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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는 왜 어려운 공부/능력보다 결혼취집을 바라는가. ?

음.음. 조회수 : 1,612
작성일 : 2011-06-19 14:36:18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아들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그럼 딸은? 딸은 어디로 보내야하는가? 딸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딸은 ‘서울’에 갈 수 있는가?

‘알파걸’부터 시작해서 ‘엄친딸’은 물론, 국가고시를 비롯해 학교 내신시험까지 딸들이 수석을 차지한다는, ‘우수한 딸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지금에, 딸은 서울에 갈 수 있냐고 묻는 것은 얼핏 우매한 소리 같아 보인다. 아들들의 ‘서울’이 ‘꼼꼼하고 성실한’ 딸들에게 잠식당해 아들들이 설자리를 뺏겼다는 아우성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전의 젠더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풍문들 저 너머에서 모순적인 다른 목소리들이 여전히 새어 나온다.

지난 5월,  ‘대한민국 사교육의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그 동네’에서 오랜 기간 사교육업계에 종사해온 한 ‘대치동강남엄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경제적 재산, 시간적 여유, 고학력의 조건을 갖춘, 전형적 ‘강남엄마’는 자신도 대학생 시절에 여성학에 관심이 있었다며 “이젠 남녀불평등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옛날의 남녀차별”을 거쳐 그 지역 엄마들의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대화의 마지막에, 그 분은 요즘 자신을 비롯한 그 지역 엄마들 사이의 “지배적인 견해”를 내게 들려주었다.

“아들은 무조건 공부 많이 시켜 좋은데 보내야 하지만, 딸은 공부에 별 관심이 없으면 그냥 예쁘게 키워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5평짜리 한 채 사주고 시집보내면 되잖아.”

우리가 그동안 나눴던 ‘젠더’의 이야기들이 무색할 정도로, 그 분과 그 분이 대신 전해주는 ‘엄마들’에게 있어서 ‘아들=출세, 딸=시집’이라는 이분법의 공식은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충분히 딸을 뒷받침해줄 만한 풍부한 재력과 고학력은 물론 때로 젠더 불평등에 관한 자각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딸에게는 ‘공부’가 1순위가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

‘공부’의 타이틀이 직업세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인 이 사회에서, 왜 엄마들은 아들의 공부에는 열성을 다하고자 하면서, 딸에게는 어려운 공부보다 결혼을 바라는가.

후기근대에서 젠더는 불평등의 요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법과 제도가 직접차별을 제거하고, 젠더의 평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는 매일같이 ‘위협적인 딸들’의 이야기를 뿜어내고 젠더의 지배관계가 역전된 것처럼 떠들어 댄다.

그러나, , 여전히 한국사회라는 판타지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개인들의 삶의 맥락에 따라 그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혼과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 여성을 할당하는 이상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구조만 더 복잡해져 여성들의 삶에서 이율배반적인 현상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딸은 분명 아들과 함께 ‘서울’에 갈 수 있는 존재다.

법과 제도가 그것을 공식적으로 보장해주고 통계가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지만,

목적지로서, ‘딸의 서울’은 ‘아들의 서울’과 같지 않다.

성별분업의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차별과 축적된 차별들은 커다란 유리의 성 안에 딸들을 머무르게 한다.

고소득직종의 남성이 가족임금의 이데올로기를 실현시키는 상황에서,

딸의 학업과 노동시장 진출은 잘하면 좋은 것이지만, 못한다고 나쁠 것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아들들에게는 필수적이지만,
딸에게는 선택의 문제이며,
굳이 노동시장의 성차별성을 하나하나 따지지 않아도 딸이 ‘바깥에서 아들과 똑같이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전제되어 있다.

‘굳이’ 딸을 고생시키지 않고, 부모가 가진 경제적 능력을 발휘해 ‘고가의 아파트’를 장만해줌으로써, ‘결혼’을 통해 딸에게 새로운 (고소득)가족임금을 쟁취하는 사위를 맺어주면 그만인 문제인 것이다.

부모의 재력을 답보로 하고  있는 딸은 ‘굳이’ 힘들게 철철 피를 흘려가며 ‘남자의 성공’을 성취할 필요가 없다.

한편으로, 바깥에서 돈을 버는 것 보다 ‘집에 있는 것’이 더 편하고, 또 그것이 여성에게는 적절하다고 여겨져 왔으므로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 이 땅의 엄마들은 ‘딸의 성공’을 결혼에 배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어쨌든, 엄마들은 사회가 인정하는 (이상적인) 젠더에 충실한 삶은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굳이 ‘압구정 강남엄마’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은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때때로 불합리한 이 사회와 젠더에 대해서 자각하고 저항하면서도

종종 딸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겉보기엔 불평등해보이지 않지만, 체감하는 이 사회는 딸의 성공을 아들의 성공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깊이 체득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계층을 대변하는 ‘강남엄마’는, 스스로 불평등을 자각해 온 여성이며 충분히 딸을 아들과 동등하게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딸과 아들을 ‘다른 서울’로 인도한다.

