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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민권

무우꽃 조회수 : 928
작성일 : 2004-06-28 14:41:07
로마의 시민권은 대단한 권리였습니다.
기독교 성서에 보면 바울이라는 사도가 로마 시민권 소지자였지요.
로마 시민권은 로마 사람 뿐 아니라, 속주(자국의 영토로 포함시킨 식민지)의 귀족들과, 로마군에 일정기간 편입되어 근무한 속주민에게도 주어졌습니다.
제국의 영토 내에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었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 당시로서는 대단한 특권이었습니다.
일등국민임을 증명하는 로마 시민권은 오늘날의 미국 시민권에 곧잘 비유됩니다.
때문에 원정출산이라는 현상이 생겨서 사회로부터 비난받기도 하죠.

미국 시민권을 얻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가 망명입니다. 망명자에 대한 미국 대사관의 처리는 미국 시민권 소지자에 준합니다.
헐리우드 영화에 부패한 경찰은 자주 등장해도, 망명자가 다시 본국으로 끌려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만큼 그들은 대사관(외무부)을 믿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사고를 당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대사관입니다.

몇년 전, 아홉명의 탈북자 가족이 중국에 숨어있었습니다.
중국 공안과 북한에서 파견된 감시자의 눈을 피해 베트남까지 갔습니다.
중국에서 모험을 감행하느니 보다는 베트남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겼던 것이죠.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골치아픈(?) 문제-국경까지 넘어와서 망명을 하겠다고 하니-를 떠맡기 싫었던 대사관은 베트남 당국에 연락을 하고, 베트남 당국도 그들에게 골치아픈 문제였던지 이 아홉 가족을 국경 밖 밀림으로 추방했습니다. 어디에 지뢰가 묻혀있는지 모를 곳을 통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죠.

그대로 묻힐 뻔 한 이 얘기는 탈북자 가족의 망명과정을 도왔던 민간인 모임에 의해 기사화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요행히 다시 중국으로 숨어들어와 합류할 수 있었고, 그 중 몇은 결국 한국으로 왔습니다. (결국 이 가족은 해체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사관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가족을 도왔던 모임의 조명숙 간사가 한국사람을 몇명 데리고 중국으로 들어갔고, 함께 간 사람들이 어느 날 여권을 분실했다고 신고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들과 나이가 비슷한 그 가족중의 몇사람이 그 여권을 변조해서 이미 한국으로 밀입국해 있었고 ... (조명숙 간사는 제가 딸처럼 아끼는 사람이고, 그 때 여권을 분실(?)한 사람 중에 제 아들이 끼어있었습니다.)
중국도 한국도 민간단체의 짜고 친 고스톱을 알면서도 더 이상 문제를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 앞으로 한번 더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군사정권 시절 내내 외무부(현 외교통상부)는 재외국민의 반정부 활동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업무적으로는 안전수호자가 아니라 국민들 위에 군림했었구요.
외국에 나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외국에서 문제가 있었을 때 대사관의 도움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러던 곳이 이번 김선일씨 사태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습니다.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그나물에 그밥인데, 장차관이 바뀐다고 갑자기 없던 마인드가 생길 리 만무하구요.
다만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제대로 된 안전망의 초석이 생기고 대사관 직원들에게 경각심이 생겼으면 싶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지 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번 일은 제대로 매듭되어야 합니다.
결코 몇몇 사람의 경질에만 촛점을 맞추지 마십시오.
그랬다가는 자칫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안전망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불안해 하지 않으려면,
로마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출산하는 우스꽝스러운 짓거리가 없어지려면,
국가가 국토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이행하려면
안전망의 체계가 어떻게 잡힐 지 그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게 매듭입니다.
IP : 210.111.xxx.1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찍이공주님
    '04.6.28 2:54 PM (220.75.xxx.63)

    연일 속상한 얘기만 들리네요.
    저도 밑에 인니대사관측이 했던 비열한 탈출에 대한 글 올렸지요?
    근데 우리 나라 대사관만 그런가요?
    대체 상식으로 이해안가는 대사관 직원들...그럼서 월급은 왜 받고,다들 외국 파견업무 나갈려고 발버둥칠까!
    문제 의식의 깨달음이 해결의 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잘못을 들추고 따져서 고쳐가다보면 희망이 보이리라 끝까지 믿어봅니다

  • 2. 처녀자리
    '04.6.28 9:56 PM (218.51.xxx.204)

    그렇다면 문민정부이후 현재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업무는 무엇일까요?
    외국에서 급한일이 생겼을때 대사관을 찾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저같은 사람은 어찌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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