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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조선간장] 담그기

| 조회수 : 9,405 | 추천수 : 270
작성일 : 2003-03-19 21:19:14
고추장 된장 간장 ,우리의 전통 장 3가지가 모두 소중한 것이긴 하지만 전 이중 간장을 제일 애지중지해요. 고추장은 고추가루로 대신할 수 있어, 셋중에서 제가 제일 많이 쓰지않는 거구요, 된장은 좋아하긴 해도 매일 먹진 않죠. 그런데 간장, 진간장 말구요, 국간장 조선간장 청장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전통 간장말이에요, 전 이 간장 없이는 못살아요.

국에도 이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갈비찜에도 조금, 나물볶을 때도 아주 조금, 파무침에도 조금, 요기조기 넣어요.다른 사람들은 소금으로 국을 끓이기도 하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한다고도 하는데 전 간장없다면 아마 국을 안끓일 지도 몰라요, 그런 적은 없지만.
아직 단독주택에 사시는 친정어머니 해마다 조선간장을 담그시는데 장맛이 좋기로 친척 들 사이에서 이름나 있죠. 이 맛난 간장은 두 며느리는 별로 가져다 먹지않지만 딸이 너무 열심히 먹어 간장 퍼주기 바쁘시죠.
어머니가 해마다 간장을 담그다보니 어느해는 묵어서 2년된 간장을 갖다먹기도 했는데 그만 작년에 양이 적었던 모양이에요. 이제 간장독이 바닥을 드러내려고 한대요.


오른팔 부러진 후 제일 걱정이 아이들 집의 김치와 간장 이던 어머니. 처음엔 저도 "엄마, 별 걱정을 다해, 김치는 나중에 담가도 되고 안되면 사다 먹어도 되고, 장은 무슨 장..."
엄만, 지난 가을 김장이 조금 부족한 듯 싶다며 겨울배추 들어가기 전에 김치를 한번 담갔으면 하셨는데 그만 팔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 만거죠.
간장도 첨에 그냥 말지 싶었는데 좀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제 생각이요.
간장없이 도저히 국을 끓일 수 있을 것 같지않아...
지난번에 "하나로에 가서 메주를 좀 사다놓으면 팔이 어지간할 때 간장을 담글 수 있으련만..."하시길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 지금 사러가자!!"했다는 거 아닙니까? 저 참 얌체 딸이죠?

몇주전 메주를 사다놨다가 드디어 어제는 메주를 씻었어요. 물론 엄마의 감독 아래 제가 했죠.
솔로 메주를 박박 닦은 후 물에 깨끗이 씻어 체반에 건져두었어요.
그리곤 오늘 아침 전활 하셨더라구요.금요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쯤 소금물을 풀어두자고...그리고 토요일이 말날(午日)이나 장을 담그자고...

아침에 kimys 출근시킨 후 곧장 코스트코로 가서 2ℓ들이 생수를 24병 사서 친정으로 갔죠.
마당에는 어제 목욕한 메주들이 땃땃한 햇살 아래 몸을 말리고 있구요.
긴호스를 들고 장독대로 올라가 항아리들을 부셔서 말리고 큰 양재기에 소금을 퍼 나르고, 스텐양동이에 생수를 쏟아붓고, 거기에 소금을 풀어 잘 녹인 후 항아리에 옮겨붓고...
엄마 말씀이 "소금을 미리 풀어 잘 가라앉힌 다음 간장을 담그면 더 맑고 맛있는 간장이 된단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하는 걸 보니까 물 18ℓ에 소금을 6바가지를 풀더라구요. 그 바가지가 아마 1되인 모양이에요. 18ℓ가 한말이라고 하시며,모두 물 세말에 소금을 풀게 하시더라구요.
굵은 소금을 모두 녹이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데요. 큰 주걱으로 저어서 소금이 녹으면 항아리에 붓고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그렇지만 오늘 황사도 별로 안끼고 햇살을 따뜻하고...참 기분 좋게 일했어요.
소금을 다 풀고나서 장독대 여기저기에 아직 남아있는 감나무 이파리 낙엽까지 치우고나니 정말 뿌듯하데요.

이제 토요일 날 가서 또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메주를 조각내고, 지금 항아리에서 잠자고 있는 소금물을 가만히 떠서 베보자기를 깐 체에 받쳐서 불순물을 걸러내 가면서 다른 항아리에 옮겨부으면 끝이래요. 이 수고만 거치고 나면 또 우리는 일년내내 맛난 국을 먹을 수 있는 거죠.

해보니까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제일 쉬운 거지만 장담그는 거 전수를 받은 거 같아 보람차고....

