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메사니국]이라는 거 아세요?
그만큼 꼬막을 좋아한다는 얘긴데 메사니는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결혼하던 해 첫 겨울, 파래처럼 생겼으되 파래가 아닌 것이 제 앞에 짜잔 하고 등장했어요.
자기 자신보다 형님을 더 아끼고 좋아하는 kimys 바로 아래 시동생이 전남 광주에 볼일 보러 갔다가 부러 고향에 들러서 사왔다는 거예요. 형님 생각하면서.
이 메사니는 추운 겨울에만 나고 생산지도 한정되있으며 생산량이 적은데다가 일본 수출까지해서 서울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거래요. 그러니 제가 모르는 게 당연한 거죠.
전 난생 처음 보는 이녀석과 어떻게 친분을 쌓아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는데 어머니가 "참기름 많이 넣고 굴도 많이 넣고 달달 볶다가 물 조금 넣고 마늘은 넣지 말고 파 만 넣어서 끓여라"하셔요. 그러시더니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손수 시범을 보이시더라구요.
그날 퇴근해서 돌아온 kimys, 식탁에 앉더니 입이 귀에 가서 걸리면서 국을 두그릇이나 먹어요. 사실 전 처음엔 맛을 잘 모르겠던데...
그 다음에 끓일 때는 제가 끓였는데 씻을 때부터 이거 보통일이 아니더라구요, 머리카락처럼 가는 해초를 깨끗하게 씻으려니. 하는 수 없이 조리까지 꺼내들면서 씻은 다음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끓였어요. kimys는 놀래더라구요, 한번 배우고도 잘 끓였다고...
그후 얼마후엔가, 서대문에 수정이었던가 비싸고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밥을 먹는데 이집 국이 바로 이 국 이에요. 이집은 이걸 메생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내가 끓인 것보다 훨씬 못하다는 점, 그 메사니는 처음에는 짙은 초록색인데 센불에서 굴과 같이 볶으면 연두색에 가깝게 변하고 아주 부드러워져요. 그런데 이 식당 메사니국은 제가 끓인 것보다 색도 진하고 덜 부드럽고....
내일 제사라고 3년전 고향으로 자리를 옮겨 사업을 시작한 바로 밑의 시동생이 택배로 고향산 메사니 굴 쭈꾸미 꼬막 보성녹돈 등을 잔뜩 보냈더라구요. 이번 겨울 처음 올라온 메사니라 얼마나 반가운지..., 서울에 있을 때도 한겨울에 한두번, 고향으로 내려가서는 2~3번씩 보내주던 메사니를 이번 겨울에는 한번도 보내주지않아 은근히 기다렸는데...
반가운 마음에 얼른 국을 끓일 준비를 했죠. 지난 설이든가 이 국을 끓였는데 시동생 시누이들이 어찌나 열광하던지...내일 모두 모여서 이국에 밥을 말아서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마음은 바쁜데 여태까지 보아오던 메사니와는 비교할 수 없게 깨끗하지 않은 거예요. 더운물에 씻으면 풀어져버릴까봐 냉수에 정말 10번도 넘게 씻는데 손이 꼿꼿하게 얼어오더라구요.
그래도 이런 수고로움으로 10명이 넘는 식구들이(아이들은 굴이 들어갔다고 좋아하지 않으니까) 즐거워할 생각을 하니까, 점심때부터 모여들 식구들에게 맛난 걸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참을만 하대요.
큼지막한 냄비에 파도 넉넉히 굴도 넉넉히 넣어서 끓여뒀어요.
제사음식 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제 마음은 벌써 준비가 다 끝난 것 같으거 있죠?
내일 오전에 동서들 하나둘 모여들면 나물볶고 전부치고 꼬막데치고 해야겠어요.
내일은 제가 하루 종일 조용해도 이해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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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수연
'03.1.11 11:36 PM이름도 처음 들어봐요. 먹어보고 싶네요. 고향이 어디라고 하셨죠? 겨울철에 그 고장에 가면 먹을 수는 있나요?
2. 김혜경
'03.1.11 11:37 PMkimys 고향, 전남 보성인데요, 간혹 서울(광화문에도 있대요)의 밥집에서 이거 판대요.
3. 권성현
'03.1.12 12:15 AM행님,메생이가 뭔지 몰라 요리사이트 들어가봤더니
사진이 나오대요.
그거 아마 미역같은거 파는 건어물가게 가면 파는
각으로 만들어진 파래 비슷한거 아니예요?
사진을 보니 맛있겠던데...
