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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가 교무실에서 선생과 쌈박질을 한 뒤...

선생트라우마 조회수 : 11,468
작성일 : 2011-05-25 14:15:31
어제, 아이를 체벌한 교사를 죽여놓겠다던
학부모의 글을 읽고 내 국민학교 시절 얘기가 생각나서 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분의 분노에는 매우 공감하나
아이의 학교생활이 매우 걱정된다는 것이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나는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다.
내가 전학 온 시기는 3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고 나서였다.
겨울방학 끝나고 봄방학 전까지 2주 정도만 다니면 4학년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였다.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는 특별히 교과서 진도도 안 나가고 뭐 그렁저렁 때우며 보냈던 것 같다.
당연히 시험 따위는 한번도 보지 않았고.

그런데, 봄방학을 하는 날. 성적표를 받았다.
나를 2주간 가르친 담임선생이 내 성적을 매겨 주었다.
지금도 그 성적표를 펼쳐 보았을 때, 충격 받았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
전과목에 걸쳐 미,양,가를 쫙쫙쫙 뿌려 주었다.
행동발달인가 거기에는 애가 내성적이라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어쩌고 써 있었다.

그 성적표를 집에 가져가서 엄마에게 보여주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던 엄마가 용수철 튀듯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 길로 학교로 쫓아갔다.
왜냐면, 나는 비록 초등학교 저학년, 지방에서였지만 공부를 꽤 잘했기 때문이다.
1학년 때부터 쭉 반장을 했고 올 수를 받았다.
그것이 엄마에게는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엄마는 학교에 쫓아갔고 교무실에 가서 한바탕 난리를 쳤다고 한다.
나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엄마가 잔뜩 흥분해 있었으니 무척 격했을 것이다.
그 선생은 "그럼 이 성적표 그냥 버리면 될 것 아니냐"며 엄마 앞에서 찢어 버렸다고 했다.
나중에 원래 다녔던 지방의 학교에서 내 성적표가 올라왔고
생활기록부인가 거기에는 정상적으로 성적이 기록됐다.
그런데, 단 2주간 출석하면서 시험 한 번 보지 않은 나에게
그 선생은 왜 그따위 성적을 줬던 것일까?

성적은 바로잡혔지만, 그 후 나의 학교생활은 힘들었다.
나는 공부를 잘했지만 선생들은 대놓고 나를 미워하고 차별했다.
4학년때 담임은 임원 추천을 받아 당선된 내게
전학온지 얼마 안된 아이는 자격이 없으니, 재투표를 하자고 했다.
그런 학칙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른다.

당시 흥분했던 엄마를 충분히 이해하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나의 국민학교 생활은 매우 고달팠다는 것이다.
나를 보던 선생들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나마 공부를 좀 잘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무시당했다면 난 얼마나 비뚤어졌을까.

선생을 죽여놓겠다던 학부모의 아이는
나같은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교사들의 결속력은 매우 질기고 짱짱하더라.
IP : 118.36.xxx.104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T
    '11.5.25 2:18 PM (58.239.xxx.39)

    상품권 바칠 타이밍을 놓치셨던 모양.

  • 2. .
    '11.5.25 2:20 PM (211.112.xxx.98)

    교사들은 학생들이 있기때문에 존재하는 직업이고 학생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자질없는 교사들은 정기적으로 좀 걸러냈으면 좋겠어요..

  • 3. ㅂㅂ
    '11.5.25 2:22 PM (211.234.xxx.118)

    어릴때 엄마는 선생들께 당근으로 조련 하셨다네요..저는 촌지랑 울 엄마랑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발표를 시켜도 더 시켰다네요.씁쓸....

  • 4. ㅎㅎ
    '11.5.25 2:23 PM (110.10.xxx.254)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능..우리 어릴때는 정말 대단한 선생님 많았었는데..

