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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부쉐의 점심

technikart 조회수 : 885
작성일 : 2004-03-25 21:45:46
francois boucher
le dejeuner, 1739
부쉐의 점심이라는 이 그림은 한국에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앤틱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본적 있을 그림이다.

오후의 한 부르조아 가정에서 차를 마시는 광경을 따뜻하게 그린 이 그림의 모델들은 바로 부쉐의 가족들.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 갈것은 부르조아를 귀족하고 쉽게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것. 부르조아는 우리로 친다면 상인이나 가구상, 의상 디자이너등등의 도시적인 직업군을 가진 계층을 말하는 것으로 성지나 작위를 가진 귀족과는 다른 계층에 속한다. 부쉐는 여성스러운 톤으로 신화의 모티브들을 그려서 18세기초엽 중엽에 큰 사랑을 받은 화가로 세브르 도자기와 보베의 카펫 디자인을 한 화가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직책 덕에 부쉐의 가족들은 부르조아지의 신분에 올라 그림에서 보듯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수 있었다.

이 그림안에서 보는 집안의 광경은 베르사이유를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아감을 느낄만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베르사이유의 장엄하고 역사적인 장식과는 전혀 다르게 편안하고 정겨운 집안 장식을 발견할수 있다. 루이 15세때 프랑스인들은 편안함과 안락함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늘 예식에 시달리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베르사이유 보다는 가족과 친한 사람들끼리 방문해 가며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디자인, 따뜻하고 안락한 시설에 관심을 가진다.
그전까지 커다란 저택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같이 살던 생활 방식을 떠나서 우리가 오늘날에 보듯이 가족만의 집이 최초로 부르조아지들의 삶에 등장하는 시기인것이다.
이런 개념의 등장은 건축, 미술,실내 장식,가구등의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기에 이 그림속에 장면이 늘 회자되고 있는것이다.

그림속에 배경을 잘 본다면 배경뒤에 특이한 오브제들을 발견할수 있다.중국 에서 가져온듯한 도자기, 은일것이 분명한 주전자,그리고 테이블은 놀랍게도 검정과 빨간 자개칠을 한 중국 스타일이다. 컵도 잘 보면 커피컵처럼 손잡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도에나 쓰일거 같은 컵인걸 볼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18세기 프랑스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18세기가 들어 무역이 늘면서 이국의 산물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화려한 공작새를 키우면서 부를 과시했던 중국의 부자들 처럼 프랑스의 부르조아지들은 일본의 자개와 중국의 도자기들을  즐겨 전시 해놓고 사람 청하기를 좋아했던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막 따라 놓은 음료수는 무엇일까? 18세기 이국의 산물이라면 대표적인 차와 초콜렛,커피다. 흔히 유럽은 늘 차와 커피, 초콜렛을 마셔왔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유럽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들여온 이국의 산물. 그당시 차와 초콜렛,커피의 가격은 매우 비싸서 엄청난 사치품이었지만 이것은 곧 상류사회를 점령하게 된다. 재미난것은 그 당시 초콜렛은 카카오와 설탕 게피, 그리고 바닐라빈을 넣어서 만들었는데 여성이나 귀족들에게 환영 받았으며 반대로 커피는 엄격한 종교 게통에서 주로 마시던 음료로 커피가 초콜렛보다는 보다 일찍 대중화 되었다. 18세기에 벌써 파리의 길목에 뜨거운 아침 커피를 팔던 노점상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이 그림속에 음료수가 뭐인가는 때때로 오르페브리라고 하는 은그릇을 전공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된다. 커피를 타 먹는 주전자와 초콜렛을 마시는 주전자가 다르게 생겼으나  그림 속에서는 명확히 묘사가 되어 있지 않아 사람을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부르조아지들이 초콜렛을 사랑했다는것을 보면 초콜렛 같기도 하고 주전자의 모양새는 커피 쪽에 더 가까워서 재미있는 논쟁의 소재가 된다.

이 그림을 보면서 그림속에 사람들 차림을 자연스럽게 느끼는것은 우리가 아마 집에서는 편안하게 옷을 입고 있는데 길들여진 탓일 것이다. 그러나 부쉐가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이것은 정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제시였다. 베르사이유의 거대한 침실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이 가족들끼리 자내는 시간에 조차 간단한 의복을 착용하지 못했다는것을 금방 알수 있다. 어마어마한 장식의 드레스를 늘 입고 살아야 했던 것은 17세기가 아직 집의 개념이 없고 보여지는것에 대한 기념만이 존재했던 시기임을 증명한다. 그림속의 인물들은 얇은 모슬린같은 천으로 된 잠옷같은 의복에 가운만을 걸치고 있으며 거대한 가발도 쓰지 않았다. 이 편안함을 보고 당시의 귀족들이 느꼈을 충격이란 어떠한 것이었을까?

