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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 조회수 : 607
작성일 : 2006-09-12 15:57:30
제 나이 3살때

엄마와 아빠는 늘 새벽부터 들에 나가 계셨습니다.

그때 위로 오빠만 셋에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

두 칸짜리 초가집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제 나이에도 크지 않았던 초가집이었으니

지금의 제 눈에 그때의 그 초가집을 본다면

정말 이 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 오빠들 셋과 내가

어디서 잠을 잤을까...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좁은 방 이었습니다.

그 좁은 방에 한쪽은 누에도 키웠습니다.  시큼하면서도 매운

누에 냄새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

아들만 내리 셋을 낳다보니 자연스럽게 딸을 원하게 된 엄마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낳아보고 아들이면 더이상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는데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에 낳게 된

딸이 저였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새벽부터 밭에 일을 나갔다가

봄나물 뜯으러 저녁때쯤엔 산에 가셔서 한소쿠리 고사리를

뜯으셔서는 뜨겁게 끓는물에 살짝 데쳐 광주리에 널어 놓으시고

저녁을 차려놓고 보니 배가 아파와 그때부터 뜨거운 물

준비하시고 깨끗한 천 준비하시고

가위 소독하셔서는 작은 방에 가셔서 혼자 애를 낳으셨답니다.

식구들은 저녁을 먹는 중에도 몰랐다가 갓난아이 울음소리에

놀라 들어와보니 엄마 표현으로는 손바닥만한 갓난아이가

당차게도 울고 있더래요.

갓난아이를 낳아놓고 엄마가 손수 탯줄을 자르시면서 순간

사내아이로 잘못 보여서는 아...또 사내아이로구나. 하고 아쉬워

하셨었는데 다시보니 여자아이 더래요. ㅎㅎ

하도 작아서 깨끗한 천에 잘 싸매서 한쪽에 뒀는데

할머니는 그걸 못보시고는 하마터면 들어오시다 절 밟을뻔

했다더군요. ^^;

읍내라고 할 수도 없는 , 그래도 가게가 있고 보건소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산 하나를 타고 내려와 적어도 한시간은 넘게 또 걸어야 하는

그런 아주 깊은 산골에 살면서 갖은 고생을 한 엄마 이야기는

듣고 들어도 끝이 없지요.

제가 3살때 여자아이여서 그런지 유독 말을 잘했데요.

정말 빠르기도 어찌나 빠르게 말을 하는지 동네 사람들이 그런 저를

놀리는게 재미있을 정도로 요만한 아이가 말을 그렇게 잘했다고

하더군요.  ...욕도 잘했데요. ㅎㅎㅎㅎ  

초여름의 어느날 남의 집 밭에 일을하러 가시던 엄마는 3살짜리

저를 데리고 가셔서 그늘 밑에 혼자 놀고 있으라고 하시고는

열심히 일을 하셨는데 제 기억에 잠깐 생각나는 것이

하도 졸려서 윗 밭과 아랫밭 사이의 흙이 좀 패인 곳에서

제가 잠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것만요. ^^;

그러다가 새참으로 삶은 감자가 나왔는데 제가 혼자 앉아서는

감자 하나를 들고 조막만한 손으로 조금씩 까서는 혼자 오물오물 하면서

잘 먹더래요.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났을까.  감자를 잘 까먹고 놀던 제가 갑자기

울면서 엄마한테 애원을 하더래요.

"엄마~ 집에 가세요~~엄마 집에좀 가세요~~"

처음에는 놀다 지쳐 짜증이 나서 얼른 집에 가자는 소리인줄 알고

조금만 참으라고 하시고는 그냥 일을 하셨데요.

그런데 계속 제가 그러더래요.

" 엄마 제발 좀 집에 가세요~~오.  저 좀 살려주세요~~"

" 엄마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좀 집에 가세요~~"

하도 구슬프게 3살짜리 어린애가 그렇게 울면서 애원을 하니까

동네 아주머니들이 어서 가라고 ...하는 수 없이 엄마가 일을 거의 끝내고

저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셧는데

그날 저녁 아버지와 엄마 틈에서 자던 제가 경기를 일으킨 거에요.

제가 감자를 먹고 체해서는 아프니까 엄마에게 애원을 한거지요.

자다보니 아이가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입으로 거품을 내면서

온통 얼굴이 하얗더래요.

병원은 없고 보건소를 가더래도 아침에나 보건소가 문을 열텐데.

급한김에 이웃에가서 약도 얻어와 먹여보고 해도 소용은 없고

아이가 팔도 축 늘어지고 눈은 못뜨고 숨도 제대로 못 쉬기에

무작정 아버지가 들춰업고는 산을 넘어 밤길을 내려오신 거에요.

엄마는 옆에서 아버지를 따라 제가 숨을 쉬는지 안쉬는지 중간 중간

확인을 하시구요.

달빛에 의지해 산을 내려오는 내내 아이가 죽지만 않기를 빌고 또 빌며

내려오셨는데 보건소는 문을 두드려도 소용없고 아침이 되려면 멀었고.

그때당시 근처에 있던 친척집으로 가서 절 눕히고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친척집에서 급체에 좋다는 걸 주셔서 먹이고

또 어디서 가져오신 어떤 것도 먹이고..  

한참 지나더니 제가 눈을 뜨고는 웃더래요.

지금 다시 들어도 생생한 그 이야기.

가끔 제가 엄마 말을 안들으면 죽을뻔 한거 살려놨더니 말도 안듣는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세요.

저는 저의 명 대사.

" 엄마 제발 좀 살려주세요~~오"

이 부분을 엄마가 생생하게 흉내를 내실때마다 웃겨요.

웃을일이 아닌데도요. ㅎㅎ

가을이라서 옛날 얘기 생각 나기에 적어보았어요.

늘 친정엄마 힘들었던 얘기만 하다가


제 어린 3살때의 얘기를 하니 좀 이상하네요.ㅎㅎ


하긴...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그 3살 꼬마 여자애가 지금 스물 아홉이

되어 있으니까요. ^^:
IP : 211.198.xxx.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6.9.12 4:54 PM (221.150.xxx.92)

    하셔야 겠어요, 부모님께.
    낳아 주셨지, 길러 주셨지, 게다가 다 죽어 가는데 살려 놓으셨지...^^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 2. ㅎㅎ
    '06.9.12 11:58 PM (219.253.xxx.66)

    얼마나 애지중지 기르셨는지 눈에 선하네요..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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