  • 5. ...
    '11.5.25 2:25 PM (14.52.xxx.195)

    저희집 명언 -_-
    "돈주면 싫단놈 없다. 싫단놈은 기대보다 액수가 적어서일뿐;;;"

  • 6. 동감.
    '11.5.25 2:26 PM (125.176.xxx.188)

    그러나, 불행히도 교사들의 결속력은 매우 질기고 짱짱하더라. 222222222222

  • 7. ..
    '11.5.25 2:26 PM (121.148.xxx.128)

    아주 어렸을때 우리 바로 위 언니가 아파서 학교를 거의 몇달을 못나갔어요
    그랬으니 당연 시험도 겨우 한번이나 치뤘을거예요
    1학기 통신표에 기록하기를 전부 가로 표기 되어서 우리 엄마가 너무 화가 났지만
    어쩌지는 못하고 방학식 하던날 학교 선생님들 전부한테 상다리가 미어지도록
    상을 차려서 대접을 했답니다
    그 이후에는 안봐도 알겠지요
    그 덕에 저까지도 아주 수월하게 학교는 다녔지요.
    우리 엄마의 방식이 옳다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학교에 엄마가 가서 문제제기 하는것은 원글님 어머니 정도까지는
    이해됩니다만 어제 올라왔던 그 엄마는 방과후 지원교실 수업문제이고
    또 다른 방법으로 현명하게 문제제기해도 될것같은데...
    아무튼 어제 그 엄마의 말투나 말하는게 아이에게는 그닥 좋은쪽으로는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 8. ...
    '11.5.25 2:36 PM (1.104.xxx.166)

    우리 동생 4학년 2학기때 전학을 갔는데
    짜증나게 우리반으로 보냈다고 하면서
    책상도 안주고 걸상에서 며칠을 보냈다는...
    시골에서 뛰어놀아 시커멓게 탄 얼굴이라
    그렇게 무시했을까요.
    그뒤로도 어찌나 함부로 했던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그때 상처가 남았다네요

  • 9. ..
    '11.5.25 3:35 PM (110.14.xxx.164)

    원글님 경운 당연히 전 학교에서 시험점수 받아서 기록했어야 하는건데요
    그렇지만 시험 못보면 안좋게 나오는거 당연한건데 상다리 휘어지게 대접하고 나은 점수를 받는건 ...

  • 10. ..
    '11.5.25 3:37 PM (121.155.xxx.201)

    전 초등학교 때 늘 학년말에 반에서 성적 우수자 몇 명만 주는 상을 꼭 받았었는데 4학년 때만 못받았어요..그 때 저희 반에 여자애 2명이 있었는데 그 애들 엄마가 좀 학교에 많이 찾아오고 소위 치맛바람 일으키는 엄마들이었어요..근데 두 명 다 공부를 중간 정도 밖에 못했어요..어느 날 시험을 봤는데 두 명 다 평균 90점 중반대를 받더라구요,,어린 마음에도 뭔가 이상했죠..나중에 그 애들한테 물어보니 담임이 시험지 채점을 방과 후에 두 명한테 시켰다고 하더라구요,,그 애들이 답을 고쳤는지 어쨌는지 심증만 있을 뿐이었죠..

  • 11. ^^
    '11.5.25 4:08 PM (121.160.xxx.8)

    저는 사회에서 겪고 깨달아야 하는걸 진짜로 초등학교 5학년때 어렴풋이 깨달았죠.
    아, 사는게 이런거구나....ㅎㅎㅎ

    매일 찾아오는 친구 엄마, 참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꽃다발이 기억에도 탐스러웠고 매일 출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반장 선거를 하는데 당당히 1등으로 당선된 저를 보더니 이번엔 성적순으로 한다고해서 부반장으로 내려앉히고....
    뭐, 그 당시엔 참 우습게 느껴졌지만( 조숙했던지 억울하다기보다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이 다 스승이 아니구라, 라는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중학생이 되어 지나가는 버스밖으로 딴학교에 전근하셨는지 낯선 학교 앞에 서 있던 그때의 담임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기억이 납니다.

