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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되먹은 딸년!!!

쮸쮸바 조회수 : 1,393
작성일 : 2004-02-25 10:16:24
전 결혼 일년이 쫌 안된 직장 다니는 아직은 어리숙한 주부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친정에 들리는데  직장에서 가깝기두 하구
신랑이 저녁 먹구 아홉시 넘어서 오니 그냥 저녁두 얻어 먹을겸 들르지요.
근데 집에 돌아갈라면 엄마는 두부며 다시마, 김, 감자 몇알, 무, 심지어 콩나물 요런걸
챙겼다가 손에 들려 주시면서 등을 쓰다듬어 주세요.  
어제두 잠깐 들리면 안되겠다구 전화하셨는데 가보니깐 생태탕 끓여놓구
부르신거였어요.  맘이 찡했습니다.  며칠전 갔을 때 지나가는 말루
먹구 싶다구 했었거든요.  요샌 남이 차려주는 밥은 김치에 밥만 있어두 맛있지만
결혼전엔 이건 이래서 안먹구 저건 저래서 안먹구 가리는게 많았어요
뜬금없이 입에 대지두 않던 생태탕을 찾으니 엄마가 맘에 걸리셨던가봐요.

근데 문제는 말이죠 엄마는 정말 콩 한쪽이라두 나눠주실려구 하는데
딸년이 말이죠 얼마전에 홈쇼핑에서 현미를 주문해서 받았는데 3kg짜리 세봉지가
왔어요.  살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받구 보니깐 엄마생각이 나는거예요.
엄마가 당뇨라서 늘 현미밥을 드시거든요.  
`엄마 하나 드려야지!' 첨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막상 들구 집을 나설라니깐
어이없게두 망설여 지는 거예요.  '두봉지루 얼마나 먹을까 떨어져서 살려면 아쉬울것 같은데'
끝내 쌀을 내려 놓구 집에 갔었습니다.  저희는 작년 가을에 엄마가 쌀두 일년치 주셔서
그걸루 밥해먹는데 말예요. 글구 집에만 가면 뭐 가져갈 것 없나 막 뒤지구 다니거든요
저 정말루 못되 먹었죠?  
계속 마음이 무거워요...  
며칠있으면 친정에 제사가 있는데 부족하지만 얼마라두 봉투에 넣어드리구
웬수덩어리 현미(웬수덩어리는 전가요???) 한봉다리 들구 들려야겠어요.
그럼 기분이 한결 나아질까요...


IP : 211.226.xxx.17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우꽃
    '04.2.25 10:25 AM (210.118.xxx.196)

    그 마음이면 됐습니다. 집에 가서는 먹고 싶은 음식 해달라고 해서 맛있게 드십시오.
    맛있게 먹는 것도 효돕니다. 현미 한봉 들고 가서 님의 마음을 얘기하십시오. 그러면 많이 좋아지실 겁니다. 그 마음이면, 정말 됐습니다. 참 착하십니다.

  • 2. 세실리아
    '04.2.25 10:27 AM (152.99.xxx.63)

    그러세요~어머님이 아주 좋아하실거에요.
    저는 친정이 차로 30-40분 정도, 가깝거든요. 지난주에는 저녁먹기전에 전화를 드렸는데
    제가 좋아하는 비지찌개(돼지고기랑 신김치 넣고 보글보글)를 끓이신다고 하길래
    '맛있겠다..'한마디 했는데, 글쎄 30분 후에 두분이 비지찌개 한냄비 싣고 오셨더라구요.
    자식이 뭔지~

    저두 학교다닐때는 연애에 친구에 동아리에...집에 붙어있질 않았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친정이 그렇게 애틋하고 뭐 좋은거 보면 엄마아빠 생각나고, 친정에 드리는건 아까운게 없네요. 그래서 딸 꼭 낳아야한다고 하나봐요 ^^

  • 3.
    '04.2.25 10:48 AM (218.147.xxx.253)

    엄마 보고 싶다.

