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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만의 청소
낱낱히 밝히는 까닭에 누워서 침뱉기지만...
혹여라도 저같은 분들을 위해 씁니다.
요새 정말 기운이 없었습니다.
일할 기운, 일할 의욕이요.
집안일 하는거에 전업주부가 이러하니
사회생활 했으면 당장 퇴출 1순위였겠지요.
제가 앓아누웠던 적이 2주전...인가요?
그 때부터 쌓아놓기만 하고 하지 않은 집안일이
계속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집이 지저분해서 대청소를 해야하면
반찬이 떨어져서 만들어 놔야하고
식생활에 신경을 쓰다보면 빨래가 밀리고..
하루에 뚝딱 집안일을 명쾌하게
해치우지 못하는 저로서는 하루가 넘 짧고...
(아기 자는 동안 설겆이 조차 못합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서. ㅠ.ㅠ)
이런 식으로 집안일의 연체현상이 심해져서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정신없이 헥헥대다가
결국 앞치마 둘러쓰고 한 손엔 행주, 한 손에 걸레들고
"배째라--!!" 하고 집안일의 파산선고를
내릴 지경이 되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최소한의
밥짓기와 설겆이만 하는 부엌일만 하고
청소는 하면 뭘하나- 바로 어질러 질걸..
빨래? 팬티 넉넉하니까 갈 때까지 가보는 거야.
매일 우거지 상에 한숨만 폭폭 내쉬며
집안 분위기를 매우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었습니다.
꼭 <행복이 가득한 집>의 집안일에서 도피한 리카처럼요.
엊그제 오밤중 물쇼를 벌인뒤로도
제 우거지상과 같이 우거지로 어질러진 집안에서
남푠이랑 퍼득거리며 싸웠습니다.
저 남푠 무지하게 갈구고 못살게 굽니다.
행복하게 보이는 광경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고
심연에선 거대한 문제거리가 잠겨있고
불화로 항상 분란이 잦습니다. -_-
퇴근후 들어온 집안에 이불 뒤집어 쓰고 드러누운 저.
암말도 안하고 저혼자 부시시 일어나 혼자 저녁 차려먹고.
딸래미 울거나 보챌땐 일부러 큰소리로 야단쳐대고.
다시 이불 드러쓰고 누웠습니다.
남편, 한숨을 폭 쉬더니 자기가 알아서 저녁 차려먹고
팔 걷어붙이더니 돌아다니면서 어질러진 것을 치웁니다.
여기서 잠깐.
남푠의 청소 스타일은 일단 물건들을 안보이게 어딘가에 쟁여놓고
깔끔하고 방안이 훤해 보이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야. 진짜 깨끗이 치웠네?" 하고 보면
정작 방바닥엔 먼지랑 머리카락이 수두룩...
저는 어차피 또 쓰게 될 거니 그대로 있던 자리에 보존.
물건을 하나하나 들었다 놨다 하면서
먼지를 빨아들이고 걸레질을 합니다.(더 힘듭니다)
그러니 보기엔 하나도 안치운거 같고 어수선해 보이지만
실지론 먼지도 없고 보송보송 하죠.
며칠간 수수방관하던 집안은 정말 구제불능 상태였는데
그 때문에 제가 더더욱 의욕도 잃고 싸매고 누워있으니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자기가 나선거죠.
책이라면 무조건 와르르 책장에서 쏟아내어
바닥에 널친다음 그 위를 인디언 스텝을 하며
자근자근 짓밟는 딸에게 질려서 저는 책을 꽂지도 않는데
아기 장난감이며 책이며 침대발치에 수북히 쌓여있던
옷가지도 차곡차곡 챙겨서 넣고...
평소 전공대로 일단 집안이 멀끔해졌습니다.
원래 내가 해야할 일이었는데 퇴근해 돌아온 사람에게
일 시킨 일말의 양심때문에 제가 걸레질을 했습니다.
둘이 합심해서 치우니 미치광이 산발같던 봉분이
추석직후 말끔해진 것처럼 집안이 상쾌해졌습니다. ㅋㅋ
이 기회를 붙잡아 앞으론 하루 걸레질을 두번 하기로
결심했고요. 자주 청소하면 그만큼 치울게 없어지겠죠.
그래도 거드름쟁이에다 왕뻔순이인 제가
남편에게 이 기회를 틈타 한소리 안했겠습니까? -_-
"거봐. 치우니까 좋잖아. 앞으론 어지르지 좀 마."
제 말에 기가 턱 막히는지 눈알을 허공으로 한번 굴려주더니
입을 뻐끔뻐끔 하대요.(도마 위에 올라온 생선처럼)
"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야. 솔직히 오늘 치웠던 물건들중에
내 물건 하나라도 있었어? 죄다 혜원이 물건이고
자기 옷가지에 자기 물건이지."
그렇습니다. 솔직히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일년 365일 집안에 있는 제 패션은 만년 츄리닝.
갈아입을 옷가지를 침대에 쌓아 봉분을 만들어 논것도
다 남편의 짓입니다.
