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냥 답답해요.

눈물나요 조회수 : 723
작성일 : 2007-06-04 00:53:45
저는 삼십대 초반의 미혼입니다.
그냥 답답해서요. 친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어서요.
오래된 친구도 제 집안사정은 잘 모르거든요.
저희 집이 좀 복잡해요. 아버지 표현으로는 '우리는 어차피 뿔뿔이니까'이네요.
아버지는 객지에서 일하고 계시고 가끔 오세요.
어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계신데 요즘 몸이 안좋으셔서 저희랑 같이 계실 때도 있고
시골에 계실 때도 있고 그래요. 두분이 사이가 너무 안좋으세요.
집에 같이 계실 때도 서로 얼굴도 안보시고, 특히 어머니는 히스테리가 심하세요.
오빠는 나이는 많은데 아직 미혼이구요, 직장 때문에 객지에 있어서 자주 못봐요.
남동생은 같이 살지만 직장 다니고, 나름 바빠서 오래 얘기할 시간은 없구요.
저는 살림이랑 직장일을 병행하는게 지치기도 하고 어머니 잘 못챙겨 드리는게
미안해서 몇달 전에 일은 그만두고 집안일이랑 어머니 챙겨드리고 병원 따라 다니고
독학으로 외국어 공부도 좀 하고 있는데 집중은 잘 안되구요.

제가 힘든건요, 부모님이 예전부터 사이가 너무 안좋으세요.
어머니 표현으로는 좋았던 적이 한번도 없다라고 하실 정도로요.
어릴 때 기억으로 어머니는 신경질적으로 변할 때가 많아서 사람을 달달 볶아
아버지와도 자주 싸우셨고, 저 또한 고집이 세다며 많이 맞고 자랐어요.
제가 스무살 넘어서도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 손에 잡히는대로 때리셨으니까요.
저는 나름대로 어머니 반응이 이해되지 않아서 따지는게 되었구요
그런 제가 어머니 눈에는 부모 이기려 드는 자식으로 보였다고 하더군요.
고집 세고, 납득할 때까지 따지고 드는 성격에 울기도 잘해서 자라면서
어머니랑 형제들과도 마찰이 많았어요.
제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데, 내 입장과 생각을 말하는 건데 내가 말하면 모두들
머리가 아프다며 들으려 하지 않아서 나름 가족 내에서도 외톨이가 된듯했구요
심하게 맞아서 온몸에 피멍 들고 퉁퉁 부으면 차라리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미쳐서 정신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폭언도 심하셔서 온갖 욕은 다 쏟아 부으셨어요. 그런 말 들으면 내가 정말 미친X인가
내가 정말 썩을X인가, 찢어 죽일X인가, 꼴도 보기 싫은 딸인가, 집을 나가야 되는가
온갖 생각들이 자신을 괴롭혔구요, 우울하기도 하고 악에 받치기도 하고 그랬어요.
잘 해주실 때는 너무 좋은 분인데, 화가 나면 같이 있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였어요.

어릴 때는 신경질적인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했던 거 같구요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면서 집안일을 하며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내가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실망과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이 생겨서 예전 일도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것이라 이해하려 했어요.
아버지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고, 좋은 아버지도 아니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버지니까
잘해 드리고 싶은데,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아버지에게 잘하면 우리를 배신자 취급하세요.
두분은 같이 사시지는 않아요. 10년 이상을 남같이 사셨어요.
나이도 드셨고 건강도 안좋으신데 이젠 좀 맘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는데
어머닌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세요. 자꾸 예전 일을 떠올리며 아버지 욕을 하세요.
특히 요즘은 감정조절이 잘 안되세요. 사소한 것에도 화를 버럭 내시니까 아픈 분이라
뭐라 말도 못하겠고, 좋게 말하는 것보다 신경질적인 반응이 많아서 겉으론 웃지만
자식이라도 그게 상처가 되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좋은 말, 칭찬하는 말은 좋아하시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다른 사람 편을 들면, 특히 아버지 얘기가 나오면
히스테리가 너무 심해서요. 욕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 희열을 느끼시는듯 해요.
물론 식구 이외의 사람에게는 그런 심한 모습 안보이세요.
주변 사람들에겐 좀 별나지만 심성 고운 사람이라는 이미지에요.

