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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젠 편안히 하늘 나라로 가세요

불효녀 조회수 : 1,147
작성일 : 2006-04-20 02:06:28
첫 번째 뇌출혈(좌뇌) 2년 7개월전에 있었습니다.
그때 출혈 부위가 너무 커서 돌아가시던지 아님 가장 좋은 상태가
식물인간으로 사신다고 하더군요. 저희 삼촌도 의사셨는데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3개월만에 극적으로  의식이 돌아오셨습니다.
하지만 뇌손상으로 인해 왼쪽은 전혀 쓰지 못하셨죠.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줄기찬 노력으로 다시 발병하기 전까지
힘이 없는 왼쪽 다리 대신 오른 쪽에 의지하여 지팡이 짚고  걷는 연습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걷는 다곤 하지만 옆에 사람없이는 안되는거죠.
기억력과 인지 능력도 떨어졌었구요.  그래도 저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기적이었어요. 제가 엄마로 인해 하나님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새벽에 2번째 뇌출혈(우뇌)이 일어났습니다.
집으로 퇴원하시기 3일 전이었습니다
어떻게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나는지... 너무합니다.
첫 번째 뇌출혈 땐 살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길에서, 지하철에서 울면서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 번에 이제는 끝인가 하는 생각에 차라리 마음에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이제는 부르시는구나 하면서..
우측도 출혈 부위가 너무 커서 (전에 만큼) 동생과 제가 결정했습니다.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할 것 같아서, 뇌수술 안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중풍으로 14년간 고생하시다 지난해 돌아가신 걸 보아서 그리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수술해도 의식이 돌아올 확률도 10~ 많아야 20%랍니다.
뇌수술 하다가 돌아가실 수도 있고요,
이제 양 쪽 모두 손상을 입었으니 몸의 좌우 모두 쓸 수 없고 말씀도 못하신답니다.
부모의 운명을 자식이 결정내리느 일도 참 가혹합니다.

응급실에서 호흡을 살짝 힘들어 하시기에 산소 호흡기를 달았습니다.
지금 현재 의식이 없으신 상태이고 호흡기에 80% 에 의지하고 계십니다.
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너무너무 고생하셔서
돌아기실 때는 편안히 임종 맞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호흡도 안하시고 기계에 의지하신 채 장기간으로 갈 수도 있답니다.
너무 불쌍합니다. 그 자존심 강한 분이 이소리 저소리 다들으며 죽는다는 말씀 안하시고
재활 운동 하셨는데 , 체력이 약한지라 안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못해서 그러는건데
집중력이 부족한다는 둥 안할려고 한다는 등 소리를 들으며 지난 세월 견뎌냈는데..
결과가 이거라면 그냥 대소변 받아내며  얘기나 나눌 것을 그랬습니다.

중환자실에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하루 3번씩 30분간 면회. 나머진 가족들로 부터 버려진 상태입니다. 전 그리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간호사가 있다하더라도 의식 없는 환자를 누가 살뜰이 보살피겠습니까?
누가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겠습니까?  불편하다고 소리를 내겠습니까?
처음에 발병하였을때 중환자실에서욕창도 걸렸습니다. 그 집중 치료하는데서요.

회복은 불가능 해서 집으로 모실려고 했는데 산소 호흡기를 달면 퇴원이 안된답니다.
일반 병실로도 못내려간답니다. 어찌해야되나요?

무슨 딸이 엄마 돌아가시길 기도 해야 합니까?
아침마다 중환자실 면회 할 때 좋은 소리만 합니다. 어제보다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산소관 때문에 입에 팽팽한 반창고 붙이고 눈감고 있는 엄마에게.
혹시나 혹시나 죽을까봐 두려워하는 엄마에게(제 생각에).
저도 엄마와 헤어지는게 두렵습니다.
저희 엄마 자식들에게 정말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친구 같았습니다. 잔소리 한 번 안들었습니다.
좋은 것 있으면 주실려고 했고 항상 도움만 받았던 자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이 다 편안하게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시더래도 저희 안정되게 편안히 사는 걸 보시고 가셔야 하는데
항상 마음에 돌덩이만 지워드렸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죄송해요.
열심히 씩씩하게 살고 있으니 언제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힘들지만 끝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 장보러 갔다가 아주 실한 딸기를 보았습니다.
드실 수 있을 때 저 딸기 좀 사다드릴 걸,,,
냉동된 밥 치우면서 누룽지 좀 꾀부리지 말고 해드릴 걸...

