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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각...

11년... 조회수 : 1,041
작성일 : 2004-01-17 15:02:46
벌써 11년이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작년 오늘 나는 엄마 돌아가시고 두번짼가 엄마 기일에 친정에 갔다. 동생들, 큰올케, 돌아가신 우리엄마를 본 적도 없는 작은 올케, 조카들. 큰 올케는 딸이 많은 집안의 세째 딸이고 큰 일도 척척 잘 치뤄낸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지만 항상 푸근하고 맏며느리 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랫만에 보는 조카들은 고모가 무섭게 생겼단다. 저런.... 내탓이다. 친정조카를 일년에 한번도 못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있는 우리를 모으신 것이다. 한번씩은 고모 노릇도 하며 살라고....

작년에 엄마 기일에 갔다와서 시어머니와 큰 전쟁을 치뤘다. 내가 소리를 지르고 덤볐다. 그럴 수가 있느냐고...

동생네 예쁜 개가 두 마리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개를 좋아한다. 전에 키우던 개는 시어머니와 다시 합치면서 남을 줘 버렸다. 개가 싫다고 하셔서. 아직도 아이들은 개 이야기를 하고 그리워한다.  남편은 개를 데려가도 되느냐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들도 전화를 했다. 시어머니를 잘 아는 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남편의 전화를 맏은 시어머니는 말도 없이 나를 바꾸라고 했나보다.  누가 개를 데리고 오자는 생각을 했는지 말하라시는것이다.

나는 정말 좋게 웃으면서 말씀 드렸다.
"어머니 개를 누가 데리고 가요? 제가 절대 못하게 할테니까 걱정하지마세요."
그것으로 끝난줄 알았다. 끝나야 되는 것 아니었을까?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었다니 하는 생각, 늙어가시는 친정아버지, 같이 나이들어가는 동생들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무거운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 시어머니의 추궁은 시작되었다. 남편으로부터 아이들까지 누가 개를 데려오자고 했는지 분명 너희 엄마는 아닌지. 화도 내셨다. 개를 싫어하는 줄 알면서 그럴 수가 있느냐고. 나는 어머니 편을 들었다.
"글쎄 갑자기 개는 웬 갠지 몰라요. 갑자기 전화를 하고 그러더라니까요? 저도 개 이제 못키워요."

다음 날 아침 어머니와 둘이서 교회에 가는 길이었다. 또 개 이야기를 꺼내신다. 누가 데려오자고 했느냐고, 넌 정말 아닌게 맞느냐고, 애들 아빠는 내가 그리 싫어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난 순간 이성을 잃었다. 10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기일을 잘 보내고 왔느냐라든지, 친정아버지는 잘 계시더냐라든지 하는 의례적이고 상식적인 말을 하고 나서 닥달을 할 법도 하지 않은가?  데려 오지도 않은. 그리고 나는 정말이지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개 데려오는 이야기를 네가 한 게 아니라는 증거를 대보라는 식의 말은 참을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에게 못 되게 해서 이혼을 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아는 선배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언니, 내가 미친 게 아니라고 말 좀 해줘."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다음부터이다 아이들을 붙잡고 정말 네 엄마가 안 그랬는지 묻고, 확실한지, 전에 있었던 개를 너희 엄마가 안 없애서 할머니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하소연을 하셨단다. 네 엄마 같이 그러면 안된다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나는 10년 이상 시부모님들과 같이 살면서 속으로는 끌탕을 쳐도 아이들에게는 나쁜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애들에게는 귀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닌가?


지금도 나는 시어머니와 같이 산다. 이제는 나는 껍데기만 같이 산다.


*****************************


나는 지난 11년동안 단 하루도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정말이지 단 하루도.

요즘도 우리 엄마가 살아 계신 것 같다.
놀라듯이 "아, 나쁜 꿈을 꾼 것이구나. 엄마가 이렇게 살아계신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내 자신이 정신이 혼란해지면서 아뜩해진다.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이 안되다가는 현실이 분명한 것을 분간하고 나서는 슬픔이 밀려오기 때문에....

