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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 받아 보셨나요?

champlain 조회수 : 1,254
작성일 : 2004-05-07 02:33:03
어제는 제가 일주일에 한번 coffee break 모임에 가는 날이였답니다.
이 모임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글을 올렸었지요.
한국음식을 잘 먹는 아줌마들이 많은 그곳...

바람이 좀 차긴 했지만 날씨도 많이 화창해지고 해서
둘째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출발 했지요.

둘째녀석..코에 바람이 들어가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공원을 가로질러 교회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스스~~스스슥~~하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뭔 소리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캐나다 여인이였습니다..

치아를 살짝 보이는 친절한 웃음을 날리고 인사를 하며 제 옆을 지나치는 그녀의 모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옷으로 멋지게 코디를 했더군요.

까만 야구모자를 맵시있게 쓰고
굵게 웨이브 진 머리는 상큼하게 하나로 묶어 모자 뒤로 늘어뜨리고
허리 선이 잘록한 까만 웃옷을 입고
밑에는 각선미가 확 드러나는 까만 스판 바지(바지라기 보다는 스타킹에 가까운)를 입고
화장도 화사하게 하고
(보통 여기 여자들 화장 잘 않 하는데 이 여인은 화장을 정성들여 다하고 운동을 하더군요..^ ^)

멀어져 가는 여자의 뒷모습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멋졌습니다.
몸매도 늘씬하니 이쁘고 폼타게 인라인을 타는 모습도 날아갈 듯 자유로와 보이구요..

그 순간 영화의 한장면, 무슨 뮤직 비디오의 한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앞으로 이동하는 화면이요..
순간 제가 그랬어요..

제 주변의 세상은 역동적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변화해 가는데
저만 가만히 서 있는듯한..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한다는 이유로
너무 저 자신을 돌보지 않고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 아래 우렁각시님도 써 놓았지만
요즘은 쇼핑을 가도 남편과 아이들 먹일 질 좋은 반찬거리 사는 것이 제일 큰 일이구요,
그담이 아이들 물건,,
가끔 남편이 좋아하는 컴퓨터 관련된 것들...
제 것은 어쩌다 한번...

옷도 체구가 작다보니 주로 gap kids 매장의 이월상품 코너에 가서 골라 입고(그럼 세금이 덜 붙거든요.)
화장품도 되도록 저렴한 drug store에서 사거나
에센스나 크림 같은 것은 두세번은 왔다갔다 망설이다 겨우 큰맘 먹고 집어 들고
열심히 샘플 챙겨 바르고(처녀 땐 샘플 챙겨 바르시는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댔던 제가요..)

울 남편 저희 쇼핑몰에서 파는 C화장품 샘플을 쓰고 제가 너무 좋다며 용기 바닥을 긁는 걸 보고
그렇게 좋으면 샘플만 쓰지 말고 너도 사서 바르라고 그러더군요..^ ^

무엇보다 저를 위해서 책이나 음악 cd를 사 본적이 없네요. 캐나다 와서 살다보니...
도서관에서 빌리면 된다며...궁상을 떨죠..
어쩌다 남의 집에 가서 보고싶던 책이 있으면 눈이 번쩍,, 잽싸게 한아름 빌려오고..

적다보니 좀 창피하네요..

남편은 가끔 이런 걸로 아쉬워하는 저한테 제발 그러지 말고 쓰고싶은 거 있으면 사서 쓰고
예쁜 옷도 사입고 주방용품도 기왕 사는 거 좋은 것으로 사라고 하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니 새가슴이 되어서 그러지 말자 말자 하면서도
자꾸 싼 것에만 눈이 가고 그래요..바보 같이..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는데(특히 한국은..)
이곳에 떨어져 살다보니 별다른 자극이 없어서 그런가(82cook이 그래도 저에겐 큰 자극이죠..)
마냥 게을러지고 소심해 지는 저를 발견하고
날씨는 한없이 화창한데 마음은 좀 우울했답니다.....
IP : 66.185.xxx.7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승연맘
    '04.5.7 2:45 AM (211.204.xxx.73)

    그렇게 사는 게 지혜로운 인생 아니던가요? 전 좀 투자과잉이라 그런 분들 보면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지...하거든요. 나중에 님같은 분들이 꼭 복을 받으시던데...
    우울하긴요...전 알뜰한 주부들 정말 부러워요. 타고난 천성이 쓰는 체질이라..
    다시 한번 맘 잡고 저렇게 살아볼랍니다.

  • 2. champlain
    '04.5.7 2:50 AM (66.185.xxx.72)

    승연맘님..반가워요..
    복스럽고 선하게 생기신 님의 사진(전에 포트럭파티 때) 보고 인상 참 좋으시다 생각했었죠.
    근데 전 한국 살 때와 지금과는 소비성향이 많이 달라져서 그런 제 모습에 제가 놀라곤 해요.
    가난한 유학생활을 견디다 보니 생활비 줄이는데 이골이 났거든요.^ ^

  • 3. 경빈마마
    '04.5.7 7:57 AM (211.36.xxx.98)

    당연하지요...우린 어쩔수없이 엄마이고 주부이고...
    저도 어쩌다 부부싸움하고 밖에 휙~~나갔다가 그동안 내가 못 사입은 것 다 사리라...ㅋㅋ
    그래봤자 만원짜리 두 세장 있음 많이 있는데...결국 남편 속옷과 양말 사온거 알아요?
    아이들이 크니 이제는 내 것을 고른다는 것은 꿈도 못꾸고 저도 얻어온 옷을 입는답니다.
    힘내세요..

