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잼 만드는 것도 보지 못했던 사람이 참, 겁없이도 매실잼에 도전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양재동 하나로 마트에 가니 10kg 박스만 있더군요.
그 때 그냥 왔어야 했는데...
토요일 오후 황금같은 시간에 다리품 판 것이 아까워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던 1.5kg망 2개를 집었습니다.
8,500*2=17,000
저녁 10시 넘어 매실을 깨끗이 씻어 놓고, 상처난 부분, 검버섯 같은 부분 모두 손질해 놓고 잤습니다.
다음날.
들통에 넣고 삶아야 하는데 물을 얼마나 잡을지가 망막하더군요.
씨를 발라내 볼까하여 칼을 대보니 칼집 넣기가 어려울 정도로 과육이 단단하던데 씨를 빼고 하신다는 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과육이 단단하니 갑자기 팥 삶는 것이 더오르더군요.
-실제는 팥 삶아 본 적도 없습니다.-
어디선가 동량의 물을 잡거나 조금 더 물을 넣는다고 본 것 같았어요.
과일이니 물이 좀 나오겠지 했지만서두 단단한 생각이 더 강했던지 동량보다 조금 더 물을 넣으면서 모자라면 더 넣지 뭐... 했는데
아침에 산에 올라갔었기에 샤워하고 나왔는데 아직도 물이 끓지를 않더라고요.
그 때 부터 뭔가 예감이 이상해서 물이 너무 많았나? 좀 버릴까? 하고 있는데 거품이 올라오더군요.
결국, 한 냄비 물은 버리고 그래도 남은 물은 따라놨다가 윗물만 따라 버렸어요.
아, 씨를 발라네는 일이 참으로 힘 들더군요.
온갖 그릇에 묻히고, 채에 묻히고, 젓가락에 주걱에...흑흑..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오후 4시 정도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그런데 첩첩 산중이라고 진짜 힘든일은 이제부터.
설탕 넣어가면서 천천히 젓는데 들통이 높으니 팔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 의자 놓고 올라가서 젓다가 힘들면 식탁에 앉았다가, 다시 젓다가, 앉았다가...
손 데일까봐 장갑끼고 장갑에서 먼지 떨어질까봐 위생 장갑도 덧끼고, 장갑안에서 손은 찜질을 하고 -_-;;
신랑이랑 아이랑은 운동한다고 나갔는데 저 혼자만 완전 쇼를 했습니다.
매실이 폴락폴락 올라올 정도로 온도조절을 하라기에 조금 높였더니 잠깐 사이에 바닥에 눌었더라구요.
바닥 긁어서 검은 것 다 골라내고, 또 젓고, 3kg니까 4시간 보다는 적게 걸리겠지 하면서 위로를 했는데
결국은 더는 팔이 견디지 못하고 2시간만에 항복했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돌아와서는 엄마 얼굴이 왜 그러냡니다.
초죽음이 되었다고.. 쩝.
밥맛이 없어서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그대로 뻗었습니다.
일어나니 12시가 넘었더라고요.
아침에 출근해서 사이트 방문해 매실잼에 대해 글을 읽어보니 내가 참 왜 이리 우스운지..
나이 40이 넘어서 처음 해본 잼에 완패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녁에 다시 한 판 붙어야 합니다.
다행이 아침에 남편이 묻습디다.
몸살 안났어?
응. 근데 아직 더 해야해.
얼마나?
2시간은 더 저어야해.
그냥 끊이면 안돼?
그냥 두면 밑에 눌어서 안돼.
알았어. 내가 해줄께.
참고로 우리 남편은 집에서 음식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너무 싫어 합니다.
그 시간에 쉬고 밥은 나가서 먹잡니다.
편하긴 한데 그래서 요리 솜씨가 없어요.
그런 사람이 웬일인지 매실잼 만들겠다고 할 때부터 아무 소리 없더니
요즘은 이것 저것 성의를 보이는 저에게 조금씩 변해가나 봅니다. -착각인가?
쓰고 보니 별것도 아닌 허접한 이야기를 참 길게도 썼네요.
매실쨈에 당한 일이 너무도 황당하야...지송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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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잼-_-;;
배나무 조회수 : 884
작성일 : 2003-06-02 10:55:14
IP : 147.46.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지원
'03.6.2 11:15 AM (61.248.xxx.192)음....일을잘 안하시는분이 하셔서 더 고생하신듯...전 씨 골라내는일 말곤 일이 빨리쓱쓱해지더군요.끓이는것도 약한불에 놔두고 집이리저리 오가면서 나머지 할일하면서 한번씩저어주고 지나가고해서 힘든줄몰랐구요.님글읽다보니 전 거저로 쨈만든것같아 좀 죄송하네요.^^
2. 이원희
'03.6.2 12:09 PM (221.158.xxx.149)작년에 엄마가 담아주신 매실액(엑기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요, 그거 여름에 물에 타서 마시면 시원한데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지금도 찬장 맨 위쪽에 넣어뒀는데, 슬슬 꺼내야지~ 하고 있습니다. 82에서 매실잼 열풍이 불때도 꾹~ 참자, 내년에 담자~ 그러다가도 음, 정말 맛있겠다, 요구르트에 넣어 먹어도 괜찮을 것 같구... 하면서 눈이 슬슬 가더군요. 어제 장보러 나갔더니 1Kg에 5000원 조금 못하던데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자꾸 망설이다가 그냥 들어왔습니다. 가격이 비싼건지 싼건지도 모르겠고, 오늘이 장날이라 장에 나가서 함 볼까 싶기도 하고 했는데, 배나무님의 고생담(?)을 보니 안사길 잘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먹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루를 꼬박~ 바쳐야 할 것 같은데....
3. 김혜경
'03.6.2 3:31 PM (211.201.xxx.143)쿠킹노트 잘 읽어보시죠. 곰솥의 3분의 1정도 올라오게 물 부으라고 했는데...
젓는 것도 부루스타 놓고 앉아서 저으면 쉬운 걸...4. 이종진
'03.6.2 6:11 PM (211.209.xxx.110)아~ 부루스타.. 크크.. 사서 고생할뻔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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