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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예봉산~운길산 거쳐 수종사

| 조회수 : 1,004 | 추천수 : 0
작성일 : 2023-11-06 13:09:16




Ktx로 신호대기 중인 지하철 안에서

 


4일 토요일 12시 팔당역 출발

뒷산이 예봉산.

 

플렛폼에서 예봉산


팔당역서 10분 거리 예봉산 입구

 


굴다리 지나

맨 뒤가 신설 중앙선 철길.

앞 둘은 구중앙선 철길로 지금은 자전거 도로.

 




등산로 초입까진 음식점,카페 촌.

토종닭 직접 잡아 요리해준답니다.

직접 잡아준다는 말에 식욕이 싹 가시고.



등산로 초입 

예봉산 까진 2키로





빛나는 한 순간은 다 있어요.

칡넝쿨의 마지막 한 순간.

칡넝쿨도 가을산을 형형색색 꾸미는 데 한목한다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좌우로 두리번 두리번 가는 가을을 붙잡아봅니다.1키로는 낙엽을 밟고 걷는 흙산

 

팔당대교.하남시.검단산이 보이고



바로 아래 좌우 긴 건물이 팔당역

건너는 하남시 창우동,강 위쪽은 배알미동. 

좌는 제2 팔당대교를 위한 예비 다리.

 


검단산.

강변 마을은 배알미동.우측 뒷편으로 남한산성의 남한산도 보이네요.예전엔 저 협곡을 두미협(峽),도미협이라 불렀습니다.학창시절 배운,한성 백제 개루왕 때 그 도미부인 설화의 배경이된 곳.

 

배알미동(拜謁尾洞)

이름이 특이한가요? 특이함에는 분명 연유가 있을 터.한양 떠나 이곳에 이르면 고개를 돌려 임금께 하직인사를 한다해서 생긴 이름.조선 6대 왕 단종(1441~1455).유배길은 동대문을 나와 한양대 옆 중량천의 살곶이 다리~화양리~광나루(광진구)에서 배를 탄 후 팔당 지나 여주 이포나루서 하선.육로 로 원주 지나 영월 청룡포에 위리안치.단종이 탄 배가 이곳을 지날 때 백성들이 울며 배알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강 건너 하남시와 미사리 일대

대교 아래 섬은 당정섬.88 올림픽 조정경기장 건설 이전에는 미사리 일대는 섬(미사섬)이였네요.여의도 처럼 샛강이 흘렀고.



마지막 1키로는 비탈길로 땀으로 흠뻑


 


기상레이더 돔이 보이네요 
남한강,북한강 수위를 예측하기 위한 강우 기상대입니다.레이더를 쏘아 빗방울에서 반사되는 것을 분석해 강우량을 예측하는 것.

소백산,속리산,모후산 등 5대강 인근에도 있고

 


팔당역서 1시간 30분만에 예봉산(683) 도착. 

두물머리가 보이고.

관악산 보다 50여미터 높고,북한산 보단 2백터 낮네요.표지석에 가려 예빈산은 안보이고.

 
강 건너 좌측은 하남시,우측은 강동구 상일동,고덕지구.

강 이쪽으로 덕소,너머로 다산신도시와 구리시가 이어지고.




서북쪽으로 남양주시 평내 호평이 보이고.

 

이제 예봉산을 떠나 반원을 그리며 앞능선을 타고 우측 봉우리(운길산)으로 갑니다(다산 능선).이미 1시간여 치고 올랐기에 쉽지 않은 업다운 6키로 능선길.운길산 우측 6부 능선에 수종사가 있고.

다산능선 종주는 등산인 버킷리스트 중 하나.




철문봉(喆文峯) 도착...문에 밝은 봉우리라?

다산 정약용 형제들이 마재를 출발해 예빈산~예봉산 거쳐 이곳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청운의 꿈을 키웠겠죠.마재서 덕소를 갈 때 이 능선을 밟았다고도 하고.


<붉은 색은 오늘 산행길>


그래서 남양주시는 숫제 목민심서를 차용해 목민심도(牧民心道)를 만들었네요.

