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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고3 사촌동생이 5살 많은 연상이랑 사귄다는 글 썼던 사람인데요
미성년자 조회수 : 821
작성일 : 2011-03-07 21:17:47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었습니다.
큰아빠 작은아빠 고모들 다 해서 친가쪽 가족 만나는 모임인데요.
저녁은 집에서 일찍 먹고 나머지 시간은 YB / OB 나눠서 2차로 술 마시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전 아직 OB 쪽에 낄 형편은 안 되는지라^^;;;; 동생들을 통솔(?)해서 노래방 가는 역할이지요.
제 남동생도 전역하고나서 동생들을 많이 챙기므로, 다른 아이들은 그쪽에 맡겨두고
문제의(?) 사촌동생과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답니다. 원래 10일날 모의고사 끝나고 보기로 했는데
할머니 생신이니 뭐니 겹치는 게 있어서 밥은 나중에 사고 이번에 10만원 용돈 줬어요~
사촌동생 이야기 듣고 싶어서 둘이 할 말 있다고 하고 나와서 커피 마시러 갔구요~
(고3이라 밥만 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용케 커피 한 잔 하게 됐네요. 원래라면 가족모임이라도
고3은 빼주는 게 관례인데, 금요일 할머니 생신 파티를 엊그제 한 거라 다들 모이게 됐어요.)
동생은 고3이고 그 여자는 24살, 직장인이랍니다. 올해 2월에 대학 졸업했구요.
저희 친가쪽이 죄다 송파구, 광진구 쪽에 몰려 사는데 여자분도 비슷한 동네에 살구요.
사진을 보여줘서 봤는데 딱히 이쁘다는 것 보단 그냥 귀염상? 24살이라서 차도녀 언니야들을 생각했는데
보니까 아직 애기 같더라구요 ㅎㅎ 화장 안 하면 고등학생~ 대학초년생으로 보이는...
어떻게 만났냐고 묻자 버스 정류장 앞에서 첨 봤는데 자기가 번호를 땄(?)대요. 맘에 들어서.
첨엔 그 여자분도 뭔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피했었는데 동생 녀석이 열렬하게 대쉬한 듯 하더군요.
고2때는 동생이 학원도 안 다니고 야자도 없을 무렵이라서 여자분은 대학생이니 수업 끝나면 일주일에 두어번은 만나게 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고3이라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얼굴 보는 것도 힘들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동생 키가 177정도 되는데 여자분은 160도 안 되는 전형적인 귀염상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근데... -,.- 저 고민상담 하러 갔는데 어찌 얘 여자친구 자랑만 계속 듣고 온 것 같네요;;;)
첨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댓글 다신 분들 이야기 하나하나 생각해내면서, 우선은 그래 할 말이 있어도 어떤가 들어주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역시 그 녀석도 조금 찔리는 게 있는가 봅니다.
'근데 누나한테 내가 이런 말 계속 해도 되나?' 어머나, 30분 넘게 여자친구 자랑한 사람이 누구였지???
동생이 작은엄마한텐 여자친구 이야기 얼마 안 했나봐요. 그냥 선전포고만 해 놓은 상태래요.
사실 지금 만나는 사람 있는데 연상이라고. 작은 엄마가 첨엔 기겁했었대요. 5살 연상이라니....
제가 생각해봐도 조금 어이 없죠. 금이야 옥이야 잘 키운 아들인데 (얘 여동생은 아직 초등학생...;;)
엄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겠죠... 저희 엄마 반응도 비슷했었구요...
나 : 근데 작은 엄마가 뭐라 안해?
동생 : (말이 없음...)
나 : 야단 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걱정하고 계신 것 같아서.
동생 : 근데 누나... 나 일년만 있음 대학생이잖아...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이상해?
글쎄, 라고 대답을 얼버무렸네요. 스무살과 스물 다섯... 뭐,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왜냐면 이 녀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어도 군대도 가고, 복학도 해야 하는데
과연 그 여자분이 그때까지 기다려줄까요? 서로 많이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제 생각엔 남동생이 더 목매는 것 같았거든요.
