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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쿨에서 만난 엄마들

프림커피 조회수 : 1,371
작성일 : 2004-03-13 22:36:12
울 딸은 올해 다섯살입니다.(만으로는 아직 3세이지요.)
전 사실 아이교육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또 직장을 다니다 보니 정보도 부족해서
그냥 신기한 한글나라 하나 시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봐줄 사람이 없어서 24개월부터 놀이방 종일반을 보내서 지금껏 놀이방에만
의지해왔는데 슬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마음같아서야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너무 일찍끝나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냥 놀이방에 보냈죠. 근데 놀이방이란게 보통 아파트1층을 개조해서
만든것이라 하루종일 바깥에도 안나가고 좁은데서 부대끼는것 같아서 좀 그렇더라구요.
그러던중 동네에 브레인스쿨이 생겼어요. 한솔교육에서 운영하는건데 1주일에 한번가고
70분 수업(만 3세반)에 한 반 정원이 4명이더군요. 마침 토요일은 제가 쉬는 날이기 때문에
저도 극성엄마 대열에 합류하고자 거금을 들여 수업료를 내고 등록했지요.
(정말 비싸더군요. 정말 직장인들이 세상 물정은 더 모르는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 반응은
뭘 그정도가지고.... 히더군요.)
오늘이 2번째 간 날인데, 지난번에는 우리반이 3명이었는데 아이 한명이 다른 반에서
옮겨왔더군요. 6개월씩 월령을 맞춰서 반을 짜는데 얘는 요 앞반이었나 봅니다.
4세반 부터는 6명씩 수업을 하니까 그 엄마 생각에는 자기 아이가 개월수가 좀 빨라도
4명이서 하는 수업환경이 마음에 들어서 옮겨달라고 했다나봐요.
수업을 하는동안 엄마들은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엄마들이 자기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합니다.
"쟤는 왜 이반으로 내려왔대?
"아마 진도를 못따라가서 지네 엄마가 옮겨 달라고 했다나봐."
"우리 애는 또래애들보다 빠른데 좀더 빠른애들(개월수 많은 아이들)반으로 옮겨달라면 안될까?"
그때부터 우리애는 뭐가 잘한다. 호기심이 많다. 집중력도 좋다. 못하는말이 없다. 영어도 잘한다.
자기 아이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겁니다. 마치 경쟁붙은 것처럼요.
또다른 아이가 수업중에 나와서 안들어가려고 하자, "쟤는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러네"
하면서 급기야는 원장선생님을 몇몇 엄마들이 부르는겁니다.
"우리 애는 수준이 높으니까 좀 더 개월수 높은 아이반으로 옮겨 주세요."
"쟤는 좀 처지니까 밑에 개월수로 옮겨주세요"
자기들끼리 반을 막 편성하는겁니다.
원장선생님 말씀이 "어머니, 다 자기 애들은 제일 똑똑한 법입니다. 다른 어머니들도 다 마찬가집니다.
다 개월수에 맞게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짜져 있으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마세요.
그리고 이 반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는 말은 쓰지말아주세요. 그냥 4명 있는 반이 좋아서 어머니가
옮겨 달라고 하신것 뿐이지 아이가 처져서 옮긴 거 아니니까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구요."
그러나 그 잘난 멏몇 엄마들 자기들끼리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옆 교실로 옮겨가서 아직도
미련을 못버리고 똑똑한 내 자식 수준 높은 반에 못옮겨줘서 안타까워 하더군요.

전... 물론 가만히 있었죠. 다 자기 자식이 똑똑해 보인다던데... 전 아니거든요.
다른애들보다 말수도 적은 것 같고 특별히 똑똑해 뵈지도 않거든요.  전 그냥 토요일날 아이 심심해할까봐'데려간 것 뿐인데. 엄마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더군요.

예전에 한 개그맨이 TV에서 한말이 기억나는군요.
아기때는 내 아이가 천재인줄 알았다. 유치원에 보내니 남들도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초등학교에 보냈더니.. 좀 처지는구나 싶었다.
중학교에 보냈더니....좀 모자라는구나 싶었다.
고등학교에 보냈더니... 웬수가 따로 없었다... 라구요.

그나저나 아무 생각없이 그냥 재미있으라고 보낸 저와 영재교육을 기대하고 보낸 엄마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것 같네요. 머지않아 극성엄마 대열에 합류할것 같은 불길한예감이...
IP : 220.95.xxx.14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왕년에 천재엄마
    '04.3.13 10:46 PM (220.95.xxx.142)

    나도 우리아이 어릴때 하도 글자도 잘 읽고 한자도 잘 읽고해서
    천재인 줄 알았답니다. 동네서도 난리구요.
    지금은.. 서울에 있는 대학만가도 서울대라던데.
    서울대 못가고 아침마다 천안가느라 바쁩니다.
    개그맨 말이 다 맞습니다.

