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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mrc 조회수 : 1,028
작성일 : 2007-07-12 10:49:47
요즘 휴가철을 맞아 시댁어른들이랑 휴가가는것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의 글들이 제법 올라오네요.
저의 첫 휴가, 결혼하고서 맞는 첫 여름 휴가에 시댁식구들 모두 함께 가게 되었었지요.

지금은 전업주부이지만 그때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남편은 재택근무인지라 휴가날짜 맞추는게 아무 문제 없었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시어머니랑 함께 삽니다.

저희가 소유하고 있던 콘도를 예약하고 가기로 했는데
큰 시누이랑 작은 시누이랑 다 같이 가겠다고 하는거에요.  시누이들의 남편들은 회사날짜가 안맞아 안가고 큰 시누이와 조카2명, 작은 시누이와 조카3명 ....인원이 많은데 23평짜리 콘도로는 너무 좁지않냐고 해봤지만 남편이나 시어머니나, 그게 뭐 좁냐?  식구끼리.
뭐 이런 반응이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하긴 뭐 여행가서 거의 밖에서 사먹기도 하고 놀러다닐건데 좀 좁으면 어때?  하고 순진하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출발준비부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뭐, 음식만드는 도구야 콘도에 있으니 따로 준비할게 없지만
정말 며칠전부터 밑반찬에 고기에 김치에 어마어마하게 준비하시는거에요.

콘도에 도착후...늦은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사실 이것도 오면서 휴게소에서 사먹으면 좋겠는데
아침을 늦게 먹었으니 가서 해먹자고 해서) 짐도 못풀고 쌀부터 씻었습니다.
누가요?  물론 접니다.  다른 사람들은 차 오래 타고 와서 피곤하다며 뒹굴뒹굴~ 저 도와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요.  인원이 많아 그 좁은 식탁에 한자리에 모여 먹는건 불가능,

사람들 밥먹는 사이에 전 앉지도 못하고 계속 설겆이합니다.  그래야 다음사람이 먹을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다들 먹고나서 숟가락, 젓가락 탁 놓고 일어나기만 하는지...
지 먹은 밥그릇 싱크대로 가지고 오는 사람 한명도 없습니다.  다 먹고 일어난 폭탄맞은 식탁에서 처량맞게 밥먹다가 입맛이 없어서 그만 먹고 치우는데 다들 콘도한바퀴 돌고오자며 나가거나 누워잡니다.

젠장~  짐풀고, 옷갈아입고 대충 정리하니 바닷가 시장으로 나가자고 해서 나갔습니다.
거기서 문어니 조개니 생선이니 기타등등 이것저것 사가지고 와서 문어데쳐먹고 조개는 소금구이 해먹잡니다.  혼자 징그러운 문어 씻어서 데치고 생선은 매운탕끓이려고 대충 손질해놓고 이것저것 분주한데
날 도와주는 인간은 한명도 없습니다.  조카가 와서는(대학교1학년입니다)  바빠 죽겠는데 커피없냐고 물어봅니다.  맥심 커피믹스 꺼내주니까 카페아도르 없냐고 궁시렁 댑니다.

부엌이 좁아 아주 난장판입니다.  겨우겨우 차려놓으니(살림 몹시 서툴때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들 와서 먹으며 하는 소리가 문어 데칠때는 무 한조각을 넣고 데쳐야 안질긴데 어쩌고 합니다.
지가 데쳐먹지...가슴에서 뭐가 콱콱 올라오는걸 참고 있는데 참~ 잘들 먹습니다.
특히 저희 남편이요.  저 먹어보라는 소리 한마디 없이 잘 먹습니다.  나쁜놈~

그리고는 놀러나가잡니다.  맘 같아서는 안간다고 하고 싶었지만 참고 얼른 설겆이 하고 따라 나섰습니다.  마음이 그러니 뭐 별로 재미있을리 없습니다.

