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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왜 이런지, 내가 이상한 건지....
어찌저찌하여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하니까 조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겁니다.
가령 학벌이 좀 맘에 안 들면 그 사람이 머리가 안 좋아서 못갔냐, 집안이 어려워서 못 갔냐....
이러는 겁니다. 그것 뿐이 아닙니다. 또 키는 얼마나 되냐, 생긴 건 어떠냐.....능력은 얼마나 되냐....
사업이라 하면 사업규모는 어떠냐...직원들 월급은 제때 주냐...공무원이라 하면 몇급이냐..연봉이
얼마나 되냐....아이구, 어지럽습니다.
물론 맞선이면 중매쟁이가 다 알아서 줄줄 읊어주지만 이건 제가 중간에서 소개하는 건데 정말
답답하고 말이 안 나오더군요. 14년을 넘게 알고 지냈는데 첨 봤을 때나 지금이나 남자에 대해
바라는 건 다를 게 없더라구요. 그땐 그래도 나이가 어리고 파릇파릇한 청춘이라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그런 얘길 한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전 원래 성격상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늘 소개를 시켜주고 맺어줍니다.
하다못해 자동차며, 식당이며, 영업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되라고 입소문 다 내줍니다.
남녀관계면 더더욱 잘 해주어 50쌍이 넘는 선남선녀들을 커플로 연결해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한 친구도 있고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언니는 제가 어릴 때 만난 사람이고 여성적인 매력은 덜하지만 인간적으로 성실하고
요즘 보기드물게 알뜰한 구석이 있어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해줬습니다.
얼마나 까다롭게 고르는지 맞추기 되게 어려웠지만 제 주변에 마침 근사한 남자들이 몇명 남아
있을 때라 10명 좀 못 되게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직업이며 취미며 다양하고 인물도 훤칠하고 미남인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때 사귀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정말 탐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신문기자, 은행원, 대기업 사원, 학원강사....
누구나 선망하는 배우자감은 아니더라도 중간 이상은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하게도 이 언니가 1승만을 거두고 거의 참패했습니다.
다들 이 언니를 마다하는 겁니다. 본인은 아직도 잘 모릅니다. 제가 한번도 자세히 이유를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이 언니는 외모가 일단 인상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키도 160이 채 안됩니다.
학벌도 좋은 편이 못 되고 직장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자는 죽어도 승진 안되는 회사)
세련된 이미지도 아닙니다. 성격이 활달하지도 않고 취미도 없습니다.
일요일엔 12시가 넘도록 잠을 잡니다. 깨워도 안 일어나고 밥 먹고 또 잡니다.
같은 여자로 알고 지내는 데 이런 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하고
또 보통 남자로 만족 못하고 조건을 낱낱이 따지는 여자라면 본인도 많이 갖추는 게
미덕이라고 봅니다.
하두 툇짜 맞는 게 답답해서 제가 머리 만지는 법도 가르쳐 주고 얼굴 꾸미는 법도 가르쳐
주고 했는데 그것도 그때뿐입니다. 선보러 나가는 데 화장도 거의 안하고 입술만 바르고
나간 적도 있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멍해지더군요.
물론 인간적으로 얘기하자면 의리도 있고 솔직한 편이고 절대 남한테 해를 끼치거나 아쉬운
소릴 하면서 손 벌리는 성격은 아닙니다. 워낙 알뜰해서 돈도 많이 모았습니다.
제가 답답한 건 남자를 만나면서 머리 속으로 무지하게 계산을 한다는 겁니다.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학원강사를 해준 적이 있는데 미남형의 훤칠한 남자였습니다.
키가 크고 미남이니 인물은 됐고 아버지가 대학교수니 됐고 직장이 맘에 안 든다는 겁니다.
비전이 없고 어쩌고 저쩌고....전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할래다가 남자쪽 말을 들어보자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영 맘에 안 든다는 겁니다.
그런 와중에 이 언니는 학원강사가 비전이 없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남자라 맘에 걸린다는...
물론 남자의 다른 조건은 맘에 들었고 그래서 갈등을 하는 참이었습니다.
이 언니가 만났던 남자들은 후에 다 엄청난 여자들과 결혼을 했습니다. 신문기자는 같은 기자와
학원강사는 미모의 대학강사와 결혼을 해서 유학을 갔고 키가 작다고 한큐에 잘랐던 남자는 출세
해서 지금도 잘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도 아주 잘 했구요.
남자를 만나서 조건을 따지는 건 전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성격을 먼저 보고 맞는지 안 맞는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전 결혼해보니 배우자는 성격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언니에게 소개해준 사람들은 정말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조건은 아주 갖춘 게 없다면 모를까 소개해주는 사람도 어느 정도 맞춰서 해주는 건데 좀 화가 나서
뭐라고 할까 하다가 늘 그냥 지나갔습니다. 말해도 먹힐 거 같지 않아서요...