  • 4. 나나언니
    '04.5.7 9:05 AM (221.149.xxx.162)

    결혼도 안 한 저와 나나는 왜 이 글 읽으며 공감하는 건지 -_-+ 다른 20대 아가씨들이 백화점 세일이라고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살 때...악다구니 쓰는 사람들 틈에서 한 줄에 1000원짜리 달걀 사고 뿌듯해 하고, 1인당 1개 한 정으로 500원에 파는 우유 사서 즐거워 하고...예쁜 그릇 보면 눈이 뒤집히고...TV채널은 항상 푸드TV 고정이고..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흐흐흐~ 그나마 저는 나나에 비해 덜한 편. 요즘 나나 보면 프로 전업주부 같다는...동네 사람들 눈에도 절대 자취생으로는 안 보일 꺼에요 -_-+

  • 5. 벚꽃
    '04.5.7 10:14 AM (211.229.xxx.244)

    음.. 진짜로 외국 여자들은 평상시에 화장을 잘 안하는가요?
    전에 어떤 기사에서 보니까 프랑스에서는 화장하고 명품사고 꾸미고 다니는 여자들은
    다 나이가 많은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서 그렇게 못한다.. 그러던데 맞아요? 진짜로 궁금해서요^^

  • 6. champlain
    '04.5.7 10:50 AM (66.185.xxx.72)

    경빈마마님..감사 해요.. 힘낼께요..^ ^

    나나언니님,,너무 재미있으셔요.. 나나님과 두분 정말 사랑스러우신거 아세요?

    벚꽃님..
    이곳 캐나다 여자들은 좀 소박하지요. 돈도 별로 없고^ ^
    그에 비해 유럽여자들(프랑스, 이태리)그리고 남미쪽은 멋을 많이 부려요.
    제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도 조금은 유럽쪽인거 같아요.
    아,이곳 할머니들은 연금을 받아 사셔서 그런지 오히려 멋장이들이 많아요..
    화장도 곱게 하시고 옷도 색깔 맞춰 정장들 빼 입으시고 악세사리 이것저것 하시고..^ ^

  • 7. 아라레
    '04.5.7 11:10 AM (221.149.xxx.87)

    챔님... 정말 아내, 엄마가 되고나선 절 위한 책이나 음악에 돈 쓰는데 너무 궁색해 진게 슬픕니다...
    작정하고 사봐야 요리책정도니..ㅠ.ㅠ
    저도 요새 저만 도태되는거 같아 무척 꿀꿀하고 심란해요.

  • 8. 미씨
    '04.5.7 11:26 AM (203.234.xxx.253)

    champlain님,,아라레님,,,저도 그래요,,,
    결혼전에는 책도 하나하나 사서 읽고 모우는 재미와,,뮤지컬이나 연극 무지 좋아했는데,,
    어느순간부터,,나에게 쓰는것은 과소비라는 판단아래,,,,
    궁색인지 모르겠지만,,화장품 샘플 열심히 챙겨서,,바르고,,ㅋㅋ

    경빈마마님,,,다음엔,,마마님,칭호에 어울리는 야시시,,속옷사가지고 들어가세요,,,

  • 9. 경빈마마
    '04.5.7 2:26 PM (211.36.xxx.98)

    미씨님...야시시 옷이 절 거부해요...뚱뚱하다고...

    나나언니...귀여워요...^^

    아라레 그대는 절대 도태 못됩니다요..왜? 파리가 있잖우...ㅋㅋ(82쿡)

  • 10. 호야맘
    '04.5.7 5:07 PM (203.224.xxx.2)

    champlain님~~ 오랜만이지요?
    주부가 되면 다들 그렇게 되나봐요.
    근데 전 그런 제모습이 좋기도 하답니다.
    예전에 롯데잠실 마르쉐에서 점심 먹는데....
    아이엄마는 메이커 옷에 악세서리에 치장하구요.
    그 옆에 자기 아들은 때가 꼬질꼬질 하다 싶을 정도로.. 전 그런 엄마들 싫습니다..
    같은여자로서... 우리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스스로 절 위로하는거죠..
    힘내세요~~ 우울에서 탈출하시고요.

    아라레님~~ 미씨님~~
    맞아요. 저도 음악, 책, 공연에 목숨걸었었는데...
    저도 요즘에 사보는 책은 요리책만... ㅋㅋㅋ
    그것도 몇권 안되요~~ 다섯손가락안에 꼽을정도니....
    경빈마마님 말씀대로 82cook이 얼마나 절 행복하게 해줍니까????

  • 11. champlain
    '04.5.7 7:31 PM (66.185.xxx.72)

    맞아요..아라레님께는 도태란 말이 않 어울립니다..^ ^

    미씨님도 반가워요..

    호야맘님 집에서의 휴식(^ ^) 한껏 만끽하고 계시죠?
    심심하시면 쪽지 날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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