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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천송이 ㅠ.ㅠ

키세스 조회수 : 1,344
작성일 : 2004-02-12 09:02:02
깜찌기 펭님이 왕자님한테 받은 꽃다발을 보니 부럽더군요.

신혼에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얼마나 거슬리던지... ㅋㅋㅋ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며 부러워하다보니 예전의 추억 하나가 동실 떠오르는군요.


제가 딸래미를 임신했을 때, 우리 신랑은 제게 정말 잘해줬었어요.

먹고 싶다는 건 한밤중이라도 즉시 대령하는 것은 물론이고(제가 입덧을 적당히 한 관계도

있지만) 임신하고 직장 다니는 거 힘들다고 매일 발마사지로 아침을 열어줬지요.

요리를 제외한 집안일은 당연히 신랑이 했구요.

그 결과 뱃속의 아기는 물론 저까지 무럭무럭 자라 둘이 합쳐 80kg이 넘을 정도였어요.

*^^*

거기다 호르몬의 작용이었는지 백옥 같던^^ 제 얼굴은 물론이고 목까지 시커먼 기미로 뒤덮

여 7개월 무렵부터는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누구세요?” 이런 반응을 보이

곤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임산부치고는 예쁘다는 남편의 말만 믿었답니다.

출산 후에 대강이나마 살이 좀 빠지고 예전의 모습 비슷하게 찾고 남편과 사람들에게서 “사

실 너무 무서웠어. 지금은 용된거야” 이런 소리를 듣기 전까지 말이죠. ㅡ_ㅡ


저는 뱃속의 아기가 거꾸로 있고 거기다 엄마, 아빠의 딸이라고 머리가 엄~청 크다는 이유

로^^; 수술 날짜를 받아 제왕절개 수술을 했답니다.

저는 미리 친정에 가 있고 수술 날짜에 맞춰 신랑이 휴가를 내고 간호 해준다고 왔었어요.

수술 당일, 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싸여 신랑에게 유언 비슷한 걸 하고, 수술실

로 들어갔습니다.

마취가스를 맡으라고 해서 열심히 들이 마시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병실에 누워있더군요.

신랑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나 다시는 아기 안낳을거야. ㅜ_ㅜ”

우리 신랑 역시 눈물을 글썽이며 “그래, 다시는 낳지 말자” 이러며 제 손을 부여잡더군요.


그 사이 사건이 하나 있었대요.

수술하고 금방 회복실로 갔는데, 이런 경험 없는 친정엄마는 애 소리는 났고, 딸이라는 걸

알려주고 나서도 한참동안 제가 나오지 않자 나쁜 일이 생긴 걸로 오해하고 수술실 문을 열고

통곡하다보니 아무도 없었다는... ^^;


수술환자라 일인실이 필요했는데 병실이 없어 입원 이틀동안은 2인실에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옆에 입원한 산모는 하루종일 진통하다가 수술한 사람이었어요. ^^;

손잡고 울고있던 저희부부가 좀 우습더라나요. -.-;


제가 “애기는 어때?”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신랑이 제 가슴께로 머리를 파묻으며 “몰라.” 그러는 거예요.

정말 놀라서 “왜? 왜?” 다그치는 제게 신랑이 대답했습니다.

“나 닮아서 못생겼어. ㅡ_ㅡ” 아빠 맞습니까? 얼마나 고생했는데... -_-***


한숨 돌리고...

엄마가 “니 신랑이 갖고 온 꽃 좀 봐라.” 그러시대요.

헉^^;;;; 엄청나게 큰 꽃바구니...

자그마치 장미 천송이랍니다.  ^^v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기뻤습니다.

신랑이 아는 꽃꽂이 강사에게 특별히 주문해서 밤새도록 꽂은 거라고 하더군요.

저를 위해, 태어날 아기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감동의 물결, 신랑이 평소 감성적인 것은 알았지만 그냥 꽃바구니도 아니고 이런 걸 준비할

줄은...

못생긴 아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지라 누워 있으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까짓것 좀 고치면 되잖아요? ^^

나중에 보니 아기는 예쁘기만 하더군요.

유난히 빨개서 검은 피부인줄 알았는데 피부도 끝내줍니다. ^^


깜빡 자고 난 후 간호사가 와서 말했어요.

“꽃바구니 여기다 두실 거예요?” “네? ☉☉?” “여기다 두면 안돼요. 둘 다 수술환잔데 위험

해요.”