마재~예빈산~예봉산~철문봉~적갑산~운길산~수종사~북한강 변 한음 별서지~운길산역 까지 20여키로.난 지금 목민심도 중 다산능선을 걷고 있는 것.

 


맞은편 검단산에서 바라본 목민심도(사진은 2021년 6월)

앞 산줄기 중 왼쪽이 예봉산,우측이 예빈산으로 둘은 등줄기가 연결.예빈산 줄기로 한강에 접하는 끄트머리가 정약용 생가 마재.

예빈산 뒤쪽 중앙으로 검게 겹쳐 보이는 산은 운길산(610).따라서 마재 뒷길을 따라 오르면 예빈산~예봉산~철문봉~적갑산~운길산~수종사에 연결됨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구리,남양주시 일대

 


왼쪽 아파트가 남양주시 덕소,좌 멀리 구리시.

중앙 멀리 밝은 아파트군이 다산 신도시.우측 멀리 불암산,수리산.

미사대교(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도 보이고.

 


멀리 불암산,수락산.

일대는 죄다 남양주시.우측 멀리 남양주시 청사도 보이고.중앙 좌우 긴 도로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도심 사이로 누런 논이 무척 반갑네요.

누군 가을 상징은 누렇게 익어가는 벼논이라 했죠.





해묵은 낙엽들이 켜켜히 쌓여 일부는 부엽토가 되었고.산길이 푹신한 낙엽 양탄자 자체.


 


철쭉 군락지

척촉(蹠矗)을 아시는지?

옛사람들은 철쭉을 '척촉(蹠矗)'이라고 불렀답니다. 여기서 '척(蹠)'과 '촉(矗)'은 모두 머뭇거린다는 뜻.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지나가는 나그네가 가는 길을 못가고 꽃삼매경에 빠진다는 것.

 

진달래의 빛나는 가을 한순간.

철쭉,진달래는 가을 단풍도 아름답습니다.

 

다나 위너 이 노래가 생각나고

https://youtu.be/RawE7mwXTa4?si=znNk7URXVxj3AcST

 


적갑산(560)

예전 절이 있어서 절골산에서 적갑산으로.

멀리 예봉산 기상대 돔이 보이고

여기서 곧바로 내려가면 도심역.



자연이 만든 나무 아치를 지나고




좌가 예봉산.

우측 능선을 타고 빙 돌아온 거죠

 






적갑산 세한도 노송.

겨울이 가까워지니 소나무의 기품이 더욱 도드라지는 인식 체험의 현장.





3배 줌

평내 호평 천마산이 멀리  보이고



10배 줌

우측 작은 능선 너머가 남양주 종합촬영소.

공동경비구역 판문점 세트가 저기에 있었죠.


드디여 두물머리가 보이고

 


봉우리 너머가 운길산 정상.

4시간 이상 걸었기에 정상 직전서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 5개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고.







어는덧 해는 예봉산을 너머 가고


다시 천마산이 보이고

북한강 변에서 시작된 앞 마을 길은 산을 넘고 남양주 시청까지 이어집니다.드라이브 길로 좋아요.



뭔가 상서로운.


죄부터 검단산 지맥인 용마산,예빈산,중앙 예봉산.

저 위가 정상


운길산(610m)..雲吉山

두 강이 만나는 곳이니 여름엔 스콜처럼 소나기가 자주 와요.당연 운무도 많을 터.그래서 雲吉山이겠죠.

 

 


다산도 운길산 정상에 올라 소회를 풀었네요.

때는 가을.석양 빛이 내리깔리던 딱 지금.

저 첩첩 능선들을 뱀으로 보았고.

 

운길산에 올라(上雲吉山)

......

석양빛이 높은 산 내리깔리자 / 夕陽被高巓
또렷하게 산줄기 드러나는데 / 分明見山脈
겹겹 산은 달리는 뱀이 서렸고 / 疊嶂屈奔蛇
깎아지른 절벽은 시퍼런 창칼 / 峭壁排霜戟
올라올 때 그 길은 까마득한데 / 漭杳來時逕
구름 노을 두껍게 이미 쌓였네 / 雲霞已厚積
가을날 새털같이 작은 저 부암 / 秋毫彼鳧巖
지난날 내가 한번 거쳐 갔던 곳 / 曩我煩杖舃

 

다산은 말미에서 '저 산들을 예전 한번은 거쳤다'고 했으니,이 능선을 목민심도(道) 내지는 다산능선으로 이름하는 게 마땅하네요.