  • 2. 에구구
    '04.3.13 11:00 PM (211.177.xxx.122)

    지나고 보니 극성엄마가 따로 없고 저 자신도 못지 않은 극성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아, 원글님이 극성엄마란건 절대 아닙니다.
    님,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그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전 큰 애는 많이 크고 둘째가 아직 어려 유치원에서 젊은 엄마들 자주 보는데
    고작 30대 초반쯤 되는 젊은 엄마들이 다들 넘 이뿌더군요.
    다리도 길쭉길쭉하고 머리도 긴생머리. 피부도 아직은 팽팽.
    근데 그 엄마들 자신들이 얼마나 이쁜지, 얼마나 좋은 때인지 잘 모르는 듯
    벌써부터 아이들 걱정에 고민 많더군요.
    걱정이 첩첩산중 기다리는데 벌써부터 자식 걱정 시작하면 넘 억울하잖아요?

    젊디 젊은 엄마들이여,Take it all easy and enjoy yourself !!!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영어가 되는구랴...ㅎㅎㅎ)

  • 3. 빈수레
    '04.3.13 11:16 PM (211.205.xxx.29)

    프림커피님, 그런 쪽 극성엄마 대열에서는 그저 정보만 얻어내시고....
    님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꼭 필요한 것만 보내시고, 시간이 날 때마다 좋은 구경을 시켜 주세요.

    봄에 노란 민들레...하~얗게 날개가 달리면 입으로 불어 날리기....
    거창한 미술관 전시물이 아니더라도, 백화점 갤러리라도 자주 데리고 가시고, 자연에서, 노는 곳에서, 주변에서 많은 걸 보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족치 마시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세요.
    나이가 어리다 싶어도, 엄마가 그 나이로 내려가고, 그 나이에서 들었을 때 궁금한 걸 다시 아이한테 물어보고....

    직장맘들, 마음이 많이 불안한 것은 알지만.
    무조건 일등이어야 하는, 내가, 내편이 이겨야 한다는 "한국인"병.
    세상사 모~~든 것에 이기고 짐이 있을 수는 없는데도.

    평균율에 맞추기 보다는 뛰어나고 타고난 것을 밀어준다....는 생각으로.
    어떤 분야, 어떤 자리에 있어도, 그 외의 사람들과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으로...란 생각으로.

    님과 님의 아이에 맞는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가시길.

  • 4. 바바리언
    '04.3.13 11:37 PM (218.37.xxx.54)

    우리딸과 같은 나이네요.
    전 몇달전부터 언니집근처의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데요. 얼마전까지 그냥 놀이방인줄
    알았는데 울 언니가 어쩜 그리 무심하냐고 어린이집이라 하더군요.
    사실 뭘 배운다기 보다 친구가 필요할 나이라 무조건 놀아라 친구들하고 하는 심정으로
    보내거든요.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영어도 가르치고 한글도 가르치고 하나봐요. 얼마전까지는 영어
    단어를 몇개 알아와서 계속 이거 영어로 뭐야 저거 영어로 뭐야 궁금한 것도 많더니
    요즘은 한글을 배우는 것 같던데요. 그런가보다 했는데 울 언니가 어느날 저를
    보면서 너무 좋아 울딸이 드뎌 한글을 아는것 같다고... 해서 보니 연습장에 가나다라...
    죽 써놓았는데 제앞에서 가방에 가 나비에 나식으로 읽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
    가를 물으니 영 딴소리.. 완전히 암기식이었는지 어쩐건지...

    전 학교가기전까지 한글만 다 띠게 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 마음이
    변할까 걱정도 되고 합니다. 요즘 엄마들을 보니까 정말 정성을 기울이시는 분들이
    많아서...

  • 5. 혀니
    '04.3.14 8:21 PM (218.51.xxx.162)

    전업주부여도 맘이 많이 불안해요...내년에 학교가야하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뭐 일학년이 두자리수 덧뺄셈을 한다더라구요...이게 진짜인지...
    저희 아이 아직도 일부터 이십까지 세봐 하면 제대로 세다가 하나부터 스물까지 세봐 하면 중간에 몇번 빼고 세는 특이한 놈인데...덧뺄셈따위 갈쳐본건 숫자열안에서 해본게 전부이고 이나마도 손가락죄펴고 해야 반반 확률로 맞추던데...
    한글도 읽는 거만 되는데...알림장도 써와야한다던데...
    걱정되요....때되면 다 알아서 하리라 내버려 둬도 막상 학교앞에 서면..
    안그런 애들 생각나서 걱정됩니다...학교가서 바보취급받거나 할까봐요...

  • 6. 아로아
    '04.3.14 9:59 PM (211.172.xxx.46)

    혀니님 울 아들 1학년인데 두자리수 덧뺄셈 못해요..ㅎㅎㅎ
    울 아들 6살 후반기에 한글 읽는다고 제가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네요..워낙 안 시키니 기대도 안하는데 요즘도 읽는 건 잘하는데 쓰는 건 별로예요..제가 책을 많이 읽어줬었더니 읽는 건 잘하네요..1학년 교과서가 차근차근하니 전 별로 걱정안해요..다만 친구들이랑 대화하는 걸 듣고 있으면 좀 화나요..울 아들이 무식해보여서..근데 울 아들 레고 만들기는 거의 도사예요...7시간씩 앉아서 스타워즈 시리즈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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