지금 허리도 아프고 팔도 조금 아픈 것 같지만, 이까짓것 싶네요.대단한 양식을 장만했는데 이 정도의 피로가 없다면 그것도 좀 이상할 것 같아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ush
    '03.3.19 9:40 PM

    저도 지난 토요일 장 담궜어요.어른들이 쥐,뱀날은 피하라고 그러시대요.평창와서 매년 가을에 메주쒀서 다음해 정월달에 장 담궜었는데,이번엔 냄편이 콩을 안 털어 주는 바람에 그냥 건너갔었죠
    어떡 하나 하고 있는데 애들 친구 엄마가 시댁이 장 담그려고 메주 많이 띄웠는데 묵은 장이 많다고 안 담그니 메주를 팔았으면 하더라구요,그래서 얼른 샀죠,메밀꽃 필 무렵에 대화장 나오죠,그 대화에서 온 메주에요,잘 띄운 메주는 푸른 곰팡이 없이 하얀 곰팡이가 많은 것이 좋아요.이 메주가 그렇더라구요,올해 된장 간장 맛있을것 같아요.
    그리고 봄에도 콩 쒀서 메주 만들어 띄워 장 담아도 된대요, 해보니까 괜찮았어요
    전 된장찌개엔 마늘 안 넣고 끓이는데,입맛에 더 맞아요

  • 2. 김혜경
    '03.3.19 9:42 PM

    국간장이 바로 오늘 담갔다가는 그거죠. 소금물에 메주를 넣어서 발효(맞는 표현인가?), 아니 우려내야한다고 할까...
    쿠치나님은 미국이라 메주를 구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미국사람들이 냄새난다고 쫓아내면 어떡해요?
    네째 시누이 꼬셔서 얻어다 드세요. 기꼬망간장으로 국을 끓이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요? 차라리 태국의 피시소스가 나을 것 같은 데요, 국에는... .

    그리고 mush님 내년에도 그렇게 좋은 메주있으면 연락주세요, 저희도 좀 사게요.

  • 3. mush
    '03.3.19 9:45 PM

    넵~~~

  • 4. mush
    '03.3.20 7:34 AM

    메주는 비행기 타고 가도 되지 않나요? 미국서 장 담그면 냄새 난다고 그럴래나? 저희 이모는 캐나다서 고추장 된장 다 담가서 드시던데...

  • 5. 김혜경
    '03.3.20 7:40 AM

    국에 멸치액젓 넣어서 끓이는 집들도 많은데 피시소스가 멸치액젓보다 비린맛이 덜하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넣어서 해보세요.
    미국사람들이 항의만 안하면 장을 담글 수도 있겠지만 아파트라면 햇빛이 잘 안들고해서 장을 버리기 쉬우니까...단독이라면 담가먹을 수 있겠죠??

  • 6. 김효정
    '03.3.20 9:37 AM

    와~ 간장 담그는게 보통일이 아니군요.
    저희 친정엄마 생각나네요. 누가 도와주지도 않고 혼자 담그시는데.. ㅠ_ㅠ

    2ℓ들이 생수를 24병 사셨다는 부분을 읽고 저 엄청 놀랐습니다.
    그거 차에 싣고, 내리는 것도 장난 아닐텐데.. 저는 그거 6개짜리도 제대로 못들거든요.

    그래도 뿌듯하시겠어요. ^-^

  • 7. 꽃게
    '03.3.20 11:07 AM

    저두 이번주엔 장 담글 준비 하려구 해요.
    우린 해마다 음력 삼월삼짇날에 담궈요.
    엄마가 시집와서 젤 먼저 할머니께 배운거래요.
    삼짇날 담궈서 다음해 삼짇날 묵은장 뜨고, 새장 담그거든요.
    일년만에 장을 뜨면 된장은 조금 맛이 덜해진다고 메주가루랑, 메주콩 삶아 보태서 마련하고, 대신 간장은 달이지 않고 그냥 먹거든요.

    저는 소금을 그냥 한주 소금 쓰는데 불순물 없고 깨끗해요. 장도 맑고 맛도 깨끗하거든요.
    친정엄마도 맨날 못미더워 하시더니, 좋다고 하시네요.

  • 8. 이덕진
    '03.3.20 12:35 PM

    저도 어제 mush님이 부쳐주신 메주 잘 받고 오늘 아침에 메주를 솔로 박박 씻었어요. 정말 눈처럼 흰 곰팡이가 속속들이 박혀있더군요. 3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담가주셨던 맛난 조선간장이 이제 바닥을 드러내서, 올해는 내 손으로 꼭 간장을 담가야지 하고 있었거든요. 저희 집도 조선간장 없이는 음식 못해요. 사서 먹는 국간장은 깊은 맛이 덜하더군요. 장담그기는 어렵다기보다는 정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별다른 레시피도 찾아놓지 않았었는데, 막상 오늘 아침에 요리책들을 뒤지니 생각보다 장 담그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하더라구요. 결국, 잡지책 2-3월호를 뒤지고 또 뒤져서 찾아냈는데, 시간이 꽤 걸렸죠. 이럴 줄 알았으면 82cook에 먼저 접속해볼 걸 그랬네요. 소금과 물의 좋은 비율을 알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좋은 메주에 좋은 날(이번 주 토요일)을 가려 처음으로 담그는 간장, 그 맛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 9. 김수연
    '03.3.20 12:52 PM