자녀양육의 1차 책임자로서, 딸의 ‘무혈 서울 입성’을 완수할 조건을 가진 ‘강남엄마’들에게 그것은 하나의 ‘정설’이자 ‘그들의 진실’이 되었다고나 할까.


IP : 152.149.xxx.11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6.19 2:47 PM (1.227.xxx.35)

    딸이 공부를 잘해 상위층에 편입되는 것 보다는 상위층의 남자를 만나 상위층으로 사는 것이 더 쉽고 딸 인생이 편하므로???

  • 2. 2순위
    '11.6.19 2:51 PM (211.207.xxx.166)

    2 순위잖아요, 공부에 별 생각없으면.......이라고.

    여자가 서울대 가면 대충 서울대 남자와 엮입니다.
    성취도 하고 비슷하게 결혼도 뭐 잘 하는거죠.
    정치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일단 공부 잘 한 여자들은, 그 관성으로 일도 그정도 합니다.
    일해서 올라가는 걸 피흘리는 거쯤이라 생각지 않아요.

  • 3. 그래도
    '11.6.19 2:54 PM (222.106.xxx.110)

    원글 어머니들은 맨몸으로 딸을 결혼시킬 생각은 안하시는 것 같네요.
    그게 어디에요.
    사위의 능력을 아파트로라도 대접해주겠다는 마인드가 차라리
    내 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실 아무것도 없는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수저도 마련하지 않아도 능력있는 남자가 굽신거리며 모셔갈꺼라는 생각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 4. dma
    '11.6.19 3:02 PM (121.151.xxx.216)

    어차피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하는법인데
    남자도 여자가 전업하길 바라는 사람이니까 그런사람 골라서하는거고
    여자도 그걸원하는 바라는 남자에게 가는거죠
    그러고싶다고해서 그럴수잇는것도 아니고
    다 서로 바라는대로 만나서 결혼하는 법인데
    꼭 나쁘다고할필요있을까요
    그냥 각자 자기들이 일아서 사는거죠

  • 5. 누가요
    '11.6.19 3:28 PM (222.109.xxx.100)

    그런 생각하는 엄마들, 돈만 있고 무식한 사람들 아닐까요? 자기처럼 사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머리 나쁘면 친정 돈 받아 전문직 남편에게 시집가서 애들 학원에 운전이나 해 주면서 살라고? 아파트나 샀다 팔았다 하면서?
    저는 한국도 아니고 세계관적인 미래를 제시하면서 키우고 있습니다. 영어, 중국어 유창하게 구사하는건 기본중에 기본이죠. 남들처럼 사는것에 연연하지 말라고 합니다.

  • 6. ...
    '11.6.19 3:33 PM (14.52.xxx.174)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않기때문입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란 나라들도 남녀가 평등하지 않아요
    단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나은 거죠.
    성희롱이나 성폭행에 대한 그 많은 판결들, 시집에서의 며느리의 위치,
    하다못해 남편보다 성공한 여자의 가정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땐 여자 탓이죠.
    딸아이가 커 갈수록 걱정이 많아집니다.

  • 7. 여학생
    '11.6.19 3:44 PM (112.159.xxx.34)

    부모님이 맞벌이 하시는 집 큰딸이예요. 어릴 적 부터 너도 직업이 있어야 되고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도 곧잘 했고 잘 하는게 (& 하고 싶은 게) 공부라서 계속 공부하는 중이예요. 가을엔 미국으로 박사과정 입학이고요.
    재미있는 건, 제가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들이 다들 결혼을 어쩔 거냐며 반대 비슷하게 하시더라고요. 결혼은 할 지 안할 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더 놀라시고.
    사회가 인정하는 gender에 반하는 삶을 선택한 딸에 대한 본능적인 걱정이신가봐요.
    어쩌겠습니까. 나이 먹어서까지 공부하는 아내, 며느리 좋아해 주는 시댁은 없어 뵈는걸요. 같이 유학 가더라도 아내가 학업 포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요.

  • 8. 8
    '11.6.19 5:26 PM (92.75.xxx.252)

    정치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일단 공부 잘 한 여자들은, 그 관성으로 일도 그정도 합니다22 그러나 본인이 공부를 못한다면? 그렇담 시집 잘 가야겠죠. 그런 생각인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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