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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이야기

아라레 조회수 : 1,305
작성일 : 2004-02-01 09:25:47
한창 총기가 반짝이던 머언~ 옛날에는
온갖 잡다구리한 정보와 지식이 쌩쌩하게
제 뇌 주름사이에 켜켜히  자리잡고 있어서
좀 우쭐!하고 다녔던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공부랑 상관없는 척도의 날리지니(<-스펠링 적지도 않잖습니까. ^^)
잘난척 한다고 돌 날리지 마세요.

어려서부터 언니가 보아왔던 '소녀시대''여학생'(그립군여.. -_-)에
약국이 저희집 밥줄이었기에 제약회사서 보내오는
월간 의학지나 약국에 쌓아놓던 '홈닥터'같은 약의학 잡지,
어쩌다 심봤다!를 외치게 했던 '썬데이 서울' -///- 등등....

교과서와 집안에 가득찼던 책외에도
어려서부터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삼라만상의 이치와 몰라도 될 잡식을 알게 됐습니다.
국민학생때부터 온갖 살림의 지혜를
엄마보다 잘 알아서 '그럴 땐 이렇게 하는게 좋아'라며
감놔라 콩놔라 했을정도였으니....

모든 퀴즈문제는 뭐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거뜬하고
한번 본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는 자동입력되어
몇 달 뒤까지 자동출력 되었고
덧붙여 영화제목, 영화배우 이름은 좌라락 꿰어찼고....

그랬던 그녀가.....!!!!

애 하나 낳고 난 지금-----
이렇습니다.  -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엄마 : 어제 천생연분 못봤다. 어케 됐냐?
나   : 안재욱이랑 황신혜랑 애 안고 쩔쩔매다 시부모 와설랑
       ...... 아냐, 뭐더라?......???....응......
       몰래 사업하는 거 알고 싸우다가.. 횡설수설....
엄마 : ..........
나   : (씨이.. 옛날엔 쥔공이름으로 대가면서 대사를 구현했는데. ㅠ.ㅠ)
엄마 : 됐다..... 재방송 볼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캐서린 제타존스에 대해 얘기하려 하다가)- 여기 나온 인명, 제목은 나중에 생각난 것임.
(  )를 읽지 말고 함 읽어 보셔요.

남편 : 왜, 지금 잘나가는 되게 이쁜 여자 있지? 조로에 나왔던 여자.
       그 여자 딴 영화 어디 나왔고 누구랑 결혼했지?
나   : 아~~~~? 그 여자? (^o^)
        그 이름이 뭐더라... 캐,,, 캐,, 뭐던데  ic.. (-_-;)
        (가슴 답답해지기 시작)그 있잖아, 할아버지랑(숀 코넬리) 같이
        도둑질 하는 영화(엔트랩먼트)서도 나왔서서  엉덩이 쭉 밀고 다니고
         왜, 걔랑(르네 젤 위거) 걔랑(리처드 기어) 같이
        거기(시카고)에 나와서...
남편  : 걔가 누군데?
나    : (-_-;; 가슴 심히 답답해지기 시작...) 왜 걔 있잖아... 영화 첨에 혼자 노래부르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말하고 싶었다) 남자는 걔... 정말 사람 환장하겠네...
남편  : (=ㅅ=;  같이 가슴 답답해지기 시작) 누~~~~구~~~?
나    : 암튼 남편이 그 누구냐... 걔(커크 더글라스) 아들네미(마이클 더글라스)야.
남편  : 누구 아들?
나    : 아, 왜 이쁜 여자(샤론 스톤)랑 야한 영화(원초적 본능) 찍었던....

