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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프로젝트..

코코샤넬 조회수 : 3,090
작성일 : 2005-04-07 04:41:44
결혼 12년 차에 들어가니까 , 복잡했던 집안 정리가 이제서야 되네요..
저희 시부모님 이야기(아버님 사업부도 후 시부모님 이혼하신 문제) 다들 아실테고..--;

시부모님께서 12년째 재혼도 안하시고, 각자 따로 살고 계셨는데 두 분 다 연로해 지시니까..
아프기도 자주 아프시고, 그 강하던 아버님, 어머님의 자존심도 한풀 꺽이고,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할머니의 자리로 찾아가고 계십니다..

특히, 심하게 유별나셨던 어머님 성격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어요.
어느 날 퇴근 시간즈음 되었는데,  집 근처  전철역에서 기다릴테니 6시 30분까지 나오시라는 어머님의 전화 한 통.  

어머님이 저녁 사주시겠다고..(결혼해서 딱 두 번, 어머님께 얻어먹는 외식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하긴 했지만..

마음을 굳건하게 먹고 약속장소로 나갔어요.(뭔가 하실 말씀이 계신 것 같아서)
몸과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만, 어머님께서 부르시니 일단 나갔습니다.

어머님과 만나서 오리 진흙구이를 시켜서 먹는데.. 오리 다리살을 찢어서 접시에 놓아주시고
어머니 본인은 전혀 입에 안 대시고, 저와 아이만 챙겨주시는 모습에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저는 성격이.. 부잣집 막내딸처럼 철푸덕 앉아서 주시는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을 성격이 못되서
어머님도 좀 드시라고 .. 또 주시는 거 적당히 먹다가 눈치보며  말씀을 꺼냈어요..

" 어머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죠? 이제 다 먹었으니 말씀하셔요."
" 어? 그래"

저 아픈 다음에 정말 많이 놀라셨대요.
워낙에 튼튼하던 제가 아프니까 어머님 본인때문에 홧병낫다 싶은 생각에..

어머님 말씀이 제가 미워서.. 저한테 감정 있어서..또 자식들에게 매정하게 그러신 거 아니라고..
모든 것을 용서하라시며 울먹이시고 급기야는 눈물까지 툭툭..

저, 어머님 말씀듣고 이런 저런 말씀 나누다가 아버님과 합치고 싶어 하시는 어머님 말씀도 듣고  
나중에 두 분이 합치게는 해드려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겨 드려야겠다 싶더라구요.

저는 어머님께 말씀 듣기 전에는 정말 아직은 이르다, 아직은 시기상조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기상조라는 말을 이럴때 쓰는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퍼뜩 들어서 아버님께 어머님 마음을 전해드렸습니다.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어머니 마음을 아버님께 전해드렸는데..
이번엔 아버님께서 뒤로 도망가시는 형국이 되어버렸어요.

정말 난처하더라구요.
그러나.. 두 분이 합치시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거 알긴 했으니까, 아버님을 조심스럽게 설득했어요.

가만보니까 아니 은근히 화나는 거..
아들도 있고, 딸도 둘 씩이나 있는데, 왜 자식들과는 의논을 안하시고,  꼭 며느리하고만 의논하시려 드는지 좀 답답하고 힘들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_-

좀 버릇없는 얘기지만, 좀 더 아버님을 타이른 다음에 아버님이 너무 완고하시면
당분간 생각하실 시간을 드리려고 했는데..어느 날 아버님께서 제게 전화를 하시더니, 점집 서너군데 가서 어머님과 합쳐도 되는지 점좀 봐다 달라시네요.

복채도 안주시면서 --;;
담에 아버님 만나면 비싼 거 얻어먹고 또이또이 해야지 하고..(아..또 잔머리..--;)

그렇게해서 첫번째 점집엘 갔었어요. (이런 중대사한 일을 점에 의존한다는게 심히 거시기하긴 하지만..)
아버님 생각이 그러하시니 제가 아버님 생각을 바꿀 순 없는 것이고, 원하시면 따르는 것도 당연한 도리다 싶더라구요.