후회해도 소용없겠죠. 엄만 벌써 저멀리 가셨으니까.
내일은 어떤 모습이실지 마음이 아파옵니다.

엄마 , 나 제대로 이 말 한 적 없지?

엄마 나 엄마 진짜 사랑한다. 정말 정말 미안해

IP : 59.186.xxx.8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4.20 2:35 AM (218.38.xxx.169)

    참.. 왼손잡이 유전 아니라고 하더군요.. 울 집안은 사돈에 팔촌까지 왼손잡이 없는 데.. 둘째까지 왼손잡이네요..

  • 2. 휴.
    '06.4.20 2:54 AM (203.210.xxx.15)

    휴.....
    저희 아버지 11년째 중풍으로 살아계십니다.(뇌출혈) 11년전에 퇴근해서 오시자 마자 쓰러지셔서
    10시간 넘는 뇌수술하시고 기미가 없어서 중환자실에서 6개월 고생하시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어요.살다보니 힘들땐 아버지께 짜증도 내고 어쩔땐 정말 힘겹다 느껴지지만
    돌아가시면 제가슴에 한이 될것 같아 시장 가면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요구르트나 빵
    홍시 영양갱 사탕같은건 꼭 사다드리고 만원이라도 가끔 쥐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수 없네요.
    상상하기도 겁이 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사람들은 앞으로 잘할께...앞으로 앞으로 이말만 평생하다가 죽는다고 하던데..
    정말 가슴아프지 않게 가족들과 남편에게 앞으로가 아닌 지금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갑니다.....마음이 너무 아파죽겠네요

  • 3. ..
    '06.4.20 9:53 AM (222.101.xxx.28)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사는복보다 죽는복을 타고 나야한다고 하잖아요.
    요즘 아주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자세한 얘기는 못하지만, 참 힘들어요.
    원글님 힘내시고, 너무 마음아파하지 마세요.

  • 4. ㅜ.ㅠ
    '06.4.20 1:24 PM (58.143.xxx.157)

    친정 부모님 , 시부모님 덕택에 중환자실 서너번 경험한거 같네요 ......결국은 돌아 가시고 ...
    가족들 죽음을 몇번 경험하고 나니 모든게 다 허무하고 세상사 다 허황된 일이라는거 느낍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제아무리 재능이 많아도 ......결국에 흙으로 돌아간다는거
    몇번의 장례 치르며 , 그분들 생각하며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또한 전에 처럼 아둥바둥 하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게도 되는군요
    그래도 사는게 뭔지 또 매일처럼 삶과의 전쟁을 벌이며 이렇게 살아갑니다

  • 5. 불효녀
    '06.4.20 11:12 PM (59.186.xxx.81)

    사는 사람은 다 살게 되어있죠. 저 일하면서는 다른 식구들 보다는 순간 잊어버립니다.
    개인적인 것 때문에 주변이 불편해져서는 앉되겠기에.
    감사합니다. 위로해 주셔서.. 하지만 죄인이지요.
    2월에 아버님 여의신 님, 참 힘드시고 어처구니 없으셨겠어요.
    그리 가시는 것도 참 망연자실하지요.
    죽는다는 거 죽음 후가 아니라 (전 종교가 있어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두렵습니다.
    주변 어른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전 엄마 뇌출혈 이후로 어른들께 오래 사시란 소리 절대 안합니다.
    건강하게 사시란 소리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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