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시장통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어머니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한 뒤
큰길로 나와 우산 두 개를 샀습니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 앞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학원 문을 열려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어머니는
건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파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어머니가
문득 3층 학원 창가를 올려다봤을 때,
마침 아래쪽의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있던 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머니는 반갑게 손짓을 했지만 딸은 못 본 척
얼른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숨겼다가 얼굴을 내밀곤 할뿐
초라한 엄마가 기다리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어머니는
딸의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딸이 부끄러워할 것만 같아
한나절을 망설이던 어머니는
다 늦은 저녁에야 이웃집에 잠시 가게를 맡긴 뒤
부랴부랴 딸의 미술학원으로 갔습니다.
“끝나 버렸으면 어쩌지…… ”
다행히 전시장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벽에 가득 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어머니는
한 그림 앞에서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앞치마...
그리고 낡은 신발...
그림 속엔 어머니가 학원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날의 초라한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날 딸은 창문 뒤에 숨어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가슴에 담았던 것입니다.
어느새 어머니 곁으로 다가온 딸이...
곁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모녀는 그 그림을 오래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
만두집엄마와 딸의
서로 엇갈린 마음이
결국은
하나 된 마음.
우리는 그동안
앞치마 두른 엄마를
얼마나 소외시켜왔으며
딸을 생각하는 엄마 또한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살아왔던가?
그러나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순간
엄마나 딸이나 독자나 모두가
따뜻해진 것처럼 우리는 한쪽의 의견에
성급하게 가슴 아파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참고 인내하며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변치 아니하면
이처럼 따뜻한 감동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두 매 번..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서로 화내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웃으면서 인생을 산다는 건...
얼마나..힘이 드는지..
- 글쓴이:가시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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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퍼 와봤읍니다...아시는 분도 있으실거 같긴 한데...
좋은 글 조회수 : 975
작성일 : 2004-01-02 17:26:32
IP : 203.238.xxx.20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4.1.2 8:29 PM (211.201.xxx.171)참 따뜻한 글이네요.
2. 경빈마마
'04.1.2 11:24 PM (211.36.xxx.231)남들 엄마처럼 고운 옷은 안입었지만,멋내기도 서툴지만...
열심히 살아 왔다는 것을 딸들이 이담에 알 수 있을까??3. 솜사탕
'04.1.3 2:51 PM (68.163.xxx.81)맘이 찡해서 눈물이 흐르네요. 정말 고마운 글이에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경빈마마님!! 당근 알죠. 혹시 어릴때는 몰랐다고 하더라도.. 크면
다 압니다. 전 딸도 아닌데.. 느껴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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