무조건 어머님과 합치게 해드리라는 첫번째 점쟁이의 말에 아버님께 그대로 토씨하나 안 틀리고 전해드렸습니다. 아버님 영... 믿지 못하시겠다는 반응.. 다른 점집에 다녀와서 전화해라 한마디 하시고 전화 뚝
  
이번엔 유명하신 한데 돈을 무지 밝히는 점집에 찾아가서  점을 봤습니다.
여긴 사실 가기가 꺼려지긴 했지만, 점을 잘 본다는 그 한마디에.. 그거 하나 믿고 찾아기기로 결심!! 드디어 찾아갔습니다.

찾아갔더니.. 올 해에 두 분이 합치면 아주 나쁘고,  내년에 그것도 입춘 지나고 합치시면 무쟈게 잘 사신답니다.
아버님이 문서운이 있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부자로 사신다고 ^^;

제가 또 누굽니꺄 헤헤헤
아버님께 방방 들떠서리 두 분이 합치시면 아주아주 잘 사신다고 강조해서 말씀드렸더니, 다른데 가서 더 보고 오라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데 가 볼 필요도 없다고 손사레를 쳤어요 --;
(다른데 갔다가 나쁘다는 말 들으면 아버님 마음이 도로아미타불 되실까봐..)

우리 아버님.. 마음을 살짝 여시면서 어머님이 지금보다 변해있어야 가능한 얘기다고 그 말씀을 계속 강조..
아직 100%는 아니지만..하루 하루가 다르게 아버님이 마음을 열어보이고 계세요.

제 통밥으로 보자면..
음 내년 꽃피는 춘 3월에 시아버님, 시어머님이 합치실 것 같습니다. ^^

취미생활도 똑같으신 시부모님 등산, 여행, 지방의 맛있는 식당 순례하기.  
등산이야 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여행이며, 식당 찾아다니며 혼자 드신다는 것은 어렵잖아요.

앞으로는 두분이서 등산도 같이 하시고, 여행도 자주 다니시고, 맛있는 식당 다니시며 맛난 것도 많이 드시고 행복하게 잘 사시면 이 며느리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음...중매 섰다가 결혼에 성사되면 옷 한 벌 얻어입는 거라던데..
저도 여기에 해당 되는거죠?(아닌가.. 갸우뚱)


이상 편한 밤 되시어요.
아잉 지금쯤 꿈나라를 헤매이고 계시겠구낭.. 얼른 코~ 주무세요 코~~
IP : 221.151.xxx.11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맘대로 뚝딱~
    '05.4.7 4:55 AM (82.41.xxx.37)

    아직 안 자고 있는 사람 먼저 꼬리말 답니다...^^ 참 착한 며느님이시네요...복 받으실거예요..두분 다시 합치셔서 그동안 못다한 정 나누고 사시면 좋겠어요...^^ 두분이 합치시고 나면 이쁨 많이 받으실거에요...^^

  • 2. Helen
    '05.4.7 4:59 AM (24.171.xxx.182)

    코코샤넬님...진짜 큰일 하시네요.
    저도 꼭 이 일이 성사되길 바래요.....
    딸아들 제쳐두고 며느리에게 속내를 내보이시는걸 뵈니,
    시집가셔서 고생하신것 헛수고는 아니었나봅니다...^^
    좋으시겠어요...^*^

  • 3. 연분홍치마
    '05.4.7 5:02 AM (151.196.xxx.182)

    복받으셔요.착한 며눌님!

  • 4. onion
    '05.4.7 6:21 AM (220.64.xxx.97)

    코코샤넬님 홧팅~
    몸은 이제 좀 괜찮으신거죠??

  • 5. 실비
    '05.4.7 7:46 AM (222.109.xxx.68)

    코코샤넬님, 님의 그 착한 마음 100/1 만 저에게 주시면 안될까요? 지금 저 아주 나쁜 4가지 없는 며느리로 추락했어요. 참 그냥 한 발 다가가면 될것으로...

    실비.

  • 6. 모란
    '05.4.7 9:03 AM (220.76.xxx.205)

    결혼이 성사되면 코코님...^^ 옷이 문제가 아니고 아버님 문서운까지 몽땅~~ㅋㅋ
    행복 하세용~~^^

  • 7. 늘푸른
    '05.4.7 9:08 AM (61.253.xxx.72)

    에구 이쁘기도 해라~~ 나도 낭중에 코코샤넬님 같은 며느리 보구 싶네요.
    지금도 저는 짬 날 때마다 아들넘 세뇌 시키고 있답니다.
    "아들아 자고로 아내 될 사람은 참하고 지혜로워야 하느니라 알겄쟈?"
    언젠가 아들넘이 여시같이 이뿐 여자친구 한테 빠져서 헤롱 되길래 잔소리를 좀 많이
    했었지요. 다행히도 지금은 헤어져서 얼매나 기특한지~ 아들넘 이런 엄마 마음 알면 무지
    서운해 하겠지만 저는 정말 지혜로운 며느리를 만나고 싶거던요.
    이뿌고 지혜로우면야 더 바랄께 없겠지만 그건 욕심이 너무 과 한거 같아서 말이죠.
    자식들보다 며느리에게 속 깊은 얘기를 할수 있다는거 그거 쉽지 않거던요.

