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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유학 아이들 스트레스, 매일 15분 대화가 '보약'

1 조회수 : 447
작성일 : 2007-04-21 07:32:42
이민·유학 아이들 스트레스, 매일 15분 대화가 '보약'

[한국경제 2007-04-21 04:19]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은 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 사건으로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승희가 이민 1.5세이기 때문에 미국의 일일 뿐이라거나 개인적인 정신질환에서 비롯되었다고 치부할 수 없는 사건이다.

사건 이면에는 한국사회의 고민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문제의 최고 해결책은 '대화'

한국인 이민 1.5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소수인종으로서 미국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성격이 활달하지 않으면 자칫 외톨이로 지내기 쉽다.

부모와의 대화 단절은 이 같은 1.5세의 사회 부적응을 더욱 악화시킨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학비를 댈 수 있는 이민자들의 경우 자녀와 대화할 시간이 태부족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더라도 영어를 못하는 부모들이 영어에 능숙한 아이들과 속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아이는 결국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부모와 잘 상의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궁극의 해결은 대화다.

부모 자식 간에 하루 15분씩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좋은 아버지 되기' 운동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 내용은 "공부를 잘했느냐"보다는 "어떤 게 재미있느냐" "무엇이 짜증나느냐"를 물어보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정신과 전문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밀어붙여 문제가 유발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벼운 피해망상과 인격장애는 방치하면 고착화된 편집증이나 정신분열증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해 치료에 나서야 한다.

편집증적 정신분열증,망상장애,우울증은 약물 및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

◆자녀 유학 준비하는 부모와 기러기 아빠에게

기러기 아빠나 조기 유학을 준비 중인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말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상당수 부부들이 자녀의 유학을 핑계로 부부 갈등을 봉합하거나 회피한다.

얼굴 보기는 싫고 그렇다고 이혼하기도 싫으니 아이들 유학을 서두르는 것이다.

부부 금실이 좋지 않은 노인이 손자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실질적 별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그걸 모를 것 같은가.

게다가 부모가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자식들이 약물중독 등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는 게 미국 교육의 어두운 현실이다.

부모가 옆에서 지켜봐도 안되는데 아이만 보딩스쿨에 집어넣는다고 아이가 부모에게 감사하면서 불철주야 공부에 힘써서 아이비리그에 갈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하긴 하지만 확률이 낮다.

우리 아이가 그럴 자질이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충동적으로 남 따라서 보내면 반드시 실패한다.

지금 강남에는 조기 유학에 부적응해 소리소문 없이 귀국해서 집에서 은거하거나 정신과에 다니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인성교육과 조기 정신건강교육을 강화하자

한국은 과거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인성을 강요하던 시대를 보냈고 지금은 그에 대한 반발로 자유를 넘은 방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부모는 사라지고 나무라는 어른들은 제 자식도 간수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을 일삼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돼버린다.

서구 선진국의 교육방식은 지나친 개인주의로 비쳐질지 모르나 그들의 초점은 '타인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와 '자기표현을 분명히 한다'로 귀결된다.

가령 자기는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친구들을 방해해서는 안되며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을 달게 받는다.

영어 한 마디,수학 한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

정신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인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병은 자랑해야 낫는다는데 한국에서는 정신과적 문제를 주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자신조차 받아들이기 꺼려한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의 경우 화날 때 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5학년 때는 스트레스 증상과 관리,우울증의 증상과 발견,자살이나 불법 약물 사용의 문제점 등을 배운다.

이번 사건은 자신의 어려움을 올바르게 표현하고,가족과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주고,정신질환을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했더라면 예방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나마 정신건강 교육 시스템이 낫다는 미국도 이럴진대 이에 대한 관심도 없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심한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교육 및 보건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IP : 222.106.xxx.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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