한 인물을 대답하기 위한 단단형이 완전 횡설수설 논술형으로
15분 넘게 지속되다가 서로 답답해서
어우 어우 하며 고릴라처럼 가슴을 팡팡 때리다가 결국

나    : (버럭!) 아, 왜 씰데없이 그런게 궁금해서 그래????!!   ^-o-^
         내가 개떡같이 말을 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 로 마무릴 합니다. ㅠㅅ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위층 시댁에 올라가면 어머님이 이것 좀 먹어봐라, 이것 좀 갖고 가라며
챙겨 주시는게 많습니다. (^ㅅ^)V
네---하고 대답은 잘만 하고 좀있다 집에 내려갈 때면
어김없이 빈 손....
그러고도 내가 뭘 잊고 내려왔는지조차 모릅니다.

어느날.

어머님 : (조심스레) 이거.. 두고 갔다.
나     : 어머! 이리 주세요.
어머님 : .... 너 내가 준게 맘에 안들고 시원찮아서 일부러
        안들고 내려가는 게냐....?
나     : (화들짝 ㅇ_ㅇ;) 어멋!!! 아네요. 제가 자꾸 잊어먹어서 그래요...
         정말 왜 그리 정신이 없나 모르겠어여... ㅠ__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퀴즈푸로... 잘난척하고 큰소리로 말했다가 삑사리(-_-;;) 많이 난 이후론
그저 속으로 조용히 조용히 웅얼거립니다.
그러다가 맞으면 쾌재를.... (^oT)b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젯밤 액씨던트.

화장실을 가서 변기를 보고 정신이 아찔...
놀란 가슴은 콩닥거리고 이내 걱정으로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변기안에 뻘건기가 도는 거무스름한 액체....
내가 몸이 영 안좋다 하더니 드뎌 혈뇨를 봤구나.... ㅠoㅠ
아까 본 거 같은데 아까 잘 살펴볼걸....

겁이 더럭 나서 반쯤 흑흑거리며 욕실을 나오다
비틀거리는 제 발끝에 뭔가가 채였습니다.

빈 콜라병.....

좀 꽉꽉 닫아놓지 헐겁게 닫아서 김빠지게 했다고 씩씩거리다
아, 콜라로 변기 청소하면 깨끗이 닦인다는 말을
들은것 갑다면서 불과 1시간도 안돼기 전
제가 변기 안에 부어놓고 버린 빈 콜라병이었습니다....=___=;;;;;;
(콜라로 변기 청소하면 좋다는 말도 어서 들은건지,
신빙성은 있는지도 잊어먹었습니다.)

그나마 혼자 아기랑 있었으니 망정이지
남푠이 있었으면 온갖 오도방정에 죽는다고 쌩쑈를 하다가
처참한 dog쪽을 당할 뻔 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이 갈수록 건망증과 치매기가 섞여서
등에 업은 애 삼년 찾는다고---것보다 더 심각할 지경이
될까 걱정입니다.

모두 애 하나 낳은 탓으로 돌리고(구차한 변명이지만)
과거의 영광은 그저 조용히 접으며 살려고 합니다. 헐헐헐......
IP : 210.117.xxx.164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4.2.1 10:37 AM (218.238.xxx.38)

    저랑 똑같네요....요즘은 정말 외국 배우들 이름을 못 외워요.
    하나 더 낳으시면 어쩌실 건데요......

  • 2. 아라레
    '04.2.1 10:44 AM (210.117.xxx.164)

    하나 더 낳으면 금치산자 될까 두렵습니다... ㅠ.,ㅠ

  • 3. 쪼리미
    '04.2.1 10:56 AM (210.220.xxx.111)

    저는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 못해서 외출을 못한경우도 허다하답니다.
    세금 연체료 기본입니다.( 매일 잔소리 듣지만 굿굿하게 자동이체 안합니다)

  • 4. 김나현
    '04.2.1 11:16 AM (221.165.xxx.151)

    저도 아이 낳고 생긴 건망증 땜에, 그날 해야 하는 엄청 중요한 일은 꼭 메모를 해요. 그것도 손등에다가... 손바닥에 쓰면 써 놓았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손등은 뭘 해도 항상 보이는 곳이여서....^^

  • 5. 캔디
    '04.2.1 11:51 AM (24.64.xxx.203)

    저도 어느 어른 댁에 놀러갔다 방에 눕혀놓은 갓난 둘째를 깜빡하고
    큰애 손만 붙잡고 "안녕히 계세요오"하고 나오다가 "아,참, 애기는 어디갔어?"하는
    아주머니 말씀듣고 깜짝 놀라 허둥지둥 놀라고 민망해서 다시 들어갔다 온적이 있네요.
    근데 원체 어려서부터 건망증이 심했어서 뭐, 놀랄 일도 아니었다고나 할까..
    오히려 최근에는 머리가 맑아지고 건망증도 조금씩 사라지는것 같은 느낌.