 

목민심도(牧民心道)

좌에서 우로 빙돌아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6키로를 3시간만에 도착.많이 늦은 속도네요. 



토요 휴일이라 정상 데크는 비박객들이 선점.

이유는 아래 풍광을 보면 이해가 와요.



정상에서 두물머리,아니 세물머리!

앞쪽이 북한강 물줄기,건너가 남한강,우측 수직으로 용인서 발원한 광주시 경안천이 들어오고.

가운데 족자섬도 보이네요.다산은 족자섬을  이르러 "나의 섬이다"며 말 등기까지 했다는.





세벽 5시 부터 소낙비 예고가 있는데...







북한강 물줄기.

마을 뒷산이 증미산.증미산 뒤로 용문산.

길 따라 들어가 보면 마을들이 연이여 깊게 나타납니다.

보름달이 용문산 정상에서 떠올라 두물머리 상공에 이르면 달은 둘.하늘에 하나 물 위에 하나.북한강에선 은빛 찬가가 울려퍼지고.



상심낙사(賞心樂事)

'마음으로 감상하는 즐거운 일'이라는 뜻.

雲吉山 정상에서 두물머리(兩水里)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풍경들.


육지  속 다도해.

우측 길게 뻗어나온 곳이 다산이 태어나고 묻힌 마재( 조선시대엔 광주목 초부면 마현리,지금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일대는 대한민국 천주교의 탯줄이요,조선백자의 본거지이기도.강 건너가 광주시 남종면,퇴촌면으로 왕실 그릇 담당 사옹원의 분원(分院)이 있던 곳(분원리 유래).국보 달항아리 백자 대부분은 분원리 바로 옆 금사리 산이네요.

이는 이천~여주까지 이어지고.

뒤쪽 멀리 두 완만한 능선 중 좌측이 양자산,우측이 천진암의 앵자봉.천진암은 퇴촌 사거리서 남으로 9키로 지점.바로 앵자봉 아래 이 땅 천주교의 시발점 천진암이 있고.약종,약전,약용 형제는 마재에서 열수(한강)를 배를 타고 건넜고 천진암 강학회 귀동냥으로 서학,서교에 대한 눈을 뜨게 됩니다.10년 후 혼인으로 맺여진 친인척들의 면면을 보면 다산 집안이야말로 한국 천주교의 대종가!

 

이승훈,이벽,황사영,윤지충,홍낙민.......이들은 태동기 한국 천주교의 상징 인물들.이벽 누이는 큰 형인 약현에 시집을 가니 다산엔 사돈.황사영은 약현의 사위.이승훈은 다산의 누이와 혼인하니 둘은 처남 매부 사이.

최초의 천주교 탄압으로 기록된 진산사건 때 처형된 윤지충은 다산의 외종사촌.정약종과 함께 처형된 홍낙민의 아들 홍재영은 약현의 셋째 사위로 황사영과는 동서지간.

1791년 전라도 진산에서 제사 거부로 천주교 관련 첫 처형자 윤지충(황사영 처럼 그도 다산 형제들로 부터 처음 천주교 접함),한국 천주교 성조(聖祖) 이벽,최초의 영세자 이승훈, 황사영 백서의 황사영까지 혼인으로 엮여있다는.이렇게 초기 천주교의 핵심 인물들은 다산에 와닿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기에 약종,그리고1839년 순교한 약종의 아들 정철상,정하상,딸 정정혜.

마재는 이렇게 천주교 성지가 되었습니다.

다산 4형제 중 이복형인 악현만 제외하고 셋은 천주교 핵심 그룹.약종은 신앙을 지키며 순교하지만 약전과 약용은 배교 후 진보(?) 유학자로 원점 회귀했고.

 

남인의 정치적 후원자 정조가 1800년 붕어합니다.이때 약용은 사교 주동자라며 꼬리를 무는 탄핵에 마재서 은거 중이였고.그래서 살 방도를 찾아 '스스로 삼간다'는 '어유당'이라는 당호를 걸었네요.어유당 당호엔 그런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다리가 몇개?

