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동지랍니다.
다 알고 계셨었나요?
전 어제 팥죽을 하루종일 쑤었답니다.
푹 팥이 물러지게 하려고 여러번 끓였거든요.
그랬더니 하루종일 걸리네요.
근데, 팥값이 장난이 아니예요.
1Kg에 전 거의 만원 주고 샀거든요.
남편한테 그 얘길 했더니,
'고만큼 거둘려면 농사지어서 갈무리한다고 얼마나 힘들었겠냐? 해보구서 그런 소리한다'고 그러네요.
수긍은 하는데, 팥값이 찹쌀보다 거의 두배 비싸니 혀가 절로 나옵니다.
끓여서 마을 할머니께 조금 가져다 드리고
아침 식사로 붉은 팥죽 먹었어요.
올 한 해와 내년 한 해 나쁜 액이 집안에 얼씬 못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졌답니다.
며칠전 제가 쓴 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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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지어 다니는 산비둘기>
2003년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항상 이맘 때쯤이면 사람들은 달력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저도 요즘 하루에 몇 번은 지는 해 달력과 새 해 달력을
번갈아 보고있습니다. 시골 살다보니, 이런 저런 송년 모임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자꾸 달력에 눈이 갑니다.
새해 달력에선 이러저러한 날이 언제인지 살펴보고,
연휴가 얼마나 되나도 봅니다. 지는 헌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때는 시기가 언제였고 그래서 무슨 일을 했었나'도 생각해 봅니다.
그럴 때면 "항상 그랬지. 뭐!"하게 되는데, 시골 살기 시작한 작년과
올 해는 계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한 필름이 되어 머리 속에 남아있네요.
오늘도 두 달력을 앞에 놓고, 모과차 한 잔을 끓여서
이렇게 앉았습니다. 한 장 달랑 남은 헌 달력을 좀 더 오래
보게 되네요. 가는 세월이 아쉬울 것도 없는 나이인데
달력 속 하루 하루를 눈여겨 보다가 헌 달력에서 크리스마스 날
외에 동지 날을 발견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동지날이네요.
붉은 팥죽을 쑤어 한 해를 마감하며 액땜을 하는 날입니다.
시골 살다보니, 이런 풍습에 절로 마음이 동(動)해 팥죽 쑤어
대문간을 칠하지는 않더라도 한 그릇씩 먹어야겠습니다.
새 해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그러는 것처럼
동지에 팥죽을 한 그릇 먹으면 미리 한 살을 먹는 거라네요.
어차피 먹는 나이, 미리 먹을랍니다.
새 달력을 한 장 한 장 슥슥 넘기며 보다가
내 년도 이렇게 갈피를 넘기듯 슥슥 지나가겠구나 싶네요.
사람이 슥슥 지나가는 건지 시간이 슥슥 지나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달력을 넘기는 소리는 슥슥 들리고
밖에서는 바람이 산 속을 휘 돌아 나뭇가지를 흔들며
포효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겨우내 이 바람 소리가
마을과 우리 집 주변을 맴돌겠지요. 지금은 그 소리가
낯선 객처럼 여겨지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친숙해질거라는 걸 압니다.
이미 산비둘기들은 익숙해졌는지 바람을 타고 떼지어 날아다니고,
휘휘 힘센 바람소리와는 달리 둔덕에 생명을 다한 누런 강아지풀들이
그 바람에 맞춰 느린 왈츠를 추고있습니다. 세월에 몸을 맡기듯이........
(강아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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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드셨어요?
쉐어그린 조회수 : 883
작성일 : 2003-12-22 14:07:02
IP : 221.168.xxx.25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싱아
'03.12.22 4:16 PM (221.155.xxx.47)전 지금 한그릇 먹었어요.
팥죽 끓이는데 시간과 정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절감 합니다.
시골살이는 겨울이 제일 황량한것 같은데 쉐어그린님은 서정적으로 그리시니........
따뜻한 겨울되세요.2. 김혜경
'03.12.22 6:17 PM (211.201.xxx.181)농사의 수고로움 생각하면 값비싸다고 하면 안되는데...그래도 주부인지라 가끔은 투정을 하게되요.
3. 리미
'03.12.23 3:05 PM (220.85.xxx.9)전 오늘 들었네요.
동지에 팥죽 한그릇 먹으면 미리 한살 더 먹는거라고...
시어머니께서 그래서 그런가 몸이 예전같지 않으시다고 하시더군요.
어제 아침에 동지란걸 알고 팥죽 먹기는 다 틀렸다 했는데
(아가 때문에 사먹으러 나갈 수도 없어요. ㅜㅜ)
시어머니께서 쑤어서 보내주셨더라구요.
이럴 땐 멀리 있는 친정엄마보다 가까이 계신 시어머니가 더 좋아진다나 뭐라나.
넘 기회주의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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