저녁은 좀 사먹었으면 좋겠는데 작은 시누이가 그러네요.  아까 사온 매운탕거리 있으니까 밥만 하면 된다고...누가요?  물론 접니다..10명 밥차리는거 정말 쉬운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밑반찬 다 해왔다고 해도 그 설거지거리며...더구나 전 결혼한지 얼마 되지않아서 매운탕 끓이는거 정말 자신없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다들 시큰둥합니다.  뭐 생선이 물이 좋았는데 아깝다는 말도 들리고...
이젠 가슴에서 올라오는 것도 없고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기 열심히 밥 떠먹고 있는 저 인간을 앞으로 계속 믿고 살아가야 하나를요.  다들 먹고 일어난 쑥대밭을 치우기 시작하면서 차분하게 생각했어요.  어떻게 할까...혼자 서울로 올라갈까. 아님 꾹 참고 있다가 나중에 저 인간을 잡을것인가.
그래 하루만 더 지내고 결정하자...밤에 잠이 안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아침에 일부러 느즈막히 일어났습니다.  시어머니는 얼른 밥 안하고 뭐 하냐고 하시고.
시누이 둘은 아직 한밤중이네요...천천히 밥 앉히고 미역국 끓이고...밥 차리는 소리에 다들 부시시 일어나서 밥 먹으러 다가옵니다.  큰 시누이가 밥 먹으며 말 합니다.  이따가 나가서 반건조오징어 사와서 ㅋ  튀김해먹자고..지하 슈퍼 가면 튀김가루랑 식용유 있다고...그게 얼마나 맛있는데 어쩌고...

다들 먹고 숟가락 젓가락은 잘 놓고 일어나네요.  자기 자식들 먹은 밥그릇한개 싱크대에 담가주는 인간 없고 식탁한번 행주질해 주는 인간도 없고요.  다들 나가자고 하는데 전 몸이 좀 안좋다고 다녀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짐 챙겨 나왔고요.  택시타고 버스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고민끝에 친정으로 갔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아빠는 노발대발 난리난리 치시고, 다행히 어머니가 제 편을 들어주셔서 아버지까지 설득시켜 주셨어요.  남편한테 계속 핸드폰이 울렸는데 안받으니까 결국 다 저녁때가 되어 친정으로 전화가 왔네요.  어머니가 딱 한마디  하셨어요.  "...자네, 내 딸, 식모로 부려먹으려고 데려갔나?"
남편이 어쩌고 저쩌고 장황하게 변명하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새어나오고...뭐 다들 황당해 했겠지요.

그날 밤늦게 큰시누이와 작은시누이가 차례로 전화해서 정말 미안하다고,,,자기네는 그런뜻이 아니었고
뭐 어쩌고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당연히 도와주려고 했고...하여간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저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풀었습니다.  시어머니도 당황하시는것 같았고요.
그런데 제 남편은 정말이지 용서가 안되더군요,  하여간 휴가 잘 보내고 와라.  나중에 와서 얘기하자고 끊었고 그 다음날 일찍 올라와서는 저희 친정어머니한테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 어찌어찌 화해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정말 몇달간 힘들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얼마나 냉냉하게 대하시는지...
그렇지만 조금 어렵게도 생각하시는것 같더라구요.  지금은 다행히 다 풀어지셨고 그 후로는 시누이들이랑 여행간적 한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시아버지 제사나 다른 명절때 저희 집에 오면 앞치마 부터 두르고 돕는척이라도 하네요...저도 모르는척 하고 음식도 싸주고 잘 해주고요.
IP : 222.239.xxx.12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짝짝
    '07.7.12 11:01 AM (210.205.xxx.195)

    박수쳐드리고 싶네요.. 그 시누이들.. 시어머니 정말 얄미워요.. 진짜 거기서 그릇들 다 안던져버린게 다행이네요..

