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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울적 조회수 : 1,413
작성일 : 2004-05-06 13:41:16
어느덧 결혼한지 20년이 다 되갑니다.
우리는 2남1녀중 맏이구요, 바로밑에 시동생, 막내 시누이가 있습니다.
결혼전 시댁에 인사를 갔을땐 너무나 어렵게 사는걸 보고 놀랐었고, 아들 둘이 벌어서 생활하고 시누는 자기벌어 시집갈 돈을 모은다고 하더군요.
결혼전부터 시부모님은 당연 맞벌이를 원했었고, 동서 결혼할때도 맞벌이가 당연한 조건이었습니다.
또 결혼전부터 결혼후에는 당연 시댁에 생활비를 드려야 한다는게 조건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혼자 벌어서는 생활비를 대드릴 형편이 안되는걸 잘 알기 때문에 시부모도 당연 맞벌이를 원했던 거지요.
결혼전 이 결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너무 많은 갈등이 있었고, 실제로 헤어지기도 했었지만, 인연이란게 있는건가 싶을정도로 다시 이어지는 관계와, 평안해보이는 가족 분위기, 착한 남편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결혼준비하면서도 정말 돈한푼 없이 모든걸 융자로 해서 준비를 하고, 집도 융자로 작은 전세를 얻었습니다.  
전 결혼한 여자가 다니기에는 좀 거친 일을 하는 직장엘 다니고 있었지만, 그 융자와 매달 시댁에 50만원 이상이 가야하기 때문에, 또 만약 직장을 안다니면 시집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어려운 직장생활을 해나갔습니다.
시부모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험악한적도, 심한 말 한적도 없이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 평화롭고 좋으신 분들이고, 동생들도 착한편입니다.  시부모님은 생활비는 당연하게 받으시고, 선물이나 용돈을 두둑히 드리면 표정부터 바뀌시며 너무너무 잘해주십니다.  하지만, 집안대소사시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가움이 있습니다.  그걸 여러분들은 이해하실지...
시아버지는 50대부터 돈벌이 없이 자식들한테 용돈을 받아 썼고, 자식들은 별 불만없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돈벌어 부모부양을 잘 합니다.  정말 자식교육은 잘 시켰지요.
지금은 두분이 아침을 드시면 매일 병원으로 출근을 하십니다.  매일 어깨 허리 다리아픈곳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콧물만 잠깐 비치면 부리나케 병원엘 달려가십니다.  몸 아껴 건강하시면 우리한텐 도움이지요.  1년 약값만 100만원이 넘더군요.  
지금 50만원이라면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80년대 50만원은 정말 컸습니다.
동서도 지금까지 계속 맞벌이하며 시댁에 생활비를 대고 있지요. 하지만 시누는 매일 와서 살다시피 하면서 전업주부면서도 김치부터 시작해서 많은 반찬을 가져다 먹습니다. 허리아픈 엄마가 해준게 너무 맛있어서 자기가 못해먹겠다는군요.  말로는 효도 다 합니다.  올케들이 앉아있는데서 엄마 허리아파서 어쩌냐며 허리 주물러주고 다리 주물러드립니다.
그러면서 오빠한테 전화합니다.  엄마가 어디아프시대, 아버지가 어디 아프시대 하면서요.
결혼할 때 친정부모님 용돈 몇만원씩 드리자고 했다가 남편한테 거절당했습니다. 그런결혼 왜 했으며, 같이 돈을 벌면서도 왜 친정엔 그리 소홀했냐고들 묻겠지만, 가끔 일 있으면 남편에게 얘기안하고 드리고, 또 나 살기도 너무 바빠 그리 되더군요.  나 스스로도 바보같다고 생각되고,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응어리가 많이 졌습니다.  첨부터 친정에도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신경을 써줬으면 내 맘이 이러지는 않을텐데,  어떨땐 남편도 너무 밉고, 시부모 아프다는 소리도 너무 싫고,  온가족 내팽개치고 혼자 나가버리고 싶을때도 있습니다. 내나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사람으로선 너무 나쁜 상상까지도 하게됩니다.  어서 돌아가시라고, 앓아 누워있지 말고 자는 듯이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내가 너무 못됬지요?