  • 6. 이영희
    '04.2.1 12:22 PM (61.72.xxx.25)

    와! 정말 재밌어서 눈물나게 웃었어요. 문장력 좋으시군요. .....

  • 7. 키세스
    '04.2.1 1:55 PM (211.176.xxx.151)

    대학때 친구중에 아라레님 같은 친구가 있었어요.
    어제 본 드라마 얘기를 해도 내가 보고도 그 친구 얘기에 빠져드는...

    건망증 그거, 스트레스 때문이래요.
    정말 총기 하나는 끝내줬었는데 회사에서 신경 많이 쓰는 일을 하고부터는 깜빡깜빡
    그게 이어져서 지금까지... -_-
    장볼때 메모도 안해요.
    하면 뭐합니까?
    안들고 갈껀데...

  • 8. 제민
    '04.2.1 3:07 PM (68.192.xxx.129)

    ㅋㅋ정말 웃겨요ㅋㅋ 걔걔걔..;
    전 그 걔를 야야 그 있자나 빅토리아 시크렛 할려다가 말고~
    했었나. 아무튼 티모빌 찍었던데.. 아 걔 남편 걔가 반대해서..
    이렇게 한국에서 말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_-;;
    캐타린 존스 빅토리아 시크렛에서 거액주고 모델시켜준다고 했는데..
    마이클 더글라스가안된다고 했죠.. -_- 그리고 T-mobile 이라는..
    셀폰(011같은 회사) 선전하던데.. ㅎㅎ..

    전 이제 20대 넘어가는 찰나에.. -_-
    기억력이 정말 별롭니다;; 학문적 기억력 말고..
    생활적 기억력이라고나 할까;

    레시피 간장2식초3설탕5도.. -_- 적어가지고 안갈경우는..
    부엌에서 제방 컴퓨터까지 수십번 들락날락하고요..
    옷벗어둔자리며.. -_- 가방을 어따놧더라~..
    차에다가 두고온 핸드폰 찾으러간것은 여러번이며..

    -_- 집에다가 열쇠놓고 문잠근적도 있어요 ㅜ_ㅠ;
    그것도 여러번..; 하숙할땐 수리공 결국 불렀구요..
    아파트사는데 요즘엔 경비아저씨가 올라와주죠...ㅜ_ㅠ;

    ㅎㅎ. 저도 걱정이예요 ㅜ_ㅠ;

  • 9. 솜사탕
    '04.2.1 3:37 PM (68.163.xxx.88)

    제 친구 얘깁니다.

    친구랑 쇼핑가서 싸게 옷을 신나게 사온후에 너무 기뻐서 친한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자랑을 했대요.
    그친구 한참 듣더니.. 심드렁하게 하는 말..

    "야~~ 너 오늘 나랑 갔잖아.. -_-;; "

    제 친구는 냉장고에 지갑을 넣어 놓고 온집을 뒤져서 찾았다고 하죠? ^^

  • 10. 깜찌기 펭
    '04.2.1 4:36 PM (220.89.xxx.6)

    아.. 넘웃었어... ^-^

  • 11. 아라레
    '04.2.1 6:20 PM (210.117.xxx.164)

    지금 생각난 일화 하나.(이건 이십대에 생긴 일)

