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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부지의 미역국 이야기
벌써 3년전이던가....
쟈스민님이 미역국 올리신거 보니 울 아버지때문에 엄청 웃었던 일이 생각이 나서요
제가 제 동생(달랑 하나 있는 연년생 남동생입니다)한테 딱 두가지 인정받는게 있다면,
귀 후비는 솜씨와 미역국 끓이는 솜씨랍니다 ㅋㅋ
비교대상이야 단 한분, 엄마시죠 ^^*
엄마는 다칠까 조심조심하시는 대신 저는 후련하게 귀청소를 해주니 좋아한것이고
미역국은, 지금이야 또 입맛이 바뀌었겠지만, 어디가서 미역국 못먹겠다고 할만큼 제가 끓인 미역국을 좋아했어요 ㅎㅎ
-사실 제가 그당시 할줄 알았던 국은 미역국뿐이었던것같습니다만, 뻘쭘-
그래서 어느날인가부터 엄마가 미역국은 절대 손을 안대시는겁니다
'xx가 누나가 끓인 미역국이 훨씬 맛있다더라, 미역국은 이제 네 담당이다 알았지?' 하시면서요
그래서 식구들 생일이면 의례히 제가 미역국 담당이 되곤 하였어요
그당시, 1교시 수업이 없는 날이면 당근 늦잠을 자곤 했었는데,
가끔 엄마가 큰 냄비에 미역을 담가놓고 출근을 하셨답니다
불려놓은 미역가지고 저보고 미역국 끓이라구요, 지금까지도 설거지도 못하게 하시는 엄마가 제게 주시는 유일한 부엌일이었지요
미역이 냄비에 잘 불려있으면 저는 미역국을 한솥끓여놓고(손은 왜케 큰지 엄마나 나나 ㅎㅎ)
학교다녀오고 했지요
그런데, 어느날밤,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마가 의아한듯 물으시는 겁니다
'아침에 미역국 끓이고 학교갔니?'
'아니요? 미역 불려놓으셨어여?'
그날은 제가 부엌에 눈짓줄 사이도 없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리나케 학교를 갔었거든요
'그럼 어찌된 일이야....' 하시는 엄마께 여쭤보니
아빠가 '오늘 미역국은 어째 간이 하나도 안되었데? 간장쳐서 먹었어' 하시더랍니다
그날은 엄마도 외부출장으로 퇴근이 늦으셔서 아빠 혼자 저녁식사를 하신날이었거든요
자, 추측이 되시죠?
냄비에 잘 불어있던 미역,
씻지도 않은채 그냥 불어만 있던 미역,
그리고 그 미역불린 수도물
그걸 울 아버지가 드신 겁니다 ㅎㅎ
간장 타서요 ㅎㅎ
내가 몬살아...하면서 한참을 아빠랑 웃었고,
명절때 만나는 식구들마나 만나면 얘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는데
아뿔싸...
한참 아빠 흉(?)을 보다보니
이게 울 엄니랑 저에 대한 만빵 마이너스이지 뭡니까
대체 평소에 뭘 만들어 드렸기에 물에 불린 미역을 간장 타서 드시게 만들었냐는 .... 컥
여기서 변명 들어가자면,
울 아버지는 뭔가 집중하시는 기간이시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르신답니다
음악관련된 일을 하실때는 옆에서 유리잔을 깨뜨려서 그 파편이 얼굴에 튀어 피가 나도 모르신다는...
그때도 그런거라니까요 ㅎㅎ
저 미역국 잘 끓여요 ^^* 믿어주세요 ㅎㅎ
1. 헤르미온느
'04.12.19 4:03 PM (218.145.xxx.114)걍 믿어드릴 순 읍꼬... 한 냄비 끓여서 미역국 벙개를 치시면, 가서 한그릇 션하게 먹구
생각해볼께여...ㅋㅋㅋ...=3=3=32. 숨은꽃
'04.12.19 4:06 PM (219.241.xxx.217)믿습니다 ~ㅎㅎㅎ
우리 남편도 매실액 담았던 병에 붙어있는 매실 이라는 글씨만 보고
그냥 마셨드니 맛이 이상하더라고 도대체 그병에 뭐가 들었었냐고 ~
매실 다 먹고 간장 담아놨었는데 ㅋㅋㅋ
근데 남자들이 그렇게 모를까요 정말?3. 토스트
'04.12.19 4:13 PM (24.70.xxx.203)하하, 그새 답글이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
헬묜님, 벙개칠께요, 미역국 한솥단지 끓여서요
근데 캐나다까지 오실랑가요? 휘릭~~~~~ ======33
숨은꽃님 남편분은 울 아부지보다 강적이시네요
혹시 멀디먼 친척관계라도? ^^*
남자들이 모르는건 괜찮다말입니다, 근데 집에서 차려주는 사람은 뭐가 되냐고요... ^^*4. ㅎㅎ
'04.12.19 4:24 PM (210.117.xxx.254)울 아버지와 똑같으신 분이 계시네요.. 울 친정아버지도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생각중엔 맛도 모르셨어요..미역 불린거 간장도 안넣고 그냥 드시고 곰탕 상에 내놓으면 간이 됐는지 안됐는지도 모르고 드셨어요. 식사시간에 왜 그리 생각이 많으셨던지.. 고뇌로 점철된 울 아버지 생이 떠오르네요..
살아계실땐 몰랐는데.. 넘 넘 그리운 아버지입니다...5. jasmine
'04.12.19 6:40 PM (218.237.xxx.132)남자들은...대체로....다 그래요.....
그래도, 까탈부리지 않고, 간장 쳐서 드신 아버님 참....귀여우시네요....^^6. 남편 생각 나네용.
'04.12.19 7:48 PM (210.92.xxx.86)울 남편은 제 생일전날 미역국 끓여주겠다고 부산을 떨더라구요..저는 몸이 안 좋아서 누워있었구요...
안방에서 누어서 부엌에 있는 남편한테 "일단 미역을 물에 담궈나.." 했지요..
담날 부엌에 가보니 식탁위에 국그릇에 미역 한줄기가 물에 담궈있었답니다...
정말 디카가 있었으면 찍어놓고 싶었는데...
울 남편왈..그래도 생수에 불려놨어...7. 안나돌리
'04.12.19 9:48 PM (210.113.xxx.242)하하하~~
정말 재민는 이야기거리가 많네요...
근데 전 입맛 까딸스런 남편땜시...
아니 밖에선 돼지고기 잘 먹으면서 집에선 질색이구,
또 자기가 싫음 그만이지 자기 싫은 음식 다른 식구먹는 것도 싫어해요~~
정말 이상하지요?
여태 봐 주다가 요즘 반기들고 있답니다...ㅋㅋㅋ8. 미스테리
'04.12.19 11:11 PM (220.86.xxx.243)옛날에 울 시아버님은 해파리 냉채 모양내어 놓은 그옆에 마늘소스를 식혜인줄 아시고 반대접을
벌컥 벌컥 드셨다는...^^;;;
아버님, 진짜 구여(?)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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