너무 많은 꽃이라 병실 안에 진하게 향기가 배어있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치우라고 하더군요. 흑흑흑

사실 코가 좀 간질간질하긴 했어요. ㅠ,.ㅠ

어차피 친정에서 산후조리 할거라서 친정에도 가져가지 못하고 장미 천송이를,,, 장미 천송

이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어요.

그 장미, 밤새도록 꽂았다는 그걸... 버리는 데도 힘들었대요. 엉엉엉엉

그나마 사진은 한 장 찍어놓았어요.

그리하여 저는 다른 사람들 하나씩은  다 있는 꽃바구니, 하나도 없이 입원해 있다가 퇴원

했답니다. ㅡ.ㅡ


그래도 신랑이 휴가와 휴일을 적절히 배합해서 5일간 제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 해준

건 정말 잊지 못할 일입니다.

제가 먹고 싶을까봐 엄마가 싸오신 도시락을 마다하던 일도, 저는 죽 먹는데 자기는 맛있는

거 못먹는다고 구내식당에서만 끼니를 때운 일도(먹는 데 목숨거는 사람인데... ㅜ_ㅜ)  제

곁을 떠나지 않고, 잠잘 때도 제 손 잡고 잔 날들을 (보호자 침대가 낮으니까 팔 들어서

^^) 생각하면...


저는 그때 어떤 일이 있어도 제 신랑을 사랑하며 살기로 결심했어요.


지금은 그때로부터 5년이 넘게 지났네요.

요즘 들어 괜히 신랑에게 불만이 생기고, 좀 우울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어제 펭님이 받은 꽃다발을 보고 샘나서 내가 받은 장미꽃 얘기를 적다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옛날에 먹었던 마음이 되살아나네요. ㅎㅎㅎ

이래서 부부사이에 추억이 필요한 거군요.

서로 불만 생길 때 꺼내 씹으라고 ㅋㅋㅋ 우적우적 쩝쩝 ^^




* 돈이 너무 아까웠어요................(키세스님의 상품평입니다.) ^0^

처음 꽃을 봤을 때는 그저 신랑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전혀 세련되지 않은 꽃바구니에 성의 없이 꽂은 듯한 꽃꽂이가 마음에 안들었어요.

그래도 당시 꽃집마다 붙어있던 ‘장미 백송이 만원!’ 이런 종이를 떠올리며 십몇만원 줬겠지

하는 생각에 방심했었어요.

설마 그렇게 많은 카드대금이 청구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바구니도, 꽃의 질도, 꽃꽂이도 다 허접했는데 남자가 부탁했다고 이래도 되는 건가요?

제가 그때 몸만 괜찮았다면 반품하러 갔을 거예요. ㅡ.ㅡ



IP : 211.176.xxx.151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우꽃
    '04.2.12 9:09 AM (210.118.xxx.196)

    회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몇가지만 있어도 .... 행복할 수 있는 거군요.

  • 2. 키세스
    '04.2.12 9:11 AM (211.176.xxx.151)

    무시꽃님~ ^^
    시간이 지나면 단물이 조금 빠지거든요.
    가끔씩 보충도 해줘야 한답니다. ^^

  • 3. 슈~
    '04.2.12 9:23 AM (211.44.xxx.191)

    키세스님~
    ㅋㅋㅋ 웃겨욧!!

    정말 추억은 좋은 것이에요.
    우린 둘이 만난지 햇수로 9년이 다 되어가는데
    엄청 돌아다녔거든요.
    사진만 다시 꺼내봐도 그떄 그시간으로 가있답니다.

  • 4. 다린엄마
    '04.2.12 10:03 AM (210.107.xxx.88)

    읽는 제가 행복했습니다~

  • 5. beawoman
    '04.2.12 10:08 AM (169.140.xxx.8)

    으악 장미 천송이요. 진짜 장미를..........백송이도 아니고 천송이
    신랑 정말 로맨틱하네요. 아니 무슨 불만이어요. 천송이를 받은 사람 흔치 않을텐데
    처음에 제목보고 무슨 만화 제목인가 했는데 실제상황이었군요.
    당장 신랑 가만 안두어야지. 나도 수술해서 낳는데 천송이라구요 !!!!!!!!!!!!!

  • 6. 키세스
    '04.2.12 10:15 AM (211.176.xxx.151)

    비어우먼님~~ ^^
    그 꽃값 카드로 긁어놨더라구요.
    원래 그런건 용돈 모아서 해주는 거 아닌가요?
    마음만 받고 돈은 안내고 싶었어요. ㅠ.ㅠ

  • 7. 아라레
    '04.2.12 10:42 AM (210.117.xxx.164)

    장미 천송이-!!!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염장질.