혹시 경상도 지역도 파나요?
먹고 싶다...4. 김혜경
'03.1.12 12:31 AM전라도 사람들도 바닷가에 면한 곳에 살지않으면 잘 모르던데요...워낙 생산량이 적은 가봐요.
경상도는 모르겠는데요...
하여간 파래처럼 젖은 풀을 둥글게 말아서 파는데 파래보다 훨씬 올이 가늘어요. 아는 사람 하나는 이게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파래를 이걸로 착각해가지고 사다가 끓였더니... 메사니는 끓이면 부드러워지는데 파래는 더욱 질겨져서 버렸대요.5. mywoos
'03.1.12 8:39 AM꽤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간장게장에 얹혀 나온건 먹어봤어요.
게장 담글때 넣어 같이 담근대요.
아주 영양가도 높다고 하더군요.
거기선 메생이라고 칭했어요.
끓이는 법도 아주 쉬운거 같은데 그렇게 구하기가 힘들어요?6. 김혜경
'03.1.12 9:22 AM보통 메생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집에서만 메사니라고 부르더라구요, 보성 사투린가?
하여간 구하기는 디따 어려워요.
글구, 게장에 넣어서 담근다구요, 처음 들어봐요. 소영님 거기 어디에요? 한번 가보게요.7. 여진맘
'03.1.12 5:50 PM방금 tv에서 제목이 잘 생각안나네, 여하튼 mbc에서 하는 음식소개프로 있잖아요.
그거 언제건지는 모르겠고 유선방송에서 재방송 해줬거든요.
오늘은 제철음식을 소개한다고 하면서 여러가지 음식집 소개하는중에 팥죽칼국수랑, 메생이 칼국수가 나왔거든요.
말씀대로 굴하고 참기름넣어서 볶다가 국물이랑 국수 넣어서 끓이고 마지막에 메생이라는거 넣어서 만든건데 이게 메사니인거 맞죠?
한번도 못먹어봐서 맛은 모르겠지만 모양은 좀 엽기적이었어요.
어쨌든 새로운거 하나 알았네요. 아~~~~ 꼬막 맛있겠다.8. 김혜경
'03.1.12 7:29 PM넵
9. mywoos
'03.1.12 7:55 PM저는 남편이 싣고 가는대로 가서 먹고 왔기때문에
대충 "이리조리로 가면되겠군" 수준이고
남편은 가는길 설명까진하는데 음식점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네요.
경복궁에서 청와대 가는길로 쭉 올라가다가보면
오른편으로 정독 도서관으로 넘어가는 길이 나온대요.
그럼 그 길로 우회전,
그 정독도서관 넘어가는 길을 따라 50~60 m쯤 가다보면
왼편에 기와집이 있대요. 바로 여기라네요.
제 기억에 그 집 왼편에 흰색 단층건물 하나가 있었는데
그 부근에 갤러리가 많으니까 이도 역시 갤러리 아닌가싶구요.
그 기와집 입구에는 나무간판이 걸려 있던거 같고
큰 대문이 있거나하진 않았던거 같구요.
꽤나 값나가 보이는 평범치않은 디자인의 한복을 입은 젊은이가 왔다갔다하길래
물어보니 주인이라구하더라구요.
원래 신라호텔인가 어디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다가
어머니가 하시던 음식점을 물려받아 한다구 했구요.
그 메생이라는거 워낙 귀한데다가 일본으로 수출도하고 해서
구하기어렵다는 얘기도 들은 기억도 나네요.
그런데 저희 남편도 멧생이국을 아네요.
메생이국 나오는 음식점이 간혹 있대요.
한번 남편 따라가서 먹어봐야겠어요.10. 원교남
'03.1.12 8:11 PM저도 일식집에서 한 번 먹어 본적이 있는데요, 얼마전에.
김국은 아니고 파래국도 아니고 특이하다..하면서도 맛있게 먹었어요.
그게 바로 메사니국이었구나,,,한 가지 배웠네요.^^11. mywoos
'03.1.12 8:35 PM선생님, 찾았어요.찾았어요.
야후에서 <삼청동길>로 검색하니 나오네요.
그런데 이런,,,
음식점 이름이 큰 기와집이네요 .
"큰"자 하나만 더 기억하면 되는걸 그거 하나를 더 입력못하고서리....
7번째 <신나는 도시 생활문화 정보,citiscape>로 가서
<3.식도락 데이트>로 가면 그 근처 음식점들이 쫘~악 나오네요.
