
    밤만 치나요, 집 안팎으로 청소 다하고 제기도 꺼내서 다 닦고,
    제사후에 엄마랑 며느리들 피곤해하면 아버지랑 같이 오빠들이 제사 뒷정리도 하던데요.
    울 올케들 그렇게 며느리 대접을 받아서 그런지 제가 친정에 가면 손도 꼼짝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제사상에 올리는 밤은 원래 남자가 치는거라고 알고 있어요.
    어릴때 외가 제사때 가보면 꼭 밤은 큰외삼촌께서 치시더라구요.

    하나씩 하나씩 요구하세요.
    패미니스트가 뭐 별건가요.
    그러고보니 저희친정은 우리엄마가 패미니스트 기질이 다분하신 분이네요.^^

  • 2.
    '07.9.18 12:55 PM (211.217.xxx.235)

    저희 시댁도 경상도인데 다 알아서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하나도 안하고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시누들이 몽땅..-_-
    아주 예전에 딱 한 번 시어머니 '밤좀 까자' 말씀하셨다가
    며느리 묵묵부답, 아무말 없이 자기 방에서 서류 정리하고 있었더랬지요..
    그래도 다시 부르시길래 '남편 안바쁘면 밤 좀 까드리셔요' 소리쳤더니
    알아 들으시던걸요. 다신 안시키세요. 아들한테도 시키는 건 싫어하시니..
    같이 해야 되는데 한 사람한테만 시키면 안듣는 다는걸 몸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남편한테는 말로 안통하면 말 안하면 됩니다
    말로 안하고 몸으로도 안합니다.-_- 큰소리가 나던 말던 눈 내리깔고 쌩으로
    안하고 찬바람나게 쌩쌩하게, 아무것도 안합니다. 몇 번 빙하기 거치면 저절로
    정착되고 밤 깔 사람 알아서 까고, 안할 사람 알아서 안합니다-:

  • 3. .
    '07.9.18 1:33 PM (220.90.xxx.188)

    친정은 설에 가래떡 써는것 남자들이 합니다.(힘줘서 썰어야한다고)
    시집와서 처음 맞은 명절이 설이었는데 시어머니가 가래떡 썰라고 해서
    해본적 없다고 남편보고 울상지으니 남편이 합니다.(남편도 해본적 없긴 마찬가지)
    그러니 시어머니가 발을 동동구르며 매우 안타까워 하더이다.

    친정에선 밤까는 것도 남자들이 깝니다.(이것도 역시 힘들다구요)
    시집와선 남자들 하는일이란게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재미도 없는 tv시청입니다.
    그래서 조용히 주먹쥐고 남편 불러 밤까게 했습니다.
    시어머니 또 발을 동동 구릅니다. 손다치면 어쩌냐고.
    그저 조용히 무시했습니다.

    친정에선 전 부치는 일도 남자들이 합니다
    (전은 원래 부탄가스? 그 가스렌지 놓고 거실에서 하기때문에
    여자들은 다른일 하랍니다)
    시집오니 전부터 산적까지 수백만가지가 고스란히 내일입니다.
    시동생한테 눈치좀 줬습니다.
    아직은 나 무서운거 모르는지 눈만 슬며시 피하며 꿈쩍도 안합니다;;;;

    명절때 시댁에서 친정가면 저녁먹은거 남편 설거지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친정엄마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칩니다.
    그래서 제가 난 저 설거지의 10배 하고 왔다고 조용히 말하면 우리엄마
    얼굴에 안타까운 빛이 역력합니다.

    설거지 다했으면 과일까서 달라고 비스듬히 누워 말했더니 남편 눈에서
    불이 나올라 합디다. 친정부모님한테는 어색한 미소를 보내며.(어쩌라구?)

    이렇게 한번했더니 우리남편 아주 똑똑한 사람답게 나의 뜻을 잘 알아듣고
    개념없는 행동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시집에서 남편하나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니 명절이 그리 두렵진 않습니다.

  • 4. 저도
    '07.9.18 1:49 PM (58.76.xxx.92)

    점 하나님과 비슷해요. 괜히 어머니랑 말섞지 마시고
    밤이랑 칼이랑 남편분 갖다 주던지 아니면 남편분 불러다 해달라고 좀 더 빠르더라구요.
    쓸데없이 말다툼(?) 안해도 되고. .
    그런 일 시키실 분이면 며느니라 말하기 전에 아들 애초에 시키셨지요..

