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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만났던 아이 생각이 나네요.
인도가 한창 더운 계절이었고, 진짜 땡볕 아래 5분 있으면 어지러울 정도로 더웠지요.
저녁 때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인도 아이 하나가 말을 걸더라구요.
한 중학생 정도로 보이고, 행색은 거리의 아이치고 그다지 남루하지 않았어요.
사실 인도에서 아이들이 뭘 달라고 한다거나,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 말을 피했거든요. 그러면서도 참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요.
그런데 그 아이는 뭘 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여행 재밌냐, 인도가 어떠냐, 자기 영어 발음이 괜찮냐 등등
계속 말을 걸더라구요. 그냥 사람이랑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밥 먹었냐고 물었더니, 안 먹었대요. 그래서 와서 여기 앉아라,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했죠.
와서 앉긴 했는데, 한사코 식사는 안 시키고, 망고라씨 하나를 주문했어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자긴 고아래요.
학교도 다녔었는데, 지금은 안 다닌데요.
공부를 무척 잘 했었고, 지금도 학교 다니는 애들보다 자기가 영어도 더 잘 하고
더 잘할 자신이 있대요. 그리고 지금 자기는 무척 아프고 열이 나는데, 오늘 밤에도 길에서 자야 한대요.
그러면서 내가 자기 엄마처럼 느껴진다고, 엄마라도 불러도 되냐고.
근데 그때 제가 어려서 그랬는지, 그 말이 너무 징그럽게 느껴져서 대답을 안 했어요.
게다가 오늘 밤에 제가 묶는 방에서 재워 줄 수 있냐고 묻더라구요.
헐... 아이가 어려 보이긴 하는데 키는 저보다 더 크고, 갑자기 위협적으로 느껴졌어요.
그건 곤란하다, 약국에서 약을 사 주겠다, 내일 다시 여기서 보자고 하고
같이 약을 사러 가자고 했는데 도리도리 하면서 싫다더군요.
그리고서 헤어져서 제가 묶는 게스트하우스로 가는데, 좀 으슥한 곳을 지나야 해서 맘이 불안했어요.
두리번거리는데, 뒤에서 누가 따라오고 있더군요.
아이가 뒤에서 몰래 제 뒤를 밟고 있었어요.
겁도 나고 화도 나고 해서, 모퉁이를 돌아서 기다렸어요.
아이가 저랑 딱 마주치고 놀라서 그대로 뒤 돌아 가려고 하더군요.
불러 세워서 말했어요.
내가 내일 보자고 했는데, 왜 따라 오는 거냐. 계속 따라오면 경찰을 부르겠다.
경찰? 그 말을 하는 아이의 눈빛이 겁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상처 받은 것 같기도 했어요.
그렇게 아이는 가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다음날, 식당에 갔는데 아이는 없었구요.
게스트 하우스 주인 아줌마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는데
근방에 고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 요즘에 더워서 일부러 바깥에 나가서 잔다.
아파서 바깥에서 자기 힘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애를 네 방에 들였으면, 아마 큰 일이 났을지도 모른다.
... 고 하더라구요.
그 아이를 방에 들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을 테고, 돕는다 해도 다른 방법으로 했겠지만
두고두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 아이 말이 사실이고 나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는 그 아이 말을 믿었다면,
뭔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그 불행해 보였던 아이의 삶이 뭔가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하구요.
여행하면서, 거리의 아이들을 많이 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유독 그 아이가 많이 생각나네요.
그 아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1. 묘한나라
'11.3.25 5:01 PM (180.66.xxx.168)인도 갔다오면 다른나라보다 참 오래도록 생각나죠.
저는 구걸하는꼬맹이들은 많이 봐서 그런지....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데, 부인과 딸2이 있는데 가난해서 딸학교 못보낸다는 인도아저씨가 계속 생각나요.
인도여행 후에 인도뉴스를 종종 찾아보는데, 카스트 계급이 낮은 남자아이가 계급높은 여자 아이를 단지 좋아했다는 이유로 기찻길에 던져져 사망한 사건도 오래 가슴에 남구요,비록 모르는 아이라지만, 가슴아파요.
인도 문제는 고아,가난 단지 불쌍하다라는 시선으로만 접근할수는 없더라구요 계급 종교 인종 식민지배 등등 복잡하게 얽힌게 많아서요.2. 6523
'11.3.25 5:26 PM (115.140.xxx.37)정황상 그 애가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닐 확률이 아주 많아 보이네요.
그냥 구걸하는 아이들이 단순한 아이라면 그 아이는 아주 지능적인 사기법 같은 분위기라는...
너무 맘에 담지 마세요.
그리고 현지 상황을 더 잘 아시는 게스트 주인 말씀도 있고하니 그만 잊으세요.3. ...
'11.3.26 12:14 AM (120.142.xxx.199)저런 사기꾼들이 널리고 널린게 인도인데..만약 같은 방에 들여놓았으면 강제로 성적인 공격을 당하고 결혼하자고 헀을지도 몰라요 ㅋ 니네나라가서 살고싶다고 ㅎㅎ 뭐 길거리만 지나가면(특히 여자혼자) 갑자가 처음 본 사람이 사랑한다, 첫눈에 반했다 블라블라하는 곳이 인도니까요.
그리고 님이 뭔가를 해주어서 그 아이의 인생이 확 바뀔 일은 없었다고봅니다 .인생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잖아요. 한 1천만원정도 주면서 어디 자리잡고 사업하라고 하실 거 아니면요.
인도,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나라죠. 단지 고아가 불쌍하다는 시선만으로 접근할수 없다라는데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