비위 맞춰드리면 잘 웃으시고, 건강을 위해서도 저희도 그럴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요며칠 저를 너무 힘들게 하세요.
제가 한 것도 아닌데, 아버지나 오빠가 잘못한 일들을 저에게 따지세요.
그래서 궁금하면 직접 얘기하는게 어떠냐고 전화연결을 하니까 그냥 끊어버리세요.
참고 잊으려고 해도 그게 자꾸 불쑥 치밀어 오른다고 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지만 그 화살이 저에게 돌아오니까 너무 힘들어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몰아세우니까 내가 잘못해서 야단 맞는 거 같고
나름대로는 한다고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자꾸 눈물만 나고, 잊으려고 했던
옛날 일들이 자꾸 떠올라서 어머니가 쌀쌀하게 한마디만 하셔도 눈물이 고여요.

오늘 우울증 걸린 어머니가 11살 아들을 찔러 죽이고, 9살 딸에게도 중상을 입히고
자신도 자살하려 했다가 구조되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갑자기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르는 거에요.
부모님이 자식들 앞에서도 부엌칼 들이대고 서로 살벌하게 싸우셨던 거랑
어린 저한테도 자꾸 울고 안그치고 소리 지른다고 우리 어머니 칼 들이대셨어요.
생각하니까 자꾸 눈물나요.
친척들 얘기로는 저 가졌을 때도 우울증이 심하셨다는데 집안 분위기가 그런지
가족들이 모두 밝은 성격은 아니에요. 힘들게 살았고 원망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래도 자식들은 티안내고 잘 참고 남들한테 착하고 바르다는 소리 들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더 말할 수 없는게 아닌가 싶어요.
얘기하면 스스로가 감당 못할 것 같아요.
난 우리 식구들이 다 불쌍해요.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고, 해결되지 않는 과거에 얽매여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런지...
이젠 좀 밝게 살았으면 좋겠는데요,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만족하며 살고 싶은데요
그게 우리 어머니에겐 힘든 일인 것 같아서 마음 아파요.
이대로는 나 스스로도 무너질 것 같아 많이 불안합니다.

결혼도 하기 싫어요. 엄마가 되는 게 무서워요. 아이를 잘 키울 자신도 없고
좋은 아내가 될 자신도 없습니다.
우리 가족도 버거운데 시댁과의 관계 같은 걸 생각하면 머리 아픕니다.
이런 생각하게 만든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과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이
교차해서 혼란스럽습니다.
부모님에게 잘해드리고 싶은데 가끔 너무 버거워요.

쓰다 보니까 너무 길어졌어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IP : 211.201.xxx.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6.4 1:17 AM (203.243.xxx.252)

    제가 보기엔 님 심성이 참 고우신분 같아요 지금도 잘하고 계신것 같은데요
    저두 그리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어요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어렸을때 받았던 상처에서 아직도 못 벗어난 부분이 많아요
    극복하면서 살아갈려고 무지 노력은 하지만 내자신이 참 힘들고 버겁고 자책도 많이 하게 되고 때로는 부모 원망도 하게되고 그렇더라구요
    한창 좋을 나이에 해보고 싶은것도 많았는데 그러지 못한것도 후회되고 다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지나버리면 못하는것들을 지금은 할수 없으니 더 간절하게 생각이 들때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참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은것 같아요