우리아이들도 모두 장성해서 우리가 부모님께 잘하는거 다 보고 배우는거라 생각하지만, 나이 50이 다 되어서도 계속 일을하며 시부모 뒷바라지를 해가면서 늙어가야 한다는걸 생각하면 속이 터집니다.

IP : 211.52.xxx.25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금별
    '04.5.6 1:47 PM (211.198.xxx.41)

    남자들 참~ 이상해요
    울신랑도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 꽃이랑 케익보내드리고(지방에 계신관계로) 용돈 10만원씩 드리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님은 조금 더 드리면 안되느냐고 합니다..
    딱 거절할 수도 없고, 울엄마는! 하구 면박 줄 수도 없고...
    저녁에 다시 의논하자 했습니다..

    나두 신랑만큼 벌구 있구.. 가사일은 제가 다 하구..
    그리고 어버이날 케익에 꽃에 .. 용돈 10만원이면 적당한거 아닌가요???
    암튼 남자들 이기적인 작태... 싫습니다.
    시어머니 더 드리자 하면, 울엄마도 더 드릴래요...

  • 2. 못되지 않으셨어요
    '04.5.6 1:48 PM (152.99.xxx.63)

    제가 보기엔 하실만큼 하셨고 너무 착하신것 같은데요?
    한달에 50만원이면 절대로 작은돈 아니에요...그걸 80년대부터 해오셨으면,
    정말 잘하신 거지요...
    시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서 너무 당연하게 받으시는 것 같네요. 자식들도
    허리띠 졸라매고 드리는건데...시누도 얄밉네요.
    바꿀수 없는 현실이라면 될수 있는대로 맘 편히 가지시구요, 다 나중에
    복받는다고 생각하세요. 저까지 속상합니다.

  • 3. 짱여사
    '04.5.6 2:04 PM (211.229.xxx.18)

    울적님!! 참 장하세요...^^
    그리고 윗분 말씀처럼 한달에 50만원 그거 작은 돈 아니예요..
    님은 그래도 님은 동생분들이라도 착하죠..저는요 5남매중 막내 며느리인데요..
    저희보다 훨씬 더 잘 사는 아주버님이 어머님을 나 몰라라 하는 바람에 이제 갖 결혼해서
    힘든 저희가 병원비. 약값 다 댄답니다..
    참 답답하네요...
    최소한 살아온 세월이 서럽지는 않아야 한다는 어는 분의 글이 생각나네요.
    아직도 여자가 하기엔 험한 일 하시나요?

  • 4. 대단하십니다.
    '04.5.6 2:15 PM (203.234.xxx.253)

    울쩍님,,,
    정말,,대단한 며느리십니다..
    결혼해서 20년 가까이 그렇게 하셨다면,,,정말,,며느리이전에,,시부모님 자식같은 역할...
    충분히 하셨다고 생각됩니다..
    누가 감히 울적님을 욕하리오,,,,
    정말,,저역시 서러운건,,, 먹기살기 빠듯하다는 이유로 친정에 돈쓰기 인색한게,,
    넘 속상하네요,,,

  • 5. 해피
    '04.5.6 2:20 PM (220.116.xxx.216)

    저희 언니두 그렇답니다.
    결혼 12년. 형부 돈없이 결혼해서 전세대출받아 살면서 시댁엔 계속 지금까지 생활비 대구
    무슨 날 챙기구. 언닌 저희 엄마 생활비 조금이라두 대겠다는 말만 했을뿐 이젠
    무슨 날두 그냥 넘어가네요.
    지금두 통화하면 결혼하지말구 그냥 나랑 너랑 둘이 살았으면 참 잘 살았을텐데..
    참고로 저는 시어머니는 안챙기구 저희 엄마만 챙깁니다.
    몰래.. 안챙겨 주는척 하면서 신랑 없을때 맛난것 먹구요. 몰래 선물사드리구요..
    전 제가 행복해야 행복하게 가정두 지키구 그래야 가족 구성원두 행복할것 같아요.
    이땅의 모든 여자들이 행복해 지는 그날 까지 열심히 살아요!!