그 언니도 짝사랑을 두번 진하게 했는데 두번 다 실패로 끝났습니다. 남자들이 여자로 못 느끼겠다는
이유랍니다. 전 왜 그러나 했는데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남자는 아예 이 언니한테 관심이 없었고 다른 한 남자는 이 언니가 자기를 사랑하는 부분이 단지
조건이 좋아서 매달리는 것 같다는 겁니다. 명문대 출신의 박사였는데 집안이 어렵고 문제가 있어서
이 언니는 그때도 그걸 가지고 되게 고민을 했습니다. 집안이 안 좋다고....
하지만 그 남자는 그걸 다 감싸안고 뭐든지 수용하는 부유한 집의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그 언닌 뒤통수 맞은 거죠. 내내 기분 나빠 하더군요. 본인도 깊이 사랑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저도 미혼때는 이 언니하고 말을 하면 수긍하는 면도 있었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는데 제가 결혼을
해서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미혼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가요?
다들 남자를 사귀기 전에 이렇게 재고 또 잰다면 어떻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 언니를 알고 지낸 세월이 무색해서 다시 연락하고 지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1. 푸우
'04.4.15 1:16 AM (219.241.xxx.60)제가 아는 언니도 그랬는데,,올해 36이거든요,,
그 언니도 진짜 조건 따지고,, 인물보고,,직장,,다 따지고,,했는데,,
담달에 동갑이랑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더라구요,,
우리 모두 다른건 몰라도 동갑이라는 말에 성공했구나,,했습니다,,
근데,,결혼이라는 것이 너무나 사랑해서 콩까지가 씌어있을때 ,,,하지 않으면
그렇게 조건들이 자꾸만 느는것 같더라구요,,
그 언니분도 자기 인연이 있을꺼예요,,
굳이 글쓰신 분이 노력(?)하지 않으셔도,,2. 당연히
'04.4.15 6:42 AM (128.97.xxx.21)나이먹으면 더 고르게 되지 않나요?
전에 내사랑 누굴까라는 드라마를 볼때 이승연이 노처녀신세한탄을 하면서
이나이 될때까지 기다린것도 억울한데 뭐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 없다 - 그비슷한 대사를 하는거 봤어요.
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뭐 알아서 사시겠죠. (넘 무심한가...)
근데 대단하셔요. 어케 50쌍이나 성공을...직업도 아니시면서...
3쌍만 성공해도 천국가는 표를 예약할수 있다던데 님은 정말 일등석이시겠군요.
전 5쌍도 못해줬다는...해주고는 싶지만 제가 해주는 족족 안되는 케이스 - 사람마다 다릅니다.3. 알랴뷰
'04.4.15 6:46 AM (211.192.xxx.76)내놓고 조건 따지면 그래도 낫네요.
제가 아는 분은 말로는 조건 안 따지고 어떤 남자하고도 잘 살수 있다고 하면서 막상 이런 사람 어때요 하면 이리저리 계산 막 합니다.
옆에서 보면 좀 짜증나지만 어쩌겠습니까?4. ....
'04.4.15 7:42 AM (69.5.xxx.107)제 친구가 그렇게 골랐어요..너무 조건만 보길래 저도 똑같이 살아보니 성격이 제일이더라..그리고 가치관이 맞는것도 너무 중요하더라..그러면서 인간성 좋은 남자들을 추천했더랬지요..
근데..자기는 능력 잇는 남자가 착한 남자보다 더 좋다구...그러면서 34에 일류대 엘리트 만나 결혼했지요..
제작년...전 걔 전화 받다가 세월 다 지냈읍니다...
이혼해야겠다구....
성격이 이상하다구...
참내....너무 따지던 친구...잘 사는 친구가 드물고..내 친구가 아깝던 친구들 자-알 삽디다...
근데..그런 사람들 치고 옆에 사람 말 절대 잘 안듣지요.5. 모아
'04.4.15 8:06 AM (211.207.xxx.49)그래서 모든 건 겪어봐야.. ;;
6. 봄날
'04.4.15 10:31 AM (221.161.xxx.213)저주위에도 그런 언니있었거든요 얼마나 따지고 또 따지더니 별볼일 없는 대머리 아저씨 만나 애기낳고 잘 삽니다 결론은 기냥 냅두면 되지 않나시퍼요
7. 여니쌤
'04.4.15 7:20 PM (210.207.xxx.47)증말 성격이 젤루 중요하단 말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제 또래 미혼 친구들은 잘 모르는거 같아요.
유부 친구들이 아무리 설명을 해줘두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모르나봐요.
안따깝죠.
괜찮은 남자 놓치는거 보면..
저두 연결해주는 거 좋아하고 무지 애쓰고 다니는데.
50쌍이나 성공하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이젠 제 주위에 결혼할 총각이 거의 없어요.
결혼해야할 처녀는 너무 많은데.. 흐흐흑..
이제 누굴 소개해줘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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