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이불? 무슨 이불?

champlain 조회수 : 1,126
작성일 : 2004-01-18 08:12:30
요즘 남편이 저희집 홈페이지를 새롭게 만들고 있답니다.
그래서 전에 썼던 일기나 다른 곳에 기고했던 글들을 옮겨오고 있는데요,
그중 오늘 제 눈에 걸리는 것이 있네요...
------------------------------------------------------------------------------------
몇년 전 여름 캐나다에 이민 온 딸을 보기 위해 밴쿠버에 오셨던 저희 어머니의 에피소드입니다.

제가 캐나다에 이민온지 채 3달도 되기 전에 매일매일 눈에 아른거리는 손주녀석 보고싶다며
당장이라도 바다 건너 달려오시겠다는 걸 겨우 말려놓고 남편 MBA 입학이 어느정도 결정이 되고
모시고 여행 다니기 좋은 여름 즈음으로 비행기를 예약해 드렸었지요.  

언니와 아들녀석 또래의 조카를 대동하고 딸이 먹고 싶다는 순대까지 얼려서
짐에 넣어오시는 극성을 부리시며 드디어 어머니는 밴쿠버 땅에 도착하셨습니다.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내내 차안에서 캐나다는 역시 그림같이 아름답고 좋다시며
저기 하늘을 봐라, 저기 저 집들을 봐라, 어쩜 거리에 이렇게 꽃이 많냐는 등...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고 맑은 눈으로 사물을 보시며 신나하시는 모습에
저희도 덩달아 기분이 좋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워낙에 긍정적이고 활기찬 성격이시라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손주녀석들과 놀아주시고
오랜만에 만난 사위 영양보충 시키시느라 이것저것 음식 만들어 먹이시면서도
저희가 짜놓은 여행계획에 피곤한 기색도 없이 잘도 따라 나서시곤 하셨죠.

전 같이 여행 다니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았지만
엄마 언니와 집에서 편안히 누워 얘기하는 것이 참 좋았어요.
그동안 못하는 영어 떠듬거리고 하다가 한국말로 실컷 수다를 떠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그러던 어느 날, 언니에게 캐나다서 지내며 좋았던 점을 자랑스레 늘어놓다가
몇주전에 갔던 어린이 행사 얘기를 하게 됐죠.
다니던 영어학교에서 정보를 얻어 밴쿠버의 대표적인 명소인 스탠리 PARK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갔었는데 지역 커뮤니티센타와 민간기업 지원하에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에게 점심도 주고 놀이기구도 태워주는 행사였어요.
완전 공짜는 아니고 가족마다 조금씩 도네이션을 받으며 진행이 되는 것이였어요.
가보니 점심도 생각 이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푸짐하게 준비가 되었고
평소 돈이 들어 구경만 하던 어린이 동물원과 꼬마기차, 말마차등도 그냥 태워주더군요.

"택준이가 너무 좋아하는 거 있지. 광대가 나와서 이쁜 뺏지도 나눠 주고
풍선 불어서 강아지 만들어 주고 즉석사진도 찍어주고
말도 태워주고 기차도 타고
동물도 구경하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정말 그날 하루 3사람이 실컷 잘 놀다 왔지.
근데 얼마 든줄 알아? 이불($2)이야. 도네이션 하는 거라서 그냥 그거만 냈지, 뭐.
한국에서 그렇게 하루 놀려면 아마 10만원 이상은 들껄.. 부럽지?"
"아이구, 좋았겠다. 우리 온 다음에 그런 거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불이면 진짜~~ 괜찮다...."

어머니도 옆에서 빨래를 개시며 딸과 손주녀석이 그렇게 좋았다니
당신도 흐뭇하셨는지 같이 웃으시며 듣고 계셨어요.
그런데 조금있다가 진짜 궁금하단 얼굴로 물으보셨어요.

"근데 이불, 이불 하는데 무슨 이불을 갔다 주고 그렇게 잘 얻어먹고 놀았다는 얘기니?
여기 캐나다에서는 이불도 받니? 한국이불을 여기 사람들도 덮나보지?"