  • 6. ..
    '04.5.6 2:31 PM (211.227.xxx.120)

    전 제가 신랑보다 더 법니다.저희 신랑 당연히 가사 분담하구요(주로 아기보는것) 큰애는 시어머니가 봐주고 계십니다.저 용돈 안드립니다.가끔 필요하시면 드리고 어렵단 소리 많이 합니다.당신아들 잘 못버니 그러려니 하십니다.친정엄마 용돈 얼마전부터 드립니다(조금 나아졌거든요) 시어머니는 형편 더 피면 드릴라구요 시부 연금나오시고 다른자식들한테 조금씩받으시고 사시는데 문제 없구 친정엄마는 수입이 없으시거든요 이러면서도 가슴에 가끔 불나는데 님들은 너무너무 착하시네요 가끔 내가 남자면 이렇게 돈벌면서 집안일은 안할텐데 ..하구 생각합니다 이렇게 마누라한테 돈벌어다주면 대접잘해줄텐데..여자라 이렇게 돈벌어두 집안일하구 시부모 모시구..내가 왜 결혼했나 싶어요 담엔 꼭 남자루 태어나구싶어요

  • 7. 웃음보따리
    '04.5.6 3:09 PM (211.104.xxx.9)

    참 대단하시네요~ 저는 미혼입니다. 이런 글 읽으면 여자는 시댁에 머슴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 정말 많이 듭니다. 종종 시부모와 친정 부모님께 하는게 달라서 가슴아프다는 말씀 많이 하드는데 그래서 저도 만약 시집 가면 똑같이 해드릴랍니다. 시댁이 잘 살든 친정이 잘 살든~

  • 8. 나너하나
    '04.5.6 4:34 PM (222.110.xxx.93)

    저두 맞벌이인데 시댁에 월 50만원 이상 나갑니다...
    얼마전 로또 사면서 신랑한테 말했어요..
    로또되면 시댁엔 말한마디 안할꺼라구요..어찌될찌 눈에 선합니다....
    가끔 드리는 용돈에 친정부모님은 넘 고마워하시는데
    시댁에선 당연하게 생각해서 사실 넘 속상합니다.
    가끔 그런 생각합니다. 우리세대는 속으로야 어떻튼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는데 과연 울 자식들은 그런 생각조차 할까??

    결혼하고 나서 한번도 내돈 주고 향수 산 적이 없는거 있죠??
    미스땐 보너스타면 향수 모으는게 취미였는데..ㅠㅠ
    울 신랑은 항상 돈..돈 한다고 타박입니다..
    그래도 돈없어서 죽은 사람은 봤어서 돈 많아서 죽은 사람은 못봤다..합니다..

    울적님 !!! 힘내세요..
    좋은 일 많이 하셨으니 꼭 행복하실꺼에요..
    글쿠 울 시어머님도 우울증 거의 8년인데 저두 그런 생각했답니다...울적..

  • 9. 김혜경
    '04.5.6 10:07 PM (211.215.xxx.242)

    울적님...
    힘내세요, 그리고 속상하실 때마다 여기다가 푸세요...

  • 10. 이희숙
    '04.5.7 11:07 AM (211.202.xxx.34)

    부모한테 하는건 심는거란 생각을 하게되요. 언젠가 우리 자식한테 아님 자식이 받게 될거란
    생각에 그냥 하게 됩니다. 씨가 뿌려지고 싹이 나고 열매 맺는덴 시간이 좀 걸리겠죠?
    얼마가 될진 모르지만 꼭 거두실날 있으실 겁니다.
    주위에 이렇게 사는 집 자식들은 하는 일들이 잘되더라구요. 아마두 부모의 덕으로 그렇게
    된다고 저는 믿거든요...
    저도 님만큼은 아니어도 비슷은 한데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착한거 보며 위로받고 살아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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