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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기념일 맞이 횡설수설

임소라 조회수 : 892
작성일 : 2004-01-17 17:15:24
82쿡의 여러 이모님들께서는 설도 추석도 전부 싫으실 거 같아요. 왜... 그 명절증후군이라는 거에 시달리시는 분들도 계시겠구요... 어떻게 하면 형제들과 재미있게, -물론 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끔찍하게..- 놀까 하고 궁리하는 - 명절에는 무책임해 지시는 우리 아빠처럼- 남편과는 달리 윗사람, 혹은 아랫사람과의 끔찍한 대면이 걱정되시기두 하겠고... 제사다 뭐다 해서 줄기장창 음식을 해내야 하는 경우두 계시겠고.. 혹은 저희집 처럼 어지간해서는 명절증후군 같은 거 못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구요...

오늘 저희 집은 설을 샐 준비를 얼추 마쳤습니다.
외가쪽이고 친가쪽이고 제사를 안 지내는 집안이라서 꽤나 수월하게 준비를 마쳤는데요 - 마치 아줌마가 된 느낌이라니...-
해봤자 만두 만들고 조금 특별하게 동그랑땡이랑 동태전 조금 부치고 떡국떡 준비하고... 이게 답니다.
친가 쪽엔 거의 막내라서 그다지 준비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엄마... 그러나 외가에선 큰딸, 큰 시누이라서 외할머니 대신 중심을 잡으시는데 외가 쪽에선 세명의 외숙모들이 각자 나눠서 음식을 해오고 엄마도 외할머니 대신 간단한 음식을 하시고... 그러다 보니 설 준비가 아주 쉽습니다. 그런데 이번 설을 준비하는 중에 제게 아주 특별한 기념일이 생겼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루, 16년만에 떡국떡을 썰어본거죠.

집집마다 썰어놓은 떡을 사다 드시는 집도 있겠지만 어제 떡을 뽑아다가 하루동안 말려서 오늘 떡국떡을 썰었는데.... 맨날 써는 걸 보기만 하다가 직접 썰려니 칼든 손도 떨리구... 떡은 이상하게 딱딱하구...
-엄마의 떡은 너무너무 잘 썰려서 제 떡과 엄마떡을 여러번 바꾸기도 했지만... 제 손이 마이다스의 손이라서 떡이 황금이 된 걸까요? 제 손에만 오면 떡이 돌댕이가 되는 거 있죠?-
어쨌든 이차저차 해서 힘을 왕창, 아주 열심히 심혈을 기울여 떡을 썰었습니다. 굵기도 길이도 거의 일정한 엄마 솜씨에 비하면 두꺼웠다 얇았다 길어졌다 짧아졌다 변화무쌍했지만 혼자서 자화자찬하면서 82쿡의 라이벌인 장금이보다 솜씨가 좋다고 우겨대면서 길다란 떡을 여덟갠지 열갠지 썰었답니다.

썰고 나니까 팔두 아프고.. 손가락도 빡빡하고...
저 혼자 오늘, 2004년 1월 17일을 처음으로 떡국떡 썬 날로 정해놓고 보니까 그동안 엄마혼자 떡 썰었던게 괜스레 찔리는 거 있죠? 엄마한테 미안시럽기두 하구... 그 동안 왜 그러구 살았을까 반성두 되구요.....

하여튼...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세가집니다.
첫번째는 82쿡의 모든 식구들이 오늘을 기억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에서 쓴 거구요...
두번째는 아들이던 딸이던 명절에는 함께!! 시장도 보고 전 같은 거 부치시라는 거구요... - 물론 어느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부터 가능하겠지만... 저는 약 4학년때부터 엄마에게 강제루 끌려나와 일을 거들었다는...-
세번째는 남자들이 떡국떡을 썰었으면 하는 바램에섭니다. - 오늘 아빠를 달달 볶았건만... 저는 아빠에게 칼을 쥐어드리는 걸 실패하고 말았습니다만 외할아버지께서는 떡국떡을 써신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아빠에게 칼을 쥐어드릴 것이라는, 그래서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떡을 썰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명절은 다 같이 좋으라구 있는 날인데 남자들은 너무 편하게 지내는 거 같습니다. 애들두 그렇구요.
온 가족이 모두다 진정으로 즐기는 명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라의 기념일 맞이 횡설수설이었습니다.


- 못 생긴 떡국떡이 이쁘다고 해 주신 엄마에게 감사하면서.... -

                                  
                                                                              2004년 1월 17일 토요일
                                                                           '임소라', 생전처음 떡국떡 썬 날      
IP : 218.235.xxx.20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꾸득꾸득
    '04.1.17 6:47 PM (220.94.xxx.49)

    소라양은 언제봐도 어른스러운게 듬직한(?) 딸이네요..
    어머니가 얼마나 뿌듯하실까...
    소라양보다 배는 더 나이먹은 나도 아직 떡은 못썰어 봤어요^^;
    기억할꼐요.
    정말,,근데, 떡썰기는 남자의 몫이라니까요...
    힘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 2. yozy
    '04.1.17 7:04 PM (220.78.xxx.141)

    저보다 낫네요.
    아무튼 소라양 같은 따님 두신 소라양 어머님이
    무지무지 부럽습니다.

  • 3. 부천댁
    '04.1.17 9:17 PM (218.156.xxx.132)

    무엇이든 또~옥 소리나게 잘 할 것 같은 소라양 홧!팅!!

  • 4. 김혜경
    '04.1.17 9:36 PM (211.215.xxx.100)

    저도 아직 떡국떡 썰어본 기억이 없는데...
    결혼전 엄마가 한번 시켰다가 하도 기가 막히니까 떡을 도로 뺐었다는....
    소라님은 어쩌면 그리도 의젓한 지...암튼 설 지나고 제 쪽지 날릴게요, 우리 이대앞에서 만나 케익이라도 한조각 같이 먹어요.

  • 5. jasmine
    '04.1.17 10:29 PM (219.248.xxx.75)

    마이다스의 손.....을 아세요?.....책 많이 읽는군요.....
    아빠가 써는 떡, 내년에는 꼬옥 성공하세요. 마누라 말은 안 들어도 딸말은 듣는게 남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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