잉?%$^&*~~~~~~
저와 언니가 2달러라고 하지않고 2불,2불하니까 저희 어머니는 달러 2불이 아니라
덮고 자는 이불을 말하는 줄 아셨나봅니다. 호호,,,
덕분에 저와 언니는 그날 뒤집어졌죠.

지금도 그 얘기를 하면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수줍어 하신답니다. *^ ^*


IP : 63.138.xxx.1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라레
    '04.1.18 10:20 AM (210.117.xxx.164)

    호텔서 나올 때 침대에 팁으로 2불 얹어두고 나오라는 말에
    이불을 정갈히 개서 얹어두고 나왔다는... 웃긴 야그를 들은 적이 있어요.ㅋㅋ

  • 2. 김혜경
    '04.1.18 9:41 PM (211.212.xxx.180)

    하하하...하하하...

  • 3. champlain
    '04.1.19 12:31 AM (63.138.xxx.17)

    아라레는 그런 얘기도 있어요?
    엄마한테 얘기해 드리고 용기를 드려야징..ㅎㅎㅎ
    근데 요즘은 룸메이드한테 팁을 이불이나 주나요?
    전엔 일불만 주면 됐었는데...

  • 4. beawoman
    '04.1.19 9:09 PM (61.85.xxx.196)

    하하하....그런 이야기도 있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30 이불? 무슨 이불? 4 champl.. 2004/01/18 1,126
16329 오랫만에 들어와보네요 5 화이트초콜렛.. 2004/01/18 872
16328 선생님~~ Happy Birthday To You~~~ 65 jasmin.. 2004/01/17 1,416
16327 김혜경 선생님 생신을 축하 축하 합니다. 26 경빈마마 2004/01/17 1,138
16326 Girlfriend를 Wife로 업그레이드시 생기는 문제점(펌) 3 나르빅 2004/01/17 887
16325 소라의 기념일 맞이 횡설수설 5 임소라 2004/01/17 892
16324 큰아이와 작은아이 17 2004 2004/01/17 1,346
16323 엄마생각... 11 11년..... 2004/01/17 1,041
16322 눈이 내렸어요 3 강금희 2004/01/17 874
16321 우울증 자가진단.. 11 ice 2004/01/17 1,131
16320 혼자만의 시간 3 채유니 2004/01/17 876
16319 함박눈때문에 착한일을~^^ 2 자연산의처 2004/01/17 875
16318 자동차보험 5 수호천사 2004/01/17 878
16317 이를 우야꼬? 3 백설공주 2004/01/17 918
16316 엄마 생각.. 7 깜찌기 펭 2004/01/17 1,020
16315 영화 이야기나 좀... 3 영어공부 2004/01/17 890
16314 이 정도면 82cook 환자 2 소심녀 2004/01/17 901
16313 내가 만난 아줌마... 9 동규맘 2004/01/17 1,580
16312 저만 그런가요? 11 이론의 여왕.. 2004/01/17 1,161
16311 1눨 고객분들께 발렌타인 선물을 드립니다!! champl.. 2004/01/16 874
16310 저 물속에서 나왔어요.(머쓱...) 18 아라레 2004/01/16 1,496
16309 가입인사 드립니다. 2 유지영 2004/01/16 878
16308 점심 시간이 싫어진다.... 2 제발 2004/01/16 1,014
16307 백지상태. 3 안선정 2004/01/16 883
16306 오랫만에.. 4 박혜영 2004/01/16 877
16305 [re] '그녀에게'란 비디오에 대해서 2 자연산의처 2004/01/16 882
16304 '그녀에게'란 비디오에 대해서 3 봄나물 2004/01/16 917
16303 샘~ 김혜경샘~ 춤추는 대수사선 오늘 하는 날이에요 ~ 6 블루스타 2004/01/16 875
16302 휴대폰 안될 때 받은 메시지 확인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 분? 1 겨울 2004/01/16 877
16301 [re] 이글을 읽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펌) 도움을 줄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익명 2004/01/16 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