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차로 데려다준대요"의 오해

잠이 안와서 조회수 : 1,177
작성일 : 2004-03-23 00:11:22

이틀전 막내동생 결혼식을 치룬 친정엄마에게 아이둘을 맡길 일이 생겼습니다.
보통때는 일이 있으면 지하철로 한시간 반을 유모차밀고 한아이 손잡고 그렇게 두아이를 친정아파트까지 데려다 맡겼었는데 오늘은 애기아빠가 데려다 준다길래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애들 아빠가 차로데려다 준대요. 열시반이면 도착하겠네요"
"그래?알았다"
애들 아빠는 친정까지 애들 데려다주는 것을 보고가겠다는 저를 "무슨 소리야, 강의시간(수강생임) 늦게"
하며 수강 장소근처까지  데려다주고 사돈딸 결혼식에  참석차 올라오셔서 이틀간 아이둘을 봐주셨던 시어머님을 고속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리고 친정쪽으로 향했나 봅니다.

늦은 강의시간에 쫒겨 총총걸음으로 강의를 들으러 갔고 그렇게 4시간 강의를 들은후 친정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친정에 와보니 친정엄마가 원망하는 목소리로,

"왜 이제와! 내가 딸을  멀리 시집보내야지. 원! 볼일도 못보고 아침 황금같은시간을 다보냈다!"
얘기를 듣자하니 두부모님이 지하철역에서 열시반부터 열한시 40분까지 기다리셨다는군요.
"제가 전화드렸쟎아요? 애들아빠가 차로 데려다준다고요"
"뭐라고 그러면 아파트까지 데려다준다고해야지 그냥 데려다 준다고하니까 지하철역에서 기다렸지!"

아, 답답해 !
애들아빠는 애들아빠대로 아파트에 아무도 없으니까(두분 다지하철역에 계시니 누가있었겠어요?)
앞 슈퍼에서 먹을것사주며 우는 둘째 달래며 큰ㅇ아이 손잡고 왔다갔다 잠긴문에서 기다리고...
결국 남편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지하철역까지 내려가봐서야 만났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엄마대로 저는 저대로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엄마, 내가 왜 일부러 차로 데려다준다고 전화를 했겠어요?"
"그래,난 나이 들어서 말 못알아 들어 그랬다"_쾅!-아파트 문닫고 은행가시는 소리

나중에 돌아오셔서 컴퓨터앞에서 누구에게 하소연 멜을 보내시는지 훌쩍 훌쩍 울고계시더군요.
심지어는  지하철역에서 하도 딸을 기다리시다가 딸이 안오니  지하철로 오다가 두아이를 잃어버린게 아닌가 싶어 걱정까지 했다는데 전 엄마의 이런극단적인 염려에 부딪치면 숨이 턱 막힙니다. 저의 엄마는 고교때부터 외할머니가 돌아가신후 소녀가장으로 5형제를 뒷바라지하시며 늘 동생들에 대한 책임을 지며 긴장해야 했기에 염려가 많으셨다고 합니다.

엄마가 가엾게 생각되어야하는데 전 왜 이렇게 화가 날까요? 제가 나쁜 딸인가봅니다.
항상 이런저런생각과 염려가 많은 엄마, 그래서 다른사람의 말을 "듣지"못하는 엄마에 대한
답답함과 딱함이 저에게는 동시에 있습니다.
오늘 혜경샌님의 친정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난 언제쯤 친정엄마를 이렇게 위해드릴수 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IP : 220.85.xxx.17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4.3.23 3:38 AM (68.162.xxx.7)

    그냥, 친정엄마니까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심 안 될까요?
    엄마니까, 엄마라서..
    전 친정 아버지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데요,
    그걸 알아차린 우리 신랑.
    " 그래도 살아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신 울 아버지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잘해드려라.'
    딱 한마디 하더군요..
    그저 부모님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2. 김혜경
    '04.3.23 9:56 AM (218.51.xxx.150)

    엄마한테...화내지 마세요. 차근차근 말씀 드리세요...
    엄마께...잘 해드리세요...