<큰기와집>클릭하면
젊은 주인 얘기도 나오고 나무간판 걸린 사진도 나오구요.
전화번호는 722-9024 네요.
다시 생각해보니 왼편의 흰건물도 음식점이었던거같아요.
제가 갤러리같다는 생각을하면서
아니 이런,음식점 아냐 했던거같애요.12. mywoos
'03.1.12 10:34 PM평가란 꼭 읽어보시고 가세요.
읽다보니 남편이랑 갔을때의 기억이 살아나면서
그 때의 상황이랑 대화가
그 평가란에 다 들어있네요.13. 김지연
'03.1.12 10:41 PM큰기와집...정말 맛나죠..
전 거기서 간장게장이랑 한정식 먹었는데...밥한공이 후딱은 정말 금방이더라구요
삼청동의 맛집중 하나죠~~~14. mywoos
'03.1.12 11:08 PM제 기억엔 간장게장 빼곤 다 별로였던거같아요.
전라도식도 아니고 궁중식도 아니고..짬뽕식?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남편이
"그러니까 한정식,한국의 음식이지..."로 받더라구요.15. 김은희
'03.1.13 2:45 AM메산이가 표준어고, 메생이가 사투리로 알고 있습니다.
시댁이 보성에서 더 가는 고흥인데, 저도 혼인해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두 숟가락이 시작이었는데, 먹고 싶어지네요.
광주 재래시장에서도 파는데, 품질이 고흥산만은 못합니다.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비법 - 끓기 전, 한두 방울 기포가 올라오면 바로 불을 꺼야 합니다.
부글부글 끓이면 메생이가 끊어지고 다 풀어져 버립니다.
된장국은 끓일수록 맛있어져 데워먹을수록 좋은데, 이 국은 처음 끓일 때 맛이 제일 좋습니다.16. 김수연
'03.1.13 11:10 AM와~~ 대단들 하시다.. 정말 공부가 술술되네요.
글구, 저두 그 큰기와집.. 좀 이두저두 아닌거 같아서 맛이 별루..17. 오영엽
'03.1.13 1:09 PM신나게 글 적고 눌렸는데 잘못 누려서 글이 다 지워 졌어요 다른 글들 보니 넘 먹고 싶네요 전 지금 점심 시간에 밥도 먹기 싫어서 사과 먹고 있었는데 밥 하구 국 생각나게 합니다
젇 8년전즘에 이비슷하너 먹어본 기억이 나는거같아서 더욱더 그렇습니다18. 김혜경
'03.1.13 10:09 PM어제 저희 동서들이 그러는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가면 있대요, 메사니가요...
항상 있는 건지 어쩌다 있는 건지 모르지만 송파구랑 강남구에 사는 네째동서랑 다섯째동서가 그러네요, 봤다구...19. 조은정
'03.1.14 7:10 AM매생이 생각나네요 쩝~
갑자기 광주에 가고 싶네요
근데 예술의 전당 음악당 건너편 -풀무원맞은편의 백년옥별관에서
팥칼국수와 이 매생이칼국수를 판답니다
우리 남자 이 매생이국 되게 좋아하는데 칼국수는 어쩔지...20. 이영미
'03.1.14 5:13 PM홍대 근처의 칼국수 집에서도 메생이 칼국수 팔더군요. 메생이 전두 팔구요.
메생이국은 보기엔 뜨겁지 않아 보여 한숟가락 푹 떠서 꿀꺽하다간 목구멍이 다 익어버린답니다
보기엔 김도 나지 않구 미지근해 보이거든요
메생이가 술먹은 다음에 해장으로도 그만이라고 하네요21. 박경아
'03.1.16 11:55 AM메생이는요!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거로서, 오염이 된 바다에는 녹아버리는데요, 머리카락보다 몇십배 가늘답니다. 수확기도 짧고요, 상하기 쉽기 때문에 뭐든 그렇겠지만 특히 메생이는 신선한 상태에서 요리해 먹어야 그 오묘한 맛이 제대로 나옵니다.
이곳 전남지방에서도 고급음식으로 잘 모르는 사람도 많죠(바닷가쪽 아니면요). 숙취해소에 그만이고 아주 좋은 음식에 속합니다.
하튼 이곳에서 메생이에 대해 아주 신기한듯 많은 글을 보니 잼있네요. 우리나라도 넓구나~ 하구요 *^^*22. 잠비
'06.5.17 1:12 PM흩어졌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즐겨 먹던 메사니 국에 열광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열심히 봉사하시니 집안이 편안~~한 것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