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가사노동시간이 줄지 않는 이유... (일부 발췌)

이참에회원가입? 조회수 : 1,078
작성일 : 2004-06-01 15:09:52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상당히 공감되는 --개인적일수도 있습니다-- 내용인지라 비회원임에도 올려볼까 합니다.



출처: 싸이버타리아트
저자: 어슐러 휴즈



본문 57페이지부터 60페이지에 걸쳐있는 내용입니다.




.... 첫번째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전략) 교육체계, 광고, 의약품 및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이 어우러지면서, 여성들은 자신의 할머니들은 1년에 한번 봄철에 하던 대청소를 집안 구석구석 매주, 심지어 매일 소독까지 겸해서 하도록 설득당했다. 이런 설득 작업이 워낙 훌륭해서, 이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자인하거나 지저분한 부엌에서 세균이 자라게 둠으로써 다른 이들의 건강을 위협했다고 인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아무도 없다.


가사노동시간이 줄지 않게 만드는 두번째 요소는 가정생활의 개별화 현상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각자의 집에서 고립된 가정주부들은 다른 가정주부들과 똑같은 일을 하며, 세탁기, 냉장고, 난로, 진공청소기와 기껏해야 한두 번 쓰고 말 레몬 압착기와 바닥 깊은 튀김기 등 각종 살림 도구를 각자 갖추려고 한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는 있을 수 없다. 자동화를 시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음식 조리기구를 꺼내서 조립하고 분해하고 씻고 다시 집어넣는 건, 두 명분 음식을 만들건 이십 명분을 만들건 별 차이 없이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 여성들이 각자 자기 집에서 하는 다른 수많은 일들도 사정이 이렇기는 마찬가지다.


세번째 요소는 앞의 두 가지보다 훨씬 분명치 않지만 효과는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경제 전반에 기술과 과학이 적용된 결과물이다. 임금노동 영역이 자동화되고 이익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임금은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화되면서, 보수가 없는 '소비노동'이 날로 소비자들에게, 다른 말로 하면 가정주부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그래서 20세기 초반 이후 전에 없던 한 무더기의 셀프서비스 업무가 가정주부의 전통적인 책임에 보태졌다. 누군가 아프면 의사가 시간을 내서 왕진에 오는게 아니라, 환자가 보상도 받지 못하는 시간을 내서 병원을 오가고 진찰받기를 기다려야 한다. 주부는 이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직접 가서, 물건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대까지 가져가서는 값 치르기를 기다렸다가 집까지 운반하는 게 당연시된다. 그런데 이 일 대부분은 옛날에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하던 일이다. 슈퍼마켓이 날로 커지면서 왔다 갔다 하는 거리가 더 길어진다. 그래서 식품을 집안 내 냉장고에 더 많이 사다가 저장하게 만든다. 유통업계는 상당한 보관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보수 노동은 곧 여성의 일로 통하는 사회에서, 이런 셀프서비스는 압도적으로 여성들에게 떠넘겨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넓은 경제 범위에서 여성노동의 가치가 낮게 취급되는 경향을 공고히 하고, 이는 다시 가정 내에서 여성 억압을 영구화한다.


가사노동을 늘리는 데 기여하는 네 번째 요소는, 여성의 보살피는 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성은 가정 내에서 가족 전체, 더 구체적으로는 아이들과 나이든 이들과 몸이 불편한 식구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도록 요구된다. 임금 노동자들이 깨닫게 됐듯이,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을 유발한다. 지난 100여년의 과학과 기술 발달의 결과, 이제 가정과 집 주변은 몸이 건장하고 기민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죽음의 덫과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라고 할 만한 세 가지, 즉 내연기관, 화학 산업의 다양한 방향으로의 성장, 그리고 전기는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이는 걸음마쟁이를 돌봐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다. 집 밖에서는 차에 치일 위험이 악몽처럼 따라다니고, 집안에서는 유독 화학물질이 화장실 청소부터 엄마를 안정시키는 데까지 곳곳에서 쓰인다. 그 와중에 전기 소켓과 전기줄은 온 방을 치명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텔레비전의 안전 홍보광고와 병원의 홍보 벽보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불구가 되거나 숨지는 건 엄마 탓이라고 강조한다. 그것도 엄마들이 죄인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온갖 세목을 들먹이며 말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어린이를 홀로 두는 것은 형사법 위반이다. 그래서 아이 돌보기는 아주 긴장되며 애달프며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책임이고, 다시 한번 과학과 기술은 한편으로는 가사노동을 덜어주는 척하면서 도리어 일거리를 늘린다..
새로운 기술이나 과학의 폐해를 논할 때는, 기술 이전 시대를 황금의 시기로 추켜세우는 듯해 보일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이 위험은 가사노동을 논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가사노동이 언제나 힘들기 마련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또 기술이 여성들에게 육체적 노동을 줄여주고 선택의 여지를 제공하며 어떤 종류의 질병에서 해방되게 해줬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또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혜택이 모순적이라는 점이다. 피임 기술이 여성에게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할 일정한 범위의 자유를 줬지만 동시에 또 다른 건강상 위험을 초래했듯이, 살림용 기술이 일정한 이익을 가져다주면서도 결코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주지는 못했다.