    늘 지금처럼 그렇게 이뿌게 사시구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래요~

  • 8. 돼지용
    '05.4.7 9:21 AM (211.119.xxx.23)

    꼬옥
    이쁜 옷 받아 입으세요.
    어머님 아버님 글구 남편분께도요.

  • 9. judi
    '05.4.7 10:38 AM (211.215.xxx.228)

    넘 이쁘고 착한 며느리 이시네요..
    이상하게도 저희 시엄니도 속내는 며는리한테 하시더라구요 ㅎㅎㅎ
    내년 춘삼월엔 예쁜 봄옷 입으시길....

  • 10. 김흥임
    '05.4.7 10:42 AM (221.138.xxx.143)

    옷한벌로 약할듯 싶사와요
    아버님 어머님 따로 따로

    폭 폭 ~~~~~~
    삶아?다이아 반지쯤으로^^

    이쁜 샤넬님
    아자!

  • 11. 국진이마누라
    '05.4.7 1:28 PM (203.229.xxx.2)

    어쩜 맘도 그리 이쁘실까??
    남편님이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럽겠어요..
    분명 유지도 엄마닮아서 무쟈게 똑똑할거야~~ (아부샷입니당^ㅡ^)

  • 12. 키세스
    '05.4.7 2:35 PM (211.177.xxx.160)

    두분 합치시고 사이좋게 잘 사셔야 할텐데...
    근데 어머니가 진짜 많이 변하셨네요.
    그거 보니 또 짠... 하시죠? ^^

  • 13. 이수미
    '05.4.7 2:51 PM (211.114.xxx.98)

    코코사넬님
    양쪽에 북치고 장구치고 힘드시고 재미나시겠네요 ㅎㅎㅎ
    꼭 내년에 곷피는 봄날 두분이 합방하시고요 ~~~^^*
    님은 아주 비싼거루다 옷 한벌 얻어입으세요
    중매비를 톡톡히 내셔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신다고요 ````

  • 14. 행복이가득한집
    '05.4.7 3:13 PM (220.64.xxx.241)

    샤넬님!
    저는 님의글을 읽을때마다 참 밝게 성장했구나 하는생각이 들어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님의성격이 부러워요
    늘 삶의행복을 즐기시는것 같고 많이 아프셨나봐요 저번에 올라온글보고 알았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예쁜 유지 소식도 올려주시구요 시부모님 일도 잘되길바랍니다

  • 15. 한결
    '05.4.7 4:39 PM (61.252.xxx.25)

    정말 정말 복받을 좋은 며느리시네요
    샤넬님이 그릇이 큰 분이신가봐요
    건강하시고
    애기아빠 사랑도 듬뿍 받으세요

  • 16. 퍼플크레용
    '05.4.7 6:36 PM (218.152.xxx.245)

    으음...명실공히...집안의 기둥이시군여...짝짝짝!!!

  • 17. 여진이 아빠
    '05.4.7 9:12 PM (220.91.xxx.64)

    저보다 결혼생활 2배 선배님이시군요.^^;
    저희 부모님도 저보다는 며느리를 신뢰하는 듯하더군요.
    아들놈은 털털하고 말해도 기억하지도 않고
    성의가 안보인다나요.
    그래서 처갓집과도 서로 친하게 되고
    저만 왕따입니다요.^^;
    치즈 맛있게 드세요.

  • 18. 미스마플
    '05.4.8 12:54 PM (67.100.xxx.111)

    얼마나 믿으시면 두 분이서 며느님에게 이렇게까지 하실까요.
    그렇게 믿음을 받으실만큼 고생을 많이 하셨을것도 같고요.

    정말 대단한 프로젝트입니다. 성사되면 꼭 글 올리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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