  • 4. 미씨
    '04.2.25 11:21 AM (203.234.xxx.253)

    저랑 정말 똑같아요,,,
    일요일날 친정가서 먹고싶은것 이것저것 얘기했는데,,
    어제는 울 엄마 김밥에 오뎅국물 먹고싶다고 한 말이 생각났는지,,,
    저녁에 맞춰 준비해놓고,, 지하철까지 가지고 나오셨더라고요,,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길에 친정이 중간정도 됨,,,)
    참기름 냄새가 모락모락 나는데,,, 울컥,,,,
    김밥,, 그냥 두줄 사먹으면 되는데,,,
    저도 항상 친정가면 엄마가 쪽파며,,두부까지 싸주셔요,,,
    그러면서 제대로 뭘 사간적도 없고,,,
    부모님 맘이 다 그런가봐요,,,

  • 5. ky26
    '04.2.25 1:30 PM (211.219.xxx.63)

    못되먹은 딸년이라길래 저 부르는줄 알았슴다...
    결혼하고 나서 시댁갈때 주저리 주러리 챙겨서 가고
    친정에서 올때 주저리 주저리 챙겨서 나오고...

  • 6. 라이브러리
    '04.2.25 2:41 PM (211.51.xxx.250)

    눈물이 핑 도네요....ㅠ.ㅠ
    결혼한지 아직 일년도 안됐는데 이 글 가슴에 팍팍 와닿습니다.
    저한테 아무것도 해주지도 않고 요구만 하는 시댁에는 좋은 걸루 싸가면서
    이리 저리 많이 챙겨 주는 친정집에는 제가 해서 맛없어서 먹기 싫은 음식 그런걸 주로 싸가네요...
    제가 버리는거 아까워해서 가까이 사는 부모님이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가지만 가끔 시댁가 비교하면 속상합니다.
    대신 맛있는거 사서 보답하려 하는데 그것도 돈 아까워 달달 떠는 제 자신을
    보고는 속상합니다.

  • 7. 최은진
    '04.2.25 3:46 PM (61.74.xxx.203)

    여러분~~~ 시댁에 하는 만큼 친정에도 합시닷!!!
    전 다른건 아껴도 친정부모님께 필요하거나 해드리고 싶은건 꼭 해요...
    물론 여유가 있어서 넉넉히 해드리는건 절대 아니구요 그냥 제가 할수있는만큼은 고민안하고 해드립니다...
    내 옷 몇만원짜리 살땐 몇번 고민해도 부모님께는 그러고싶지않아요....
    저도 갈때마다 이거 가져갈래 저거 가져갈래 끊임없이 물으시고 싸주시는 엄마보면 곁에 있을때 잘하지못한게 정말
    너무 죄송해지더라구요....
    엄마랑 단둘이 여행한번 가보지 못한것도 죄스럽고....
    제 철칙입니다...
    단돈 십원의 용돈이라도 매달 시아버지께 드린다면 5원씩 나누어 친정아버지께도 드린다...
    저도 늘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늘 다져봅니다.....

  • 8. 김혜경
    '04.2.25 9:48 PM (211.178.xxx.181)

    어머니에게 잘 하세요...
    아니, 이제 아기를 낳아보시면 어머니에게 잘 하시게 될껍니다.

  • 9. 안양댁^^..
    '04.2.28 12:28 AM (211.201.xxx.114)

    오랜친구가.....친청에서 쌀 반찬거리 다 갖다먹고 시댁갈땐 좋은음식에 돈에
    다바치고 ...그렇게 하면서 집 장만할때도 친정에서 돈 끌어다 아파트몇채
    해놓았는데....나중에 안 사실 숨겨논 여자가 있었음 ....친정아버지 돌아 가시고
    엄마병석에.....친구 울면서후화하네.....여자문제 지금도 해결 안되고있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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