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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눈에 밟혀서

실명시러 조회수 : 986
작성일 : 2006-04-02 14:22:44
며칠 전 제사 때 시어머니께서 5살난 시누 아들을 델꼬 오셨습니다.
아이가 아프단 소리에 딸네 집에 가셨다가 데리고 오셨다는 겁니다.
멀리 시집 간 시누는 맞벌이하느라 아이를 이웃집에 맡기는데
아이가 이모라 부르는 그 집에 가기를 싫어한답니다.

외할머니를 만나게 된 아이가 이모집 가기 싫다고,
할머니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썼던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얼마 동안이라도 데리고 있을 마음으로 데리고 오셨다누만요.
해서 우리집에서 하룻밤 자게 됐는데
밤이 되니 엄마 생각이 났는지 집에 보내달라고 떼를 씁니다.

아무리 달래도 안되기에 제가 아들아이 방으로 데리고 가서
이곳저곳 뒤져서 옛날 우리 아이가 쓰던 팽이며 자동차 등을 꺼내 가지고 놀다가
간신히 달래서 안고 재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뭐든 잘 먹질 않는대서
뭘 먹겠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김밥을 달라 합니다.
그래서 제사 때 쓴 시금치나물이랑 다진 소고기, 김치, 햄 등을 아주 조금씩 넣은 손말이김밥을 만들어
작게 잘라서 장난하듯 먹이며 국물을 떠먹였더니
맛있게 오물거리며 맑은 눈으로 쳐다봅니다.

"나는 외숙모가 제일 보고 싶어요." 합니다.

"지금 보고 있잖아." 이랬더니

"집에 가서요." 이러는 겁니다.

"맛있어?" 물었더니

"우리 이모도 이런 거 안해주고, 우리 엄마도 이런 거 안해줘요."

이러는데, 마음이 짠해서 하마트면 이 아이 내가 데리고 있겠다고 할 뻔했습니다.
그날 오후, 외숙모집에 있겠다는 아이를 겨우 달래서 어머니는 서울로 가셨는데
이틀 후에 전화해봤더니 어머니가 딸네집에 가시고 안계십니다.

밤마다 아이가 방에 들어가서 혼자 흐느껴 울기에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지가 우는 걸 다른 식구들이 보는 게 싫었던지
문 좀 잠그라고 하더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면서 울먹거리더랍니다.
어머니는 아무래도 집에 데려다 줘야겠단 생각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아이 좀 바꿔달랬더니 그새 친해졌다고 반갑게 전화를 받는데, 목소리가 너무 밝습니다.

"외숙모김밥 맛있어요."

뒤늦게야 반성이 되는지,
그날 저는 냉장고 마구 뒤져서
우리 아이 먹을 간식거리 만드느라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사실 그 시누 시집 가기 전 몇 해 동안 함께 살았는데
아주 착한 사람이지만 사소한 문제로 내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저나 나나 직장맨이기는 마찬가진데
설거지 마친 개수대에 자기 도시락 담가 놓는다든지,
스타킹 벗어 함부로 놔둔다든지,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않는다든지,
그 외 아주 사소한 몇 가지...

그때 저는 속으로, 어디 한 번 너도 시집 가봐라, 하며 이를 앙물었습니다.
그 시누 지금 몸 고생 마음 고생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남 저주하면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십수년 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이런 글 쓸 때면 저도 닉 쓰고 싶습니다.
IP : 211.212.xxx.5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06.4.2 3:03 PM (58.238.xxx.227)

    저도 그런 기억이 있어요.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 살았는데 장손며느리,
    아이들도 연년생이라 보살피기도 바쁘고 처녀때 누구말따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다가
    그 입장에 놓이니까 새벽에 부엌 창문을 내다보며 서러워서 울곤 했을 때지요.
    그런데 저녁에 퇴근해오는 손아래 시누이가 낮에 집에서 밥먹고 뭐했냐는 식으로다
    살림을 잘하니 못하니 그러는데 그 때만 해도 순둥이라 뭐라고도 못해보고
    속으로만 속으로만 너도 나같은데 걸려라 아니 더 된데로 가서 한 번 살아봐봐......

    결과는 너무나 호된 시집을 만난거예요. 우리 시부모님과 시누이가 그제서야 한풀 꺽이대요.
    고소할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너무너무 안됐어요. 몇년 전에는 남편을 먼저 보내는......
    미우니고우니 주변이 잘 살아야겠고 잘 되어야 나도 편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어요.

  • 2. ..
    '06.4.2 3:16 PM (218.235.xxx.132)

    조카의 말이..정말 쨘 하게 만드네요..
    어린게 정이 고픈가봐요..

  • 3. 외숙모
    '06.4.3 2:27 AM (220.85.xxx.40)

    마음씨가 좋으십니다. 넘 걱정 마세요. 복 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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