    저희 시어머님은 장을 꼭 담그시는데, 그때마다 제가 저도 같이 하자고 조르지만 어느새 해버리세요. 이즈음 할 것 같아서 조석으로 전화해도 이핑계, 저핑계로 다음주에 하네 안하시네 하다가 어느날 전화하면 '오늘 그냥 해버렸다!'하시지 뭐예요.
    혜경님,, 단순노동 저두 할 수 있어요. 물나르는 거라도 거들게 부르시지 그랬어요...
    밥만 한끼 주시면 되는데...

  • 10. 김혜경
    '03.3.20 3:30 PM

    덕진님 미혼 아니셨어요?
    글구 어떻게 머쉬님께 메주를 사셨어요?
    저 왕따된 느낌!!

    수연님, 담에 노동하실 일 있으면 부를게요, 물론 밥 한끼 드리죠!

  • 11. 이덕진
    '03.3.20 4:58 PM

    네. 저 미혼 맞아요. 그런데 엄마가 많이 편찮으셔서, 웬만한 집안일은 맏딸인 제가 다 하거든요. ㅎㅎㅎ... 메주는 며칠 전에 제가 여기 <궁금해요>란에 메주 파는 곳 알려달라고 질문 올렸었잖아요. 그랬더니 mush님이 직접 전화주셨더라구요. 그래서 금세 구했죠. 김혜경 선생님이 왕따 당한 게 아니구, mush님이 제게 친절을 베푸신 거예요. 저도 놀랐어요. 그러니 너무 섭섭해마세요~ 그리고, 간장을 달일 때까지의 과정도 자알 부탁드려요~꾸벅

  • 12. mush
    '03.3.21 8:38 AM

    덕진님~~장담은 항아리 뚜겅열고낮에 햇볕봐야 되는거 아시죠?아파트베란다는 특히 햇볕때문에 장담그기가 힘든데,,,유리 뚜껑이나 면 보자기 씌워서 간장 따리기 전까지 매일매일 햇볕쬐야 맛잇는 간장이랑 된장 맛볼수 있지요~~

  • 13. 김미연
    '03.3.22 2:16 PM

    집에서 담는 된장과 국간장을 너무 좋아해서 늘 애용을 하지만 한번도 제손으로 담그진
    못해봤어요. 왜냐하면 시골에서 시어머니께서 담그논걸 가져다 먹었거던요.
    근데 그것도 올해로 마지막, 이제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차 간장담그는 과정을 읽어보니 어쩐지
    나도 해보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근데 궁금한게 있어요.
    메주를 얼마나 해야 위에서 말한 소금과 물의 비율이 맞는지요?
    그리고 소금은 어떤걸 쓰셨는지도...........

  • 14. 김혜경
    '03.3.22 8:59 PM

    메주는요, 네덩이 했구요, 물은 44리터, 생수 2병 남겨뒀거든요, 더 붓게될지 몰라서. 소금은 그게 한되 정도 되는 바가지인 것 같은데 18개 했는데...하여간 소금은 푼 다음 달걀을 띄워봐서 달걀이 동동...

    울엄마 염도계 사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디서 파는 지 아시면 좀...

  • 15. 이덕진
    '03.3.23 8:12 AM

    김혜경 선생님, mush님 덕분에 어제 간장 담궜어요. 열심히 간수해서 꼭 맛난 간장으로 만들게요! 저는 mush님네 메주 2덩이(이게 약 6kg), 생수 24리터, 소금은 5kg정도로 했어요. 메주가 동동 뜰 정도의 소금물이었는데, 제 입에는 많이 짜더라구요. 약간 걱정스러웠지만, 어디선가 본 소금물 비율에서 소금의 양은 콩의 양과 같게 하라기에 그렇게 맞춰봤거든요. 나중에 너무 짜면 물을 붓지... 하는 겁없는 마음으로 했어요. ㅎㅎㅎ...

  • 16. 잠비
    '06.6.7 8:09 PM

    신혼 때는 된장, 간장, 고추장 담그었는데 정작 살림 9단인 지금에는 얻어 먹습니다.
    이웃에서 간장 한 병씩 주면 일년 정도 먹어요. 소금과 시판 간장들을 적당히 섞어 먹습니다.
    된장 뜨지 않고 간장만 얻고자 할 때는 계량메주(콩을 그대로 띠운 것)를 잘 말려서 해도 됩니다.
    집집마다 솜씨가 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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