  • 12. 원글
    '11.5.26 12:50 AM (121.88.xxx.209)

    하고 다른 이야기지만 국민학교 2학년때 왠만하게 공부를 했었나봐요.
    학년말되면 우등상을 받아야하는데 받지를 못하고 시무룩해서 교실문을 나오니까
    선생님이 아무개야 부르시면서 귓속말로 조금 더 열심히 했어야지 그러시더라구요.
    그런데 옛날에는 치맛바람이 참 거셌던가봐요. 울 엄마는 한번도 학교엘 안 오셨거든요.
    그때 어린 맘에 선생님은 오줌도 ㄸ 도 안누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던
    게 그 여운이 철들때까지 남았드랬어요.

  • 13. /
    '11.5.26 4:44 AM (110.8.xxx.22)

    이상한 선생도 많고 또 이상한 학부모도 있겠지만
    원글님 어머님같은 강인한 분이 부럽기도 한데요.. 후환이 두려워 참아라 하는 부모보다는..
    학부모 결속력도 질기고 짱짱해지길 바래요. 부당한 선생들 퇴출시킬수 있는..

  • 14. ㅠㅠ
    '11.5.26 8:05 AM (59.7.xxx.51)

    아들이 초등 4학년일때 작은아이 숙제문제로 쇼핑백들고 학교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들 담임, 반색을하며 반기더니 작은아이문제로 학교온 걸 안 후로 얼마나 울 아들 힘들게하던지 학교에 소문난 선생이었는데 아들에게 미안해도 꿋꿋이 그선생 한테 암것도 안줬어요. 참고로 전 참 열심히 산다고 학교에도 소문난 사람이었거든요^^ 일일이 설명은 좀 길어서 패스 어버이날 교장선생님 추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장한 어머니 상받던날 그선생의 묘한 표정 작은아이 담임은 자기도 몰랐다며 내 손을 잡고 얼마나 기뻐하시던지요 선생님들이 다 똑같진 않아요 사실 난 그때 그기억이 너무 아파 아들 그때 담임을 선생이라고 쓰고 싶지않고 솔질히 그* 이라고 쓰고싶은데 내인격이 손상될까봐 그래도 선생이라고 씁니다

  • 15. ?
    '11.5.26 8:11 AM (183.98.xxx.230)

    사람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하는데 자기 아이 맞았다고 선생 죽여놓겠다던 엄니 글은 없어졌나봐요..꽃으로 때렸나 장작으로 팼나 궁금한데요..

  • 16. 고3때...
    '11.5.26 9:30 AM (96.250.xxx.247)

    고3때 공부는 그저 그랬어요...전......
    어느날 담임이 학교 도서관에서 딴반 친구들과(물론 쉬는시간) 제가 막 떠들고 있었는데
    저보고 함박 웃으시면서 딴 반애들에게 **공부 해야하니깐 방해하지 말란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좀 이상했죠...원래 그런 대접 안해 주셨거든요.
    어느날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며칠전에 촌지주고 왔다고...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했던 생각이 나네요.

  • 17. 분명한건
    '11.5.26 9:43 AM (218.239.xxx.204)

    선생한테 돈때문에 상처받은 사람 손들라고 하면 거의 다일겁니다.
    학교다니면서 그런 일 안겪은 사람이 없는걸 보면 선생님들은 인생의 쓴맛을 최초로
    보여주는 집단이었던 거 같아요.
    선생들 결속이 대단한것처럼 부모들도 결속이 강해졌으면....너무 큰 바램일까요??

    저도 부당한 대접을 많이 받아서 항상 선생님하면 나쁜 사람들로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일종의 약자를 이용한 앵벌이???

  • 18. .....
    '11.5.26 9:55 AM (124.52.xxx.147)

    좋은 선생 반 안좋은 선생 반이지만 좋은 선생에 대한 기억이 안좋은 선생에 대한 나쁜 기억때문에 묻히고 잊혀져서 나에게 남은 선생에 대한 느낌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거다.