IP : 210.121.xxx.22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04.6.1 3:26 PM (211.176.xxx.149)

    딴지거는것은 아닌데요..
    저는 이런식의 번역문을 보면 상당히 답답합니다.
    영어를 한국말로 옮겨놓기에 바쁜..이글을 읽고 한번에 자연스레 이해할수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요?
    ~~자인하거나, ~~하게 둠으로써, ~~인정하는데서 비롯되는 자책감??
    임금영역노동의 자동화..??

    님이 올리신 글에 대해서 드리는 말씀아니니 마음쓰지 마세요.
    단지 제가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 번역자의 안일한 태도가 더욱 눈에 거슬리네요.
    번역자가 시종 고수한 영어식 피동적 표현은 수험생 논술에서도 감점요인인데
    이런글들을 읽고 자란 학생들은 그런 표현이 올바르다 생각하고 십상이죠.
    답답하네요.

  • 2. 라일락
    '04.6.1 3:50 PM (211.172.xxx.108)

    관심있는 제목이어서 읽다보니 갑갑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번역상의 이유..

  • 3. 가운데
    '04.6.1 3:58 PM (211.215.xxx.229)

    많은 부분 수긍이 되고 일리있는 글이네요.
    그래서 갑갑하네요.

  • 4. 푸른꽃
    '04.6.1 11:22 PM (211.200.xxx.75)

    정확한 분석인것 같네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그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결국에는 가사노동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3510 [re] 올리란다고 올립니다....^^ 19 jasmin.. 2004/06/01 1,836
283509 아들놈의 샘....^^ 32 jasmin.. 2004/06/01 2,214
283508 감사합니다.. 다크호스 2004/06/03 887
283507 한국을 소개할 음식?? 6 다크호스 2004/06/01 927
283506 남편아~내 입도 입이다~ 7 깨소금 2004/06/01 1,081
283505 강아지 데리고 가실 분 있으신가요? 3 꼬마네 2004/06/01 884
283504 [re]관련기사 러브체인 2004/06/01 878
283503 또 지진같습니다 10 어부현종 2004/06/01 874
283502 축하 받고 시포영.... 10 칼리오페 2004/06/01 876
283501 헤라 ..설화수 정품을 싸게 살수있는 절호의 기회... 설화수 2004/06/01 989
283500 영어선생이 또 뭐 할수 있을까요.. 2 야니 2004/06/01 1,061
283499 문의좀 드립니다.. 2 수원댁 2004/06/01 872
283498 머리를 감을때 이런 느낌 있나요?(*임산부나 노약자 클릭금지* 열분 무서워도 머리는 꼭 감.. 12 깡총깡총 2004/06/01 1,498
283497 오늘부터 정지선 단속입니다. 안전운행 !!! 8 깜찌기 펭 2004/06/01 897
283496 스페인 다녀왔읍니다. 4 sca 2004/06/01 1,028
283495 가사노동시간이 줄지 않는 이유... (일부 발췌) 4 이참에회원가.. 2004/06/01 1,078
283494 인간의불완전한모습 4 답답이 2004/06/01 1,059
283493 어려운데..어찌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나나요? 3 아이키우기 2004/06/01 1,147
283492 백수탈출하는 남편 19 익명으로 2004/06/01 1,418
283491 목화 재배하는 분 계세요? 7 강금희 2004/06/01 899
283490 나도 엄마^^님......계신가요?...답변 부탁드립니다 2 궁금이 2004/06/01 893
283489 주민등록번호없으면... 1 새회원 2004/06/01 872
283488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6 동경미 2004/06/01 1,009
283487 같이 가고 싶은곳--경기도 김포 태산가족공원 6 깡총깡총 2004/06/01 904
283486 국민학생&초등학생 7 날으는 원더.. 2004/06/01 890
283485 이럴땐 선생님께 어떻게 얘기해야하는건지.. 2 초보엄마 2004/06/01 992
283484 오디가 익을 무렵 9 쉐어그린 2004/06/01 926
283483 기탄교육에서 한글지도지침서 공짜로 줘요!!!(빨랑 가보세요) 17 쵸콜릿 2004/06/01 872
283482 12년 다닌회사를 떠나며… 19 호야맘 2004/06/01 1,343
283481 명퇴 후 첫날 18 아녜스 2004/06/01 1,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