엄마는 늘 아이를 데리고 당기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집안의 중심이 되는 요즘엔 그림속의 아이들이 등장하는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유럽사에서 아이가 가족의 일원으로 등재되어 부모와 동반하여 생활하게 되는것은 18세기 중엽의 일로 그전에는 귀족들은 물론 왕가의 자식들 조차 아이는 한낮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림에서 보듯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차를 마시고 각종 인형을 가지고 놀수 있다는것은 이 그림을 관통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  편안함 가족.안락 이러한 생각이 널리 퍼졌음을 보여준다.

그냥 엽서 그림이나 하면 알맞을 만한 이런 작은 그림속에서 그 당시의 이런 생활상을 엿보게 되는것이 그림을 알아 가는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IP : 80.11.xxx.9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라레
    '04.3.25 10:14 PM (210.221.xxx.250)

    호오.... 잘 읽었습니다. ^^

  • 2. 싱아
    '04.3.25 10:14 PM (221.155.xxx.63)

    저처럼 그림에 문외한 눈에는 색감,배경이 무지 고급스러 보입니다.
    명화를 자주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3. 프림커피
    '04.3.25 10:15 PM (220.95.xxx.142)

    technikart님! 전공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찌 이리 다방면에 박식하신지 궁금!!!

  • 4. 다시마
    '04.3.25 10:20 PM (222.101.xxx.98)

    재밌어요. 또해 주세요. 네? (조르는...)

  • 5. 크리스
    '04.3.25 10:28 PM (211.207.xxx.23)

    음...아주 흥미롭네요^^
    계속 좀 부탁드립니다.

  • 6. 김혜경
    '04.3.25 10:49 PM (218.51.xxx.237)

    서양의 그림에서 중국물건들이 종종 등장하죠...올랭피아인가...거기에도 좀 등장하지 않나요, 테크니카님?

  • 7. technikart
    '04.3.25 11:16 PM (80.11.xxx.96)

    헤헤헤 재밌다고 해주셔서 혼자 좋아하는 테크니카 ㅎㅎㅎ
    감사해용

    프림커피님 제 전공은요--전공관련글을 하나도 안쓰는 나-- 고전가구 감정이에요.
    그외 한국에도 그런 프로 있자네요.엣날 물건 얼마인지 갈켜주는 프로에서 늙은 아자씨들 나와서 아 이건 진품입니다 하는 사람들..흠 그거 전공하옵니다.

    혜경샌님 올랭피아에도 중국 물건이 나와요 @.@
    찾아 보러 총총총총 3=3=3=3=3=

  • 8. 이론의 여왕
    '04.3.25 11:16 PM (203.246.xxx.148)

    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너무 작아서 설명하신 것을 자세히 보기가 힘드네요.
    오늘은요, 글 읽기 전에 그림부터 한참 감상했어요.
    각종 신기한 오브제도 절반은 찾아냈구요. (혼자서 대견해서 으쓱으쓱~)
    담에도 또 기대할게요!!

  • 9. technikart
    '04.3.25 11:20 PM (80.11.xxx.96)

    이론의 여왕님 저두 사진을 대 따시 크게 넣구 디테일 사진들도 좌라라라락 넣고 싶은데
    링크가 자주 깨져서 작은 사진을 그냥 올렸어요..
    아 컴맹이라 사진 올리는것도 어렵삽네다 ㅎㅎㅎ

  • 10. ...
    '04.3.25 11:41 PM (220.121.xxx.77)

    그림에서 여러가지를 읽어내니 아주 재미가 있네요. 좋은이야기 감사합니다.

  • 11. 도전자
    '04.3.26 12:05 AM (211.178.xxx.199)

    오!!!!재밌어요. 마치 박물관에서 가이드 따라가면서 설명듣는 기분........
    학교때 배낭여행가서 박물관에서 한국단체 관광객들 따라 다니면서 설명 듣고 다녔거덩요^^

  • 12. La Cucina
    '04.3.26 12:12 AM (172.145.xxx.7)

    tech님 글 아주 잘 읽고 있어요. 너무 감사해요.
    이런 글 자주 올려주세요. 박물관 같은데 앉아서 구경하는 기분이에요 ^^

  • 13. 호야맘
    '04.3.26 10:04 AM (203.224.xxx.2)

    테크니카님~~
    저 테크니카님 왕팬이예요...
    어제 그림이야기 읽구서 감동 먹어서
    테크니카님 홈피 클릭해서 하루종일 거기서 놀았네요.
    테크니카님의 얼굴사진도 보고... 글도 읽구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긴글 하나도 지루하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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