내가 해놓은 일도 아닌데 일일히 쫗아다니면서
치우고 닦고 정리하는 일에 부아가 나다가
하면 뭘하나 하는 자포자기 심정이 돼더니
아예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거죠.
정말 "내가 만든 그 많던 두부조림은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_-
정말정말 집안일에 지치고 하기 싫을 때
저처럼 배째라 식으로 한번 나가보면 어떠하실까요?
부군들께서 참다못해 나서게 된다면(앗싸!)
같이 집안일을 하면서 부인의 스트레스와
노동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고
그게 안됀다하더라도(필요한 건 남편보다
더러움을 견딜 수 있는 끈기입니다. -_-v)
최소한 며칠동안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
푸욱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럼 차근차근 치워가면서 자신의 마음속의 때도
같이 벗겨나가구요.
(저 그간 마음속의 때가 한더께는 쌓였더랬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아
조금씩 이것저것 해볼까 찔러보고 있습니다.
일차 목표는 쟈스민님의 두번죽인 소세지. ㅋㅋㅋ
참.. 주부로서 너무 한심스러운 이야기를
길게도 썼습니다만 여행은 커녕 외출조차 힘들고
콧구녕에 바람 쐴 일은 마트갈 때 외엔 없는
제 사정을 불쌍히 여기셔서 봐주세요...
1. 나도 한땐
'04.3.1 1:21 PM (203.236.xxx.220)아이가 어릴땐 모든 일이 내 한계이상인것 같아요.
십년전 내 모습인것 같고,,
저의 작은 tip
요즘 나오는 초극세사 밀대나 부지포 밀대를 이용해 보세요
저는 전화가 오면 한손엔 전화, 한손엔 밀대를 들고 온 집안을 누빕니다.
한통화 끝나면 바닥 청소 끝, 또 전화오면 마른 걸레로 탁자위, 티비위 청소, 다음엔 윈덱스들고 유리,거울 청소
단점은 친구들이 전화할때마다 헐떡거린다고 뭐라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시간 잡아 청소하기 실을땐 이렇게 라도 해야지2. 아라레
'04.3.1 1:33 PM (210.221.xxx.250)저도 전화 받으면서 걸레질이나 설겆이 하곤 해요. 정말 헐떡헐떡 거리면서 말하고
전화 끊고 나면 목이 외로 확 꺾여져서 힘들죠. ^^;;
물건정리하고 걸레질 할때마다 엉겨붙어서 못하게 하는 아이때문에 자꾸 저도 게으름을 피우게 돼죠...
정말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문젠것 같습니다. -_-3. 깜찌기 펭
'04.3.1 1:41 PM (220.89.xxx.6)아라레님 봄타시는거 아니세요?
훌쩍 친정나들이라도 다녀오세요.
대구에 오셔도 좋습니다. ^^4. scymom
'04.3.1 3:51 PM (218.39.xxx.15)힘내세요, 애기가 빨리 커야 엄마가 편한데,
이쁜 행동 하는거 보면 크지 말고 고대로 있었으면 싶기도 하고,,,^^
바람이라도 순해야 햇빛 쐬러 나가시지.
빨리 날씨가 풀려야죠?
이 번 주는 춥다는데.5. 키세스
'04.3.1 4:44 PM (211.176.xxx.151)정말 대구에 오셨으면 좋겠다는... ^^
주말이나 시간나면 신랑한테 혜원이 데리고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하세요.
치운 자리가 표시가 나야 좀 보람이 있지 치우고 돌아서면 원상복귀되는 거... 정말 힘 빠지는 일입니다. -_-
저는 워낙 고운 심성을 가져서 ^^; 어질러져 있는 것을 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이 병이거든요.
우리 신랑이 고생이 많지요. ^^6. ido
'04.3.1 8:58 PM (62.134.xxx.27)ㅎㅎ.....저랑 똑같애요..아라레님......흑흑......아라레님이 만든 그 많던 두부조림은 누가 다 먹어치웠을까.....
7. ido
'04.3.1 8:59 PM (62.134.xxx.27)정답. 아라레님 남푠!
8. 김혜경
'04.3.2 12:58 AM (218.51.xxx.14)저도, 거의 2달동안, 숨어있는 일 안하고 밀어뒀는데...
이제 조금씩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있답니다.
그냥 쌓아둬도, 별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하세요...전 쌓아둘 수 없는 입장이라서..9. 카푸치노
'04.3.3 9:48 AM (211.192.xxx.76)훗..아라레님 아직은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시기 맞아요..
휴일이면 적극활용(?) 하세요.. 일주일치 집안일..
울 남편은 답답한지..
장봐오라니까, 매직블록까지 사와서..
직접 문이며 창틀까지 벅벅 문지르며 닥더군요..
저도 아이키운다는 핑계로..
요리 이외에 것들은 자주 파업합니다..
맛있는거 만들어주고, 청소해달라고 꼬십니다..킥킥..
근데 청소는 정말 힘이 필요한거라 남편이 더 깨끗히 해요..
있을때 잘해!! 가 아닌..
있을때 시키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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