엄마 기일은 언제나 엄마의 가쁜 숨소리로 기억된다. 그 기억에 시어머니의 이기적인 무심함으로 인한 가슴아픈 기억이 겹쳐져서 내가 숨이 막힌다.


오늘도 나는 친정에  못갔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보고 싶어, 한 번만이라도....
IP : 211.229.xxx.98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담백
    '04.1.17 3:06 PM (219.241.xxx.76)

    시어머니들도 많은 경우 누군가의 친정어머니일텐데 왜 그렇게 며느리에게는 못되게들 하시는지... 님 힘내세요. 어머니 생각하시는 마음 하늘에 계시는 어머니도 잘 알고 계실 거예요.

  • 2. 2004
    '04.1.17 3:34 PM (220.86.xxx.31)

    왜 못 가셨어요.
    무리를 해서라도 꼭 가시지...
    제 시고모가 그러시더군요. 엄마 생각하는건 딸이 분명 더하지만 마음뿐이고
    며느리는 하기 싫어도 의무감에서 할일을 한다구요.
    맞는 말인거 같아요.

  • 3. 변진희
    '04.1.17 4:15 PM (221.155.xxx.170)

    많이 슬프시겠어요...
    시어른들과의 생활...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르는것 같아요...
    지나가는 말한마디에 가슴이 아릿아릿하죠.
    저두 아버지 돌아가시구 장례모시구 와서 담날부터 제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지었답니다...
    하고싶은말은 어려워도 해가며 살아야겠다 싶어요..그러지않음 스스로에게 지칠테니깐요
    기운내시고 날은 지났지만 친정에 다녀오세요

  • 4. 에휴..
    '04.1.17 6:14 PM (220.76.xxx.132)

    정말이지 안타깝네요. 나이 먹고도 그 나이만큼의, 지금껏 먹어온 쌀 값도 못 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도 다른 사람에겐 그렇게 관대하고 자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의 부인에게 그처럼 비열하고 잔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자기 딸도 그처럼 가슴아플 수 있다는 사실 한가지만 생각해도 그런 모습 보이지 않을텐데.. 아니 자기 손자 손녀가 철 들고 나서 그당시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여길까 생각만 해 보아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을텐데요.
    그런 시어머니 모시고 사시는 분들의 모습에 우리나라 남편들 정말 부인께 잘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힘 내세요.

  • 5. 경빈마마
    '04.1.17 7:53 PM (211.36.xxx.231)

    세월이 얼마나 흘러야 그 상처가 아물지...
    두고 두고 마음이 아플 것 같네요...

  • 6. 부천댁
    '04.1.17 9:27 PM (218.156.xxx.132)

    남의 가슴에 못 박으면 안되는데...
    그것도 대못을 박았네요.
    세월의 두께로 봐도 그렇게 밖에 대처 못하는 시어머니가 참으로......
    힘 내세요.
    ......

  • 7. 김혜경
    '04.1.17 9:40 PM (211.215.xxx.100)

    .....

    참~~

  • 8. 블루베리
    '04.1.17 10:43 PM (219.252.xxx.50)

    제가 눈물이 날것 같네요.
    아버님 살아 계실 때 친정에 열심히 다니세요. 어머니 기일 만이라도.
    앞으로 어떤마음으로 살아 가실지 참 걱정이 됩니다...

  • 9. 나르빅
    '04.1.18 1:11 AM (210.82.xxx.211)

    정말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님 글쓰시는 솜씨도 너무 감동적이구요.
    인생의 절반은 슬픔이래요.
    슬픔을 잘 다독이시길 바랍니다.

  • 10. 글쎄요...
    '04.1.18 2:32 AM (211.210.xxx.31)

    11년 동안 단 두번 제사에 참석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좀~~
    그건 누가 가게하고 못가게 하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본인의 행동노선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거 아닌가요?

  • 11. 크리스챤
    '04.1.18 6:43 AM (80.186.xxx.4)

    나쁜 꿈 맞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셔요.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어머니를 다시 만나실 수 있을 거여요. 전 종교인으로 사후세계를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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