  • 5. 저희집도
    '07.9.18 2:04 PM (121.147.xxx.142)

    결혼후 첫 명절 차례지내고 아침먹고 나자
    저희 남편이 팔 걷어 부치고 설겆이하더군요
    형이 하니 할 수 없이 시동생 거들더군요^^
    그 후론 명절때 남자들이 설겆이 합니다
    여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여자들에 시누이는 들어가지않죠)
    왜 니가 설겆이를 하냐고 난리였지만 끝까지 해내던 남편 덕에
    명절날 시댁가는 일 별로 거부감 없는 날이 되었네요^^

    평소에도 주말에는 한 번이라도 설겆이해주고
    차라도 타주고 뭔가 도우려는 남편 고맙지요
    그렇다고 이 남자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그저 가끔 집안 일 돕고 청소도 하고 설겆이 정도 해주는 것뿐
    오십대후반 남자가 대부분 그렇듯
    상당히 전형적인 보수적 성향의 남자일뿐^^

  • 6. 00
    '07.9.18 3:25 PM (125.143.xxx.243)

    남편 시키면 시어머님 인상? 참 볼만 합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눈치 보여도 모른채 합니다
    남편이 좀 알아서 해 줍니다

    자기 아들은 아깝고 며느리는 종인가?

  • 7. ...
    '07.9.18 8:19 PM (220.89.xxx.190)

    저희집은 밤치는 것만은 남자들이 하는데요??ㅋㅋ
    그건 그나마 남자일인줄 알았어요..(경상도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4193 내시경디스크수술 많이 아플까요 1 as 2007/09/18 163
144192 습관적인 나쁜말버릇고치고 싶어요T0T 11 새사람이되자.. 2007/09/18 1,328
144191 압구정동에서 7살 아이 수영 어디서 하나요? 1 수영 배우고.. 2007/09/18 257
144190 저 좀 위로해 주세요... ㅜㅜ 8 --;; 2007/09/18 1,109
144189 여성, 현실과 이론사이에서 널뛰는 나. 7 짝퉁페미니스.. 2007/09/18 847
144188 검색하다가 아예 다시 질문드려요(영어) 2 비 오는 날.. 2007/09/18 197
144187 (급) 홈쇼핑 주문 김치가 반품되나요? 2 아으 2007/09/18 508
144186 <급질> 옷에 묻은 오염 어떻게 지워야 하나요? 2 매록이 2007/09/18 188
144185 미드 추천해주세요. 14 미드 2007/09/18 938
144184 피아노 선생님 추석선물 추천이요~ 8 궁금 2007/09/18 653
144183 임신 후 변비로 고생하셨던 분들 계세용? (비위약하신분패스) 12 화장실이 무.. 2007/09/18 479
144182 신한은행에 속았습니다. 3 꼬꼬맹이 2007/09/18 1,876
144181 제가 잘못한건가여? 8 답답 2007/09/18 1,172
144180 김장비닐 4 .. 2007/09/18 546
144179 조*일보에 경빈마마님이... 19 오늘 2007/09/18 5,986
144178 유치원선생님, 추석선물 뭐 하세요? 5 선물골라주세.. 2007/09/18 687
144177 리틀피에스타vs마포 더부페 돌잔치 어디서 할까요?? 2 돌잔치 장소.. 2007/09/18 241
144176 lg김치냉장고 고객센타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4 as 2007/09/18 230
144175 상하이 비즈니스 통역 가이드 미스 유 2007/09/18 125
144174 이번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볼만한 체험 놀이 프로그램... 2 놀이 2007/09/18 294
144173 이세창씨 부인 김지연의 얼굴이.. 20 모두모두성형.. 2007/09/18 8,516
144172 오늘같은날...외출하실때 뭐 입으셔요? 2 비 싫어요~.. 2007/09/18 747
144171 강남아파트값이 계속 내릴까요? 4 무주택 2007/09/18 1,368
144170 불투명 색깔비닐 파는 곳 혹시 아시나요? 1 궁금 2007/09/18 164
144169 집 쓰레기통 무얼 쓰시나요? 날파리때문에... 5 곰곰이 2007/09/18 692
144168 추석에 유치원선생님께 선물해야될까요? 2 고민 2007/09/18 467
144167 시누이 선물만 안사오는 올케는... 36 si 2007/09/18 2,205
144166 17개월 아가데리고 미국여행하기.좋은곳 추천바래요. 5 문의 2007/09/18 216
144165 일본에 네스프레소 파나요? 5 카푸치노걸 2007/09/18 411
144164 장독대 "강순남"씨에게 숙변치료(?)-자연요법인지하는것 치료해보신분계실까요? 4 똥배탈출 2007/09/18 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