  • 2. 백점
    '07.7.12 11:17 AM (220.81.xxx.30)

    현명하게 잘 처리하신 거 같아요.
    제가 다 속이 후련합니다. 저도 박수....

  • 3. ...
    '07.7.12 11:35 AM (125.177.xxx.14)

    그럴거면 왜 같이 가자고 하는지..

    우린 올케랑 같이 가지도 않지만 혹시 모여도 시켜 먹거나 나가서 사먹자고 해요

    나 하기 싫은거 다른사람도 싫거든요

    근데 혼자 떠나시기전에 남편이나 시누한테 같이 밥하자고 말이라도 하시죠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는거 보니 아주 나쁜사람들은 아닌데요


    내맘이 니맘같지 않거든요 말해야 알아요

  • 4. .
    '07.7.12 11:39 AM (58.235.xxx.70)

    그래도 미안한줄 알고 변햇다 하니 다행이네요.
    되려 큰소리 치는 4가지 없는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 5. 와우~
    '07.7.12 11:45 AM (121.136.xxx.36)

    정말 읽는 제가 속이 시원하네요~
    그때 안 잡았음 아마 평생을 그리 지내셔야 했을겁니다. 아주 당연히 생각하면서요..
    이럴때 친정의 도움이 막강하네요..

    친정없는 저는 어쩐대요~ ㅎㅎ

  • 6. -_-;;
    '07.7.12 2:30 PM (211.61.xxx.210)

    대차게 잘 하신것 같은데요, 아쉬운게 있다면 왜 그걸 본인 입으로 당당히 못하시고
    엄마가 자네 내딸 어쩌구 하게 만드시냐는 거죠. 그건 별로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인것 같아요.

  • 7. 헉...
    '07.7.12 9:44 PM (219.251.xxx.146)

    저의 시댁 어른들은 정말로 저를 사람?으로 대해주신 거네요.

    저 스스로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그것도 시댁 이모님댁 가실때요. 그랬더니 시 큰이모댁도 같이가신다고 하고, 거기다가 안 가신다던 시어머님도 가신다고 하고 사촌시누들도 같이 간다고 뭉치고....거의 원글님네 같으 수준으로 갔는데요.....
    거기서 저는 뒷설거지 담당 이었어요. 그것도 사촌 시누가 옆에서 같이 도와줘서 저는 하는일 없었구요.요리는 달인이신 큰이모님과 큰시누가 담당하고, 제가 가지고 간 것은 과자와 과일만 싸들고 가고요.
    나는 앉아서 애만 먹이고 거들어주면 다 된거였어요.
    이년을 이런 수준으로 같이 몰려? 다니다가,,,,엽기적인 제 아랫동서가 간다고 하니까 슬그머니 저는 핑계대고 빠졌습니다. 그아이는...상상을 초월하는 이상한 옆사람 울화통 터트리기 달인 이거든요.
    동서랑 같이가면...제가 그애 뒷시중을 들어야하는 이상한 상황에 빠질것이 틀림없기에 말입니다.

  • 8. 님은 나아요..
    '07.7.13 3:04 AM (211.108.xxx.219)

    아들 둘 있는 집 장남 한테 시집 가서 딸둘 낳은 연년생 동생은요..
    작년에 동서를 봤는데..올설에 입덧한다고 음식하러 와서 방에 누워 있고..
    봄에 식구들 다 제주도 가서 몸 무겁다고 동생이 시엄니 한테 설겆이
    시동생 한테 시켰다고 한소리 듣고 애들 재운다 했다고 시엄니랑 얼마전 까지
    냉전 이었다 이번 부산 내려와서 겨우 풀렸네요..
    동서가 임신한게 아들인데 아직 나오지도 않은 손자에..아무리 내리 사랑이라 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살이 5키로는 빠진 동생 보니 정말 무서운게 시자더라구요..
    전 삼남 막내에 시부모 안계시고 어찌 하다 보니 제사를 우리가 모시게 되어
    조금은 큰소리 치며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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