    친구들과 압구정현대서 알바하는 친구에게 시험을 앞두고 노트를 빌려
    복사를 하기로 하고 같이 갔음.(셋다 얼마나 강의를 땡땡일 쳤는지...)
    복사를 하고 사이좋게 나눠가진 다음, 친구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가던 중....
    평소 죽어라 안오던 울 동네 가는 버스를 보자 환호성을 지르며 냉큼 집어 탐.
    어안이 뻥찐 친구들을 버려둔 채.....(친구들과 가던 길이라는 걸 잊음)

    다음날부터 며칠동안 쫌 왕따당했음. -__-;;;

  • 12. 신현지
    '04.2.1 9:29 PM (218.51.xxx.216)

    하하하하.
    배꼽 빠지겠네요.
    전 당연한거 아냐?하면서 자기합리화 시켜버려요.히히

  • 13. 김혜경
    '04.2.1 9:54 PM (211.212.xxx.137)

    흐흐흐...

  • 14. 하승아
    '04.2.1 10:55 PM (218.235.xxx.124)

    전 애 둘 낳고 주전자만 4번 태워 먹었죠. 오늘도 새 주전자 사와서 지금 또 커피물 올려놨어요.

  • 15. 아임오케이
    '04.2.2 1:01 AM (221.145.xxx.201)

    전 오늘부터 아라레님 펜!!!

  • 16. La Cucina
    '04.2.2 2:01 AM (172.145.xxx.83)

    아, 케서린 제타 존스, 저 너무 좋아해요 (딴야그하네 -_-)
    그런데 남편이 마이클 더글라스로 쓰신거 맞죠?

    그래도 그건 약과셔요. 전 요즘 아기 낳고 왜 이러는지 어젠 낙지볶음하다가 제가 방금 간장을 몇스푼을 넣는지 깜빡하고(순간 정말 제 자신이 한심?해지더라고요.) 그제 먹은 메뉴는 전혀 기억이 안 나고..방에서 식탁에 얹어 놓은 아기 수건 가지러 갔다가 물 마시고 칭쉬 들고 방으로 들고 오고........하여튼 그렇습니다.
    저도 곧 솜사탕님 친구처럼 되겠네요 ㅡ.ㅜ

  • 17. 로즈가든
    '04.2.2 11:01 AM (221.154.xxx.82)

    제일 빈번한 건망증은....
    냉장고문 일단 열고 "뭐 꺼낼려고 그랬지?" 하며 혼자 궁금해 하는거죠...
    하루에 두어번은 그렇습니다.ㅋㅋ

  • 18. 똑똑이
    '04.2.2 7:12 PM (211.227.xxx.137)

    푸하하하...
    라레님 둘째낳면 어쩔려고?? 큰일이네 정말
    라레님 사이버작가 그런거 없나요?
    그길로 들어서면 인기 "짱" 이겠습니다.
    나두 오늘부터 왕펜 할랍니다.

  • 19. 아라레
    '04.2.2 7:17 PM (210.117.xxx.164)

    똑똑이.. 드뎌 들어왔구나. ^^
    조~ 위에 너네 버려두고 나 혼자 버스 탔던거 기억나지? ㅋㅋㅋ
    앞으로 종종 여서 만나자꾸나.

  • 20. 푸우
    '04.2.2 11:51 PM (218.237.xxx.154)

    여기 예비금치산자 있어요,,ㅎㅎㅎㅎㅎ

  • 21. 똑똑이
    '04.2.3 12:50 AM (211.227.xxx.21)

    라레...
    내가 더 심각한가 보다. 긴가 민가 했는데 그게 우리의 과거 였니??
    기억 하~~~~나도 안난다.
    안개속에 아련히 그런일이 있었던듯.. 혹 신사동대로 어딘가 정거장 아니었니?
    넌 아직 멀었다 . 그런일을 다 기억하고 ..
    하긴 너의 과거의 총명함은 익히 알고있지
    그걸 우리는 아주 요긴하게 써먹었었는데..
    네가 없는 날은 어김없이 지하철에서 나오느라 애를 먹던가
    거꾸로 가는 전철앞에 서 있어야 했지....
    어제일 같은데 흐르는 시간앞에선 천하의 라레도 어쩔수 없나보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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