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해서 10개월 정도 원주에 살았었어요....
남편이 제대하기 전이라서요...
출퇴근하는 날라리 군인이긴 했지만요...
남편 친구들 그 먼 원주까지 와서 집들이를 혼자 다 해냈지요...
1박 2일간 걸쳐서...
손님들 다 가고 나니 남편이 배가 아프대요..
그래서 화장실 가라... 넘 많이 먹어서 그렇다... 그랬지요...
밤새 아프다더니 출근해서 전화가 왔더군요...
맹장염이라고... -_-;;
그거 많이 아프다던데 그걸 화장실 가라 그랬으니 쫌 미안했음...
군인병원으로 옮겨서 수술하고 입원해 있는데
군인병원이라는 데가 저녁시간 되면 보호자도 집에 가래요..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저희 아파트가 산이 바로 앞에 보여서 밤엔 좀 무섭거든요...
시부모님 오셔서 아들 회복을 위하여 잉어를 시장에서 사시더군요....
펄떡펄떡 무지막지한 잉어를 띡 던져주시면서 푹 고아서 즙을 멕이라구...
엄두가 안나서 저... 그런 건 잘 못하는데요... 그랬더니
시엄니께서 니 바보 아이가.. 그것도 몬하나... -_-;;
그리하여 들통에 참기름 넣고 잉어를 넣는 것까지는 해주고 가셨습니다..
그 잉어 힘도 참 좋더군요.... 정말 뚜껑 들썩들썩..... ㅠ.ㅠ
곰국 끓이듯이 일단 내버려뒀죠... 들여다보지는 못하겠구.....
자기 전에 열어보니 아이보리색 국물이 기름 둥둥...
잉어 머리가 둥실.... 눈은 허옇게 변하고....으~~
그날 밤...
잠도 안 와서 뒤척이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 그 잉어가 째려보는 거예요.. 그 눈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자다 깨서 엉엉 울었다죠....
친정에 전화하고.... 통곡을 하고....
담날 남편한테 그 구구절절 사연 얘기해주고 먹으라니 안먹더이다.....
자긴 보지도 못했음서 그 잉어 눈이 생각나서 못먹겠대요...
결정적으로 너무 역해서 못 넘기더군요....
저희 시엄니 아시면 경을 칠.....
신혼 때 추억 중 하나입니다...
그 때만 해도 철없을 때라....
팽님 사연 보니 넘 공감이 가서 덩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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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덩달아....
orange 조회수 : 855
작성일 : 2004-07-08 19:03:20
IP : 221.142.xxx.14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치즈
'04.7.8 8:48 PM (211.194.xxx.230)이론이론....
울 시어머님...니가 그 험한걸 어찌하냐...하시며
저리 비켜라 엄마가 다 해주마.....
내가 살 안빠지는 이유 알것쥬?
일단 빠지고 =3=3=32. 키세스
'04.7.9 12:36 AM (211.176.xxx.127)빠져도 던질건 던지고... ㅎㅎ
소꿉장난하던 신혼 때 이야기군요.
살아 있는 잉어를... 흐미
근데 두분 다 넘 귀여워요. ㅎㅎㅎ3. orange
'04.7.9 12:46 AM (221.142.xxx.149)저희 어머님은 니 다해라... 하시는데
지는 왜 살이 안빠진대유~~ ㅠ.ㅠ
돌 굴려유~~
키세스님~ 그 땐 그 소꿉장난이 좋은 줄도 몰랐다지요....
둘이 사는 데 적응하기가 힘들어서요..... ^^4. 깜찌기 펭
'04.7.9 12:53 AM (220.81.xxx.201)커커커컥... 살아있는 잉어요? --;;
오늘 저만 호들갑떤듯해 소심했는데, 남들도 그렇다니 다행이다..싶어요. ^^;;5. Ellie
'04.7.9 4:31 AM (24.162.xxx.174)에휴~
정말 음식 절대로 남기면 안되겠네요.
그러고 보니..
고수의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한듯...6. 쌀집고양이
'04.7.9 8:41 AM (64.203.xxx.167)전설의 고향 같아요..ㅋㅋㅋ
7. 김혜경
'04.7.9 9:11 AM (218.237.xxx.177)후후후...넘 재밌어요...
8. ???
'04.7.9 9:12 AM (202.30.xxx.200)몬도가네 열전 이구랴.
속이 좀 거북해지네요.9. 키티
'04.7.9 9:51 AM (211.35.xxx.170)으~정말 무서웠겠어요....
10. 아라레
'04.7.9 12:39 PM (220.118.xxx.252)통곡을 하고... 에서 웃음이 나와요.ㅎㅎㅎ(웃으면 안돼나요?)
너무 여린 새댁이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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