    인생 많이 살진 않았지만 님의 인생과 어머님의 인생은 분명 따로입니다
    지금도 잘하고 계세요 너무 버겁게 잘할려고 하지 마세요 나중엔 지칩니다
    자식된 도리는 꼭 지키시돼 적당히 하세요 너무 잘할려고 해도 역효과 나요
    제가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건 님 자신을 많이 사랑하시고 님을 위해 살아가시길 바래요
    뼈속까지 스며드는 깊은 한숨을 지을 만큼의 후회스러운 일도 만들지 마시구요

  • 2. ...
    '07.6.4 9:15 AM (210.180.xxx.126)

    부모님 사이에서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생각은 아예 접으시고 님을 위해서만 사세요.
    오빠나 동생이랑 더욱 더 돈독하게 연락하고 대화 많이 하시구요,
    성격들이 밝은 분들이 아니란 것을 알고 계시니 밝게 가지도록 노력해보세요.

    얼마전 오프라쇼에 나온 어떤 목사님이 쓴 책이 미국에선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던데,
    들어보니까 요점은, --내 마음속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
    그리고 -- 밝은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자신의 주위에 긍정적인 기가 모인다 --
    라는 요지의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뀐 사람들의 사례가 많이 소개되더군요.

    누가 어떻게 해결해줘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하라는 아주 단순한 얘기인데 저도 그럴려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4420 고맙단 말 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5 ... 2007/06/04 1,270
124419 영어 말하기대회 원고..... 1 엄마 2007/06/04 1,136
124418 출산이 2주 남았는데요.. 5 .. 2007/06/04 477
124417 심약한 남아인데 대왕중,중동중학교 중에 추천해주세요. 2 심약 2007/06/04 584
124416 왜 시부모님은 자식과 같이 살려고 할까요? 15 이해 불가 2007/06/04 2,415
124415 일본 입국시.. 3 일본여행 2007/06/04 426
124414 친정엄마 입원하셨는데, 시부모님이 여행가자 하시네요 10 황당 2007/06/04 1,654
124413 약관대출 추가로... 2 대출 2007/06/04 552
124412 왜 애를 울려!' 담임교사가 여중생 무차별 폭행 3 학부모 2007/06/04 1,350
124411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방문기 2 이드 2007/06/04 1,766
124410 임산부에게 좋은 차.. 뭐가 있을까요? 5 애기엄마 2007/06/04 696
124409 초2 아들 수학때문에 3 고민중 2007/06/04 578
124408 저도 우리 엄마 아빠같은 부모님... 4 될수있을까요.. 2007/06/04 980
124407 급) 도배장판과 전체 페인트칠등 수리시 순서가.. 4 도배 2007/06/04 820
124406 극세사 밀대 사용해보니 영 아니네요...-_-; 18 극실망 2007/06/04 1,755
124405 열이 자주 나는 아이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3 열감기 2007/06/04 748
124404 홍콩에 가고 싶어요.조언좀 주세요/ 6 홍콩 좋아 2007/06/04 886
124403 도배사 아시는 분,,,또는 도배 도와 주실 분 구합니다..급해요 ㅜㅜ 도배 2007/06/04 468
124402 중학생의 연산능력키우기 8 에휴~ 2007/06/04 947
124401 원글 삭제했습니다. 11 가끔은 2007/06/04 2,197
124400 아이가 두드러기가 났어요 3 두드러기 2007/06/04 392
124399 아이 머리에 혹이 났는데요.. 뭐지? 2007/06/04 485
124398 종신보험 1 대출? 2007/06/04 387
124397 구매를 할때요, 1 인터넷.. 2007/06/04 223
124396 코스트코 캐노피 자전거 쿠폰에 언제 나와있나요? 4 코스 2007/06/04 480
124395 6년째인데 도울방법이... 4 히키코모리 2007/06/04 984
124394 아이가 다쳤는데.. 1 가치관의혼란.. 2007/06/04 398
124393 너무 소심한 우리아들,... 2 뿡뿡이 2007/06/04 613
124392 그냥 답답해요. 2 눈물나요 2007/06/04 723
124391 오이소박이가 나를 울려요~~ 3 ㅠ_ㅠ 2007/06/04 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