  • 19. 이글의 경우는
    '11.5.26 10:03 AM (61.101.xxx.62)

    어제 그 글과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어제 그 글 엄마는 원글 엄마처럼 다짜고짜 달려가서 처음부터 교무실을 뒤집은게 아니다.
    오히려 요령없이 신사적으로 아이 이름 다 밝히고 교장선생님한테 시정을 부탁했다. 그런데도 치사하게 선생한테 보복을 당한거다.

    그리고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초딩 성적 가지고 감정적으로 난리 친 것도 아니다.
    성적표에는 막말로 찍혀서 담임의 주관이 들어가도 항의할 마땅한 기준이 없지만 , 어제 원글의 경우는 다행히 체벌금지라는 규정이 있으니 싸워도 질만한 껀수는 아니다.

    아무리 경우와 이유가 달라도 선생이랑 맞짱(?)뜨는게 아이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되는건 사실이나
    어제 원글의 경우에는 이미 찍히고 교사가 아이를 갈구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더 맞선다 해도 더 이상 나빠질게 별로 없다.
    오히려 그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그만두면 아이가 선생한테 찍힌 상태로 아이만 더 괴롭게 될 수가 있다.
    차라리 선생과 시시비비를 확실히 가리고 체벌을 금지 시켜서 ,항의의 내용이 정당했고 선생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학교 아이 친구들도 알도록 보이는 결과를 끌어 내야한다. 그래서 아이의 실추된 이미지를 되돌려 놓는게 맞는 방법이라고 본다.

    다만 그 싸움의 방법이 너무 비이성적이어서 선생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자기들끼리 뭉치는 역효과만 나지 않게 행동한다면 싸워서 이기는게 더 낫다고 본다.

  • 20. 아기엄마
    '11.5.26 10:09 AM (125.179.xxx.150)

    위에 "이글의 경우는"님에 적극 공감.
    전 이렇게 글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잘 설명하는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그리고 "학부모 결속력도 질기고 짱짱해지길 바래요. 부당한 선생들 퇴출시킬수 있는.. " 요것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역시 현명한 82님들.

    덧, 저 학교다닐때 쓰레기 같은 선생들 얘기 풀자면 82 게시판 도배를 하고도 모자라요. 그래서 전 못 풀어요. 저도 선생이라 부르고 싶지 않고 그냥 *이라고 하고 싶어요.

  • 21. 속단은 금물
    '11.5.26 11:22 AM (180.66.xxx.41)

    그런 경우...솔직히 누구나 다 당해봤을것같아요.

    저희아이들..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제가 책을 좋아해서...어지간한 책은 다 접해봤고
    (농담삼아 이집사람은 애나 어른이나...전공서 이외에는 다 훑어봤다고 할정도)

    그런데....초등생(비록 초등생이였지만...)의 성적표에....
    책을 별로 좋아하지않음이라고 적혀져있네요.
    학교책은 다 읽은 책이라,,즉 동화책 내용이 뻔하고 교실내 창작동화책도 거진 다 읽었고의 상황인데..
    아이가 책읽는 모습을 파악해보지도 않고 느닷없이 책을 안좋아한다니...
    다른건 몰라도 그건 분명.....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렸던 기억이...

    아이들 파악할려면 제대로 했으면 싶네요.
    더구나 부정적인 내용을 적을려면 더더욱 신중하게...

  • 22. 학부모 자질??
    '11.5.26 1:29 PM (125.135.xxx.20)

    공교육을 하는 학교가 학생 골라서 받는 곳인가요?
    수많은 범죄자들 파렴치한들도 학교 다니고 그들 아이도 학교 다녀요.
    교사가 학부모 자질 따지다니 황당 하네요..
    자질 따질거면 입학할 때 이력서 신분증명서 받고 시험쳐서 학생을 받아야죠.
    선생 뽑을 땐 그렇게 하죠.
    왜? 선생은 자질을 따져야 하니까요.
    요즘 개념 상실한 선생들이 태반은 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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