    애 낳은 상황이나 뭐나 다 비슷한테 어찌 이리 남편 써비스질의 편차가 심한지... ㅠ,,ㅠ

  • 8. champlain
    '04.2.12 11:05 AM (63.139.xxx.164)

    저도 연애시절 신혼 초 남편한테 꽃 좀 받아봤는데
    와,, 천송이라..어느 정도 인지 상상이 않 가네요.
    요즘은 저도 꽃 사오면 구박하죠.. 그 돈이면...하면서...
    그리고 키세스님 남편분 정말 자상하고 멋져요.
    그 추억 꼬옥 붙들고 알콩 달콩 사셔요...

  • 9. 깜찌기 펭
    '04.2.12 11:55 AM (220.89.xxx.8)

    남자가 꽃사러 가면 더 잘해주고 좋은꽃 줘야 할껏을..--*
    포장으로 다시든 꽃을 그럴듯하게 가려서 주니 돈도 더받고..속상해요.

    키세스님~ 그때 천송이로 한 10년치 꽃은 다 받은거 아닌가요? ^^;
    저는 올해로 6년만나면서 20송이 채웠는데..ㅋㅋ
    조으시겠따

  • 10. 지나가다
    '04.2.12 12:41 PM (211.192.xxx.216)

    우리 시누이는 이틀전에 애 낳는데요 신랑이 새차에
    장미꽃으로 가득채워서 선물햇는데 차에 리본 묶고
    병원의사,간호사,산모,길가던 사람들 전부다 나와서
    구경했어요

    부러워 죽는줄 알았네요 ~~!!
    그래도 옆에도 구경만해도 눈물나오던데요
    감격스러워서

  • 11. 글로리아
    '04.2.12 1:57 PM (203.233.xxx.58)

    결혼생활 좀 더 지나면
    그런 꽃다발 받고
    "현금으로 줘" 그런답디다. ㅎㅎㅎ

  • 12. 키세스
    '04.2.12 2:05 PM (211.176.xxx.151)

    지나가다님 ~~ 깨깽입니다요.

    저도 신랑 꽃 사오면 구박하는 사람이라서 평생 받을 거 다 받았으니 이제 꽃 그만 사라고 했다가 그 뒤로는 고지식한 우리신랑한테 꽃 별로 못받았어요.
    인제는 생일 꽃을 줄 때도 있고 안줄 때도 있고...
    한꺼번에 받는 것 보다 나눠서 한달에 한번쯤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 꽃 갯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주고싶은 마음을 받는거잖아요.
    저는 별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펭님 꽃보고 부러워서 자랑하고 싶었어요.
    아라레님 한번만 봐주세용. ^^

    글로리아님 ~~
    제 마음이 그런 마음이었어요.
    아니면 물건이라도... ^^;

  • 13. 꾸득꾸득
    '04.2.12 2:55 PM (220.94.xxx.7)

    헉~~,
    남편을 포함한,,여타의 남정네를 다 포함해도 --;;
    받은 꽃의 수가 백송익 채 안된다는셈이 싹 되는데.....부럽습니다.....

  • 14. 리미
    '04.2.12 5:17 PM (220.85.xxx.176)

    와- 천송이라니...
    전 아기낳고 꽃 한송이 받지 못했는데...

    죽었어! 씩씩~

  • 15. 김혜경
    '04.2.12 8:55 PM (211.201.xxx.8)

    우와...그래도 제가 평생 선물받은 장미 모두 합쳐도 1천송이는 안될겁니다. 키세스님 남편 너무 멋져요...(그런데 비용은 좀 아깝긴 하네요)

  • 16. 프림커피
    '04.2.12 10:29 PM (220.95.xxx.105)

    상품평이 끝내줘요.
    전 산부인과에서 나팔관 수술받고 입원했을 때 남편이 엄청 큰 꽃바구니 선불했거든요.
    남들은 제가 삼대독자 아들이라두 낳은 줄 알고 전부 축하한다고 부러움의 인사를 건네고
    저희 친청엄마 무조건 아--예1
    하면서 표정관리 들어갔지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사람들만 만나면 피하기 바빴답니다.

  • 17. 키세스
    '04.2.12 11:42 PM (211.176.xxx.151)

    프림커피님 ㅋㅋㅋ
    예진이 낳아서 잘 키우고 계시니까 하는 말인데요.^^
    정말 곤란했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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