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열심히 시청하는 한 티비프로그램이 있다.
영국의 리앨러티(reality) 프로그램으로 제목은 <Big Brother>다.
일정 수의 사람들을 한 집에 몇 달 간 머무르며 외부와 통제된 생활을 하게 한다. 이들은 매주 투표를 통해서 집에서 추방되는 후보 몇명을 정하고 시청자들은 전화투표로 추방되는 사람을 결정한다. 물론 나중에 한 명 남은 사람이 최종 우승자다. 처음에 이 프로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출연자들이 다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졌다. 이 Big Brother 집에 벌어지는 일들이 내가 경험했던 사회나 직장의 어두운 한 단면과 비슷한 것 같아 나름대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시청의 늪에 빠져... 벌써 두달 이상 매일 이 프로를 보는 애시청자가 돼버렸다.
그런데 오늘 나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출연자들이 다 너무 사랑스러워보이는 것이 아닌가.
유레카!
며칠전 기도로 간구했던 답을 순간적으로 얻은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였던가..난 점점 사람들에게 염증이 났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물증은 별로 없었지만 '성악설' 쪽으로 심증이 굳어져갔다. 소위 기독교 신자라는 내가, 사람들을 이렇게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에, 체증에라도 걸린 듯 나는 가끔씩 끙끙댔다.
며칠전에도 이 문제로 하나님께 진지한 기도를 드렸다. 좀 의외였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티비화면으로 답을 주신걸까?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남들 험담도 즐겨하고 신경질도 자주 내고, 우승을 해서 큰 상금을 타겠다는 물욕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면 볼 수록 내 눈에는 이들이 박씨부인이 허물 벗듯 점점 더 사랑스럽게 변해갔고, 급기야 오늘, 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고 있는 내 자신에 '찌리리' 스스로 감전이 되버린 것이다 .
그렇다.
누구나 처음 모습은 좀 낯설지만 깊숙히 알게 될 수록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존재로 변하는 것을..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눈이, 아니 내가 변하는 것을.
이런걸 어린왕자는 <길들여진다>라고 한거지.
오늘 밤 나는, 하늘에 박혀있는 무수한 별들처럼 우리들의 세상에도 꼬옥 껴안아주고 싶은 사람들이 무수히 박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옛날의 가설을 다시 조심스레 보듬어 본다.
P.S. 사람이 별이면 이 세상은 하늘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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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eka!
katie 조회수 : 895
작성일 : 2004-03-14 08:52:51
IP : 80.186.xxx.16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4.3.14 9:13 AM (218.237.xxx.230)사람이 별이라면 세상은 하늘이 되는 걸까...
이 문구에 필이 꽂히네요.2. 솜사탕
'04.3.14 1:42 PM (68.163.xxx.145)세상 사람들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한다면..
바로 여기가 천국이 되겠지요. 기뻐하시니 좋습니다. 축하드려요!!3. 거북이
'04.3.14 9:46 PM (203.26.xxx.213)귀중한 걸 찾으셨네요!...*^^*
호주에서두 인기리에 방송했던 프로죠, 물론 영국관 출연진이 다르겠지만요.
저 역시 처음엔 상당한 거부감이 생기더라구요,
근데 회가 거듭될 수록 그들이 좋아졌어요.
그 솔직함이 아니 그 이중성들이 "아! 인생이다" 란 생각을 하게된거죠...^^
호주 최종우승잔 남자 대학생이였는데
방송 중에도 "조타!"를 수시로 외쳐서 "왠 조타??"...
ㅎㅎㅎ...다름아니라...
한국친구들한테서 배운 기분좋을 때 쓰는 말이라고..."좋다!"
아마 그 친군 지금도 "조타!!!"를 외치고 있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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