  • 3. 미백
    '04.3.23 10:57 AM (211.175.xxx.2)

    엄마가 나이가 드시면서 걱정도 더 많아 지시고 삐침도 더 많아지시는것 같습니다.
    가끔은 엄마를 이해 못하겠다가도,
    내 애들 대하는 심정으로 삐진엄마를 풀어드릴떄가 있어요
    엄마가 나를 그렇게 키웠겠지 하면서요
    본인도 속상하셨겠지만 걱정 많으셨을 엄마를 위해 기분 풀어드리세요
    그래야 나도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 4. 웃으세요
    '04.3.23 6:52 PM (82.224.xxx.49)

    가끔은 우리가 받고 있는것에대한 고마움을 잊어버릴때가 많죠.
    친정부모님께서 아이 봐주고 필요할때 sos치면 항상 도와주시는거.....언제부턴지는 오히려 일있어 바쁘다하면 오히려 서운해지고.....아이 맞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거 다 부모님 덕분인데...복받으신 줄 아세요.
    엄마가 이 세상에 안계신다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래도 계속 화가 나시나요?

  • 5. 메누리
    '04.3.24 11:13 AM (61.77.xxx.148)

    저희 엄마도 나이가 드셔서 아무래도 답답한 행동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전,그냥 무조건 엄마 편을 들어줍니다. 나이 드신것도 서러운데 딸까지 이해 못해준다 생각하시면 서글프시지 않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803 마일리지로 휴가 가게 생겼네요.. 5 지마샘 2004/03/23 884
17802 코코샤넬님쟈스민님 어쪄죠 저와 82cook은 만나기.... 11 조용필팬 2004/03/23 1,075
17801 일주일에 4kg이나.... 46 살맛나는 여.. 2004/03/23 2,366
17800 혜경 선생님~ 로긴이 안되네요, 계속! 1 거북이 2004/03/23 1,114
17799 마음에 드는 시 버팔로 2004/03/23 886
17798 감기 1 써니(수원).. 2004/03/23 881
17797 협조를 함이 마땅하건만.... 7 김흥임 2004/03/23 1,445
17796 친환경농산물 인증 이두영 2004/03/23 888
17795 "차로 데려다준대요"의 오해 5 잠이 안와서.. 2004/03/23 1,177
17794 여자라서 행복했던 포트럭파티 이야기 12 물빛 2004/03/22 1,525
17793 집단식중독 4 윤선영 2004/03/22 890
17792 예방접종도 무섭네요,, 11 푸우 2004/03/22 922
17791 낯을 심하게 가리는 아이? 7 에잇..익명.. 2004/03/22 913
17790 포트럭파티 레시피.. 6 Mix 2004/03/22 1,470
17789 아이를 더 이상 낳지 말아야할까보다 7 노키즈 2004/03/22 1,361
17788 나나님! 나나롤 질문이요. 7 김은희 2004/03/22 882
17787 포트럭 참가기^^ 12 커피앤드 2004/03/22 1,473
17786 우리 먹거리 - 농약은 정말.. 시로.. 9 두사니 2004/03/22 905
17785 어제 포트락파티 후기와 사진입니다. 28 빨강머리앤 2004/03/22 2,409
17784 "시"자가 붙은 사람... 15 김동숙 2004/03/22 2,161
17783 포트락 후유증 8 다시마 2004/03/22 1,597
17782 조개구이집 망했다~~~~~~~(서산댁님 땜시^^) 8 제비꽃 2004/03/22 1,558
17781 몸에 이로운 중금속 배출 음식.. 4 최산옥 2004/03/22 1,180
17780 이젠... 벙개라는 말만 들어도 가심이 덜컹... 4 은맘 2004/03/22 899
17779 한글이름의 이미지 파일이 배꼽표시만 되시는 분들.. 4 럭키걸 2004/03/22 880
17778 서산댁의 인사 16 서산댁 2004/03/22 1,593
17777 포트럭파티 후기를 보고.. 7 제임스와이프.. 2004/03/22 1,219
17776 흐~엉~엉~!! ㅠ,.ㅠ 5 뽀연 2004/03/22 943
17775 사진없는 포트럭 파티 후기.... 16 미백 2004/03/22 1,252
17774 언제 서울 벙개 했습니까? 3 햇님마미 2004/03/22 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