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만들었는데
집에 있는 의자라고는
책상용 바퀴달린 의자 한 개
전구를 갈기 위해 이마트에서 9900원 주고 산 접이 의자 한 개...뿐입니다.
두 주먹 불끈!!
의자를 만드는 겁니다!!
의자의 엉덩이 닿는 부분을 좌면이라고 합니다.
좌면을 만들기 위해서 원목을 붙입니다.
힘을 받는 부분이니 접합 부위에 비스켓을 넣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타원형 나무 조각이 비스켓입니다.
비스켓을 넣어 원목을 붙인 모습입니다.
짧은 것은 앞다리요
긴 것은 뒷다리입니다.
의자를 만들면서 알았습니다.
의자 가격이 왜 비싼지...
의자를 사면 식탁을 끼워주는 것이 맞습니다!!
어찌나 복잡한지 멘붕 올 뻔 했습니다.
네..저...계산에 약한 녀자입니다.-_-;;
의자 좌면의 곡선을 그리고, 나무를 잘라 냅니다.
의자 앞다리입니다.
왜 이렇게 세워놨는지는....기억이 안납니다. ㅠㅠ
의자 뒷다리 입니다.
각재를 둥글게 하기 위해 대패질을 좀... 했습니다.
앞다리를 조립하고
좌면을 횡방향으로 대패질합니다.
보통은 나무결에 따라 대패질을 하는데 대패 질감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대패질만 몇 시간을 했지요.....
상-일반적인 대패
중-좌면을 파내기 위한 밑면이 둥근 대패
하-섬세한 부분을 대패질하기 위한 소형 대패
작은 대패들은 손가락 길이 정도 됩니다.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 깜빡 넘어갔습니다.ㅎㅎㅎ
일단 조립을 하고
이단 조립을 했습니다.
비오파를 칠한 완성샷입니다.
의자 등받이 부분에 가로로 들어간 것은 느티나무입니다.
식탁과 의자를 집에 가져다 놨습니다.
혹독한 사포질 덕에
화병이 비칠 정도로 빤딱빤딱 윤이 납니다.ㅎㅎ
상감도 멋지고요.
6인용 식탁에
의자는 달랑 하나 입니다.
의자를 한 번 만들고 나니
더 만들 엄두가 안납니다.-_-;;
손님이 오면
손님을 원목 의자에 앉히고
저는 9900원짜리 접이 의자에 앉습니다. --;;
원목의자는 생각보다 편합니다.
편하라고 좌면을 열심히 대패질해서 일까요?
아니면 제 짧은 다리에 맞춰 만들어서 일까요?
키 큰 사람이 앉기에는 의자 다리가 좀 짧습니다. ㅋㅋㅋ
대패질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몇날 며칠을 쉬지 않고 해도 대패질을 못하더라고요...제가요..
아무래도 대패 하나와 통원목 하나 들고
산 속에 들어가 면벽 수양을 해야 할 것 같다고...선생님께 징징거렸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들게 나온 대패밥입니다.
원목으로 만든 가구를 쓰다듬으면
특히, 대패질 된 부분을 쓰다듬으면
왠지 마음에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더 대패질을 잘하고 싶었나 봅니다.
저는 목공을 잘 하지 못합니다.
일단, 힘이 딸리고
이단, 디자인 센스가 떨어지고
삼단, 계산에 약합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학습효과이지요.
대학 때 전공을 처음에는 너무 못했습니다.
못하는 것을 넘어....
전공이 괴로웠습니다.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양육할 무엇인가가 없다는 절박함에
정말 정말 눈 뜨고 있는 동안은 어떻게 하면 잘 할까를 고민하며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째가 되니...
제가 잘 하더군요.
잘하게 되고 나니
감각을 익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과정이 얼마나 인내력을 요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학습 효과 덕분에
믿고 노력하며 목공을한 것 같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는 사람과 도저히 그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는 사람이다.
이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것은 인간관계다. 주위에 <서로 아주 친하게 희망을 나누고 공포와 사랑의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는 웬만한 절망이나 좌절에서 이미 구원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양창순의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에 나오는 말입니다.
제게는 목공이 그런 존재였습니다.
물론 소중한 친구들도 있었고요.
제 주변의 친구와 사물이 저를 절망에서 지켜주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은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만...
언제나
실천은 녹록치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