첨에 대쉬한 것도 이 녀석이고, 팔불출처럼 여자친구 자랑만 하고 있고 (사진도 보여주면서;;;)
결국 한 소리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흥분하지 않고 말해줬습니다.
니가 어떤 여자를 사귀고, 그 사람이 연상이더라도 좋아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네가 그 여자를 아직은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책임, 이라는 단어가 마초적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에 대해 한참 설명해줬습니다.
여자를 보살핀다거나 소유한다는 뜻이 아니라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조건, 의 책임이라는 전제를 달구요.
다행히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더라구요.)
남녀관계라는 것이 균열가기 쉬운 감정이니까 혹여라도 상처 받을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작은 엄마도, 누나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네가 나쁜 짓을 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니까 관심 갖고 보는거다.
그 관심들을 잔소리로 듣거나 혼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뭐 이런 말들이요.
녀석은 녀석 나름대로 제게 말을 했습니다.
사실 사귄다고 했지만 졸업 전까지는 정말 흐지부지할 수도 있는 관계고,
그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도 알고 있다구요.
자긴 아직 고등학생이고, 금전적이나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서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여자분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거죠.
자신과의 연애감정이 동생의 학업 및 기타 미래의 일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죄책감 비슷한 감정 말에요.
첨에 동생이 여자분 자랑할땐 뭥미 했었는데 그 여자분이 아예 몰상식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였어요.
다들 안된다고 하고, 걱정하고, 한숨 쉬길래 저 또한 덩달아 긴장했었는데
그닥 나쁜 관계는 아닌 것 같아서 한숨 돌렸습니다. 근데 과연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연애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 연애가 동생의 진로 및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두 사람 모두 연애감정을 서로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만든다면,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구요.
그런데도 자꾸 걱정이 됩니다. 이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감정적인 것은 얘가 이것저것 말하곤 했는데
사실 정말 걱정이 되는 건 육체적인 거거든요 ㅜㅜ 저 너무 오지랖 넓은 누나인가요?
전 고등학교 때 키스는 고사하고 남자랑 손도 못 잡아봤었는데 요즘 애들은 다르잖아요.... ㅠㅠ
키스 이상의 접촉에 대해 살짝 떠보긴 했는데 방법이 너무 과격(?)했는지 동생 녀석이 정색하고 그런 걱정 안해도 된다길래
말문이 막혀버렸네요.... 제가 너무 성급하게 상담하려 했나봐요... 어떻게 보면 개인 프라이버신데....
어렸을 때부터 암만 친한 사촌누나라고 해도 성상담까진 아직 무리죠? ㅠㅠ....
동생과 헤어지고 (커피 먹고 집에 갔어요~ 인강 듣는다고;;) OB랑 YB가 있는 노래방으로 갔는데요.
작은 엄마가 둘이서 무슨 얘기 했냐고, 저보고 애 좀 어떻게 잘 잡아보라고 말씀 하시는데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얜 나이차 많이 나는 여동생만 있고 어렸을 땐 거의 외동으로 크다시피 해서
좀 고독한? 스타일이에요. 그나마 친한 친척이 저랑 제 남동생(전역한지 겨우 한달;;;)이구요.
그래서 작은엄마도 저희 남매한테 전적으로 의지를 하시는 편이긴 한데 최근 여자친구 문제로 저랑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구요.
(작은엄마네 가게가 저희 집 근처라서 가끔 일 도우러 가거든요. 이틀에 한 번은 꼭 만나니까, 아무래도 할 말이 많아지죠^^;;;)
어쨌든, 동생이랑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왔습니다.
근데 뭔가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네요. 제가 잘 한 걸까요? 잘 못한 것 같아서 82쿡에 후기 올려봅니다 ㅠㅠ
저번에 댓글 달아주신 어머님들! 모두 다 도움 되는 것들이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하단 말씀 드립니다...
IP : 121.167.xxx.6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3.7 11:20 PM (14.52.xxx.167)글쎄요, 원글님 쓰신 글만으로는 나름 안심이 되는 상황 아닌가요..
육체적인 것도 지가 조절한다고 단언한 거 같은데 그에 책임질 수 있을 거구요.
문제는 오히려 학업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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