좌부터 중앙선 철교,바로 붙어 구철교,양수대교,신양수대교  이리 4개.구철교는 자전거도로가 되었고.팔당역~능내역(다산 생가 마재)~운길산역~구철교~양수역에 이르는 12키로는 남녀노소 평지 트래킹으로 강추!



10배줌 두물머리.

이 쪽은 북한강,저 쪽은 남한강.

중앙 남한강 변 당산나무 보이시죠?

 


남한강과 북한강의 확연한 차이(자료 사진)

유역이 크게 다르기에 한여름에 가끔 나타는 현상.뒤쪽은 용문산 능선들.



왼쪽 멀리 용문산


우측 봉우리로 기상레이더가 보이니 예봉산이겠죠.바로 옆이 율리봉,중앙이 예빈산,예빈산과 중첩되어 검검단도 보이네요.검단산 아랫동네가 배알미동.

 

예봉산-예빈산-배알미동.

어떤 공통점이 보이나요? 예(禮)와 배알(拜謁).

영월,단양,제천,충주,원주,여주에서 남한강 타고 내려오고,춘천서 북한강 타고 내려오다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팔당에 이르면 멀리 임금이 있는 북한산이 보이기에 예를 취한다 해서 생긴 이름.




수종사로 하산합니다


해탈문이 보이고





산사에도 불은 켜지고

 




10 여년만에 온 수종사.

많이 놀랬어요.명불허전.참 잘가꿨구나!

예전 수종사는 부지의 협소로 어딘지 궁기가 흘렀는데 비탈길을 참 멋지게 경영,작품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역시나 집은 사는 사람 나름이여요.전등사,미황사 같은 데선 산사 경영의 미학같은 걸 느끼게 됩니다.


아빠는 애 안고,엄마는 핸펀하고~~

건물 측면에도 툇마루를 낸 이 친절함.

 


다산 & 수종사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

수종사에서 공부하기도 했는데 14살에 '수종사에서 노닐며'(游水鐘寺) 라는 시를, ‘봄날 수종사에 노닐며'(春日游水鐘寺),'수종사에서 잠을 자며'(宿水鐘寺),또 언젠가는 동네 아이들과 운길산 정상을 오르고는 ‘운길산에 올라'(上雲吉山)’라는 시를 썼네요.

 

운길산의 수종사 옛날엔 우리 집 정원 /

마음만 내키면 훌쩍 가서 절문에 이르렀네 / 이제보니 갑자기 높아 주군처럼 뾰족하니 /

하늘 높이 치솟아 묘연하여 붙들기 어렵네 /

-말년에 지은 시-

 

다산이 족자섬을 '나의 산'이다 했듯,수종사를 '나의 정원'이라 했네요.

22살 진사시 합격 후(형 약전도 동시에)에는 학문 도반들과 한양서 마재까지 배타고 귀향합니다.행열 앞엔 북,장구,저,피리,깡깡이를 불었으니 금의환향한 것.그리고 3일 후 동네 사람도 함께 수종사에서 합격잔치를 열죠.


강진 유배 18년 후 고향 땅에서 18년을 더 살았습니다.해배 후에도 수종사에 들러 차를 마시곤.사실 다산은 유배기를 제외하고는 늘 수종사와 함께했네요.초의선사는 해남 대흥사에서  스승인 다산,그리고 40년 동년배 지기 추사 김정희를 보기 위해 한양을 오곤했는데 이때 수종사를 숙소로 삼았다는.

1830년에는 초의,다산의 두 아들인 학연,학유 그리고 홍현주(정조 사위),추사,김의경(추사 동생) 자하 신위(추사 제자)등이 수종사에 모여 다회를 열였습니다.이런 연유로 현재 수종사 삼정헌 찻집이 유명.

 

이 모임이 참으로 역사적인게,

이들로 부터 다산의 방대한 저작물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는 것. 다산의 저술은 추사 김정희,홍현주,자하 신위 등등 식자층에 알려지고 드디여 1883년 고종은 다산의 글을 필사해 오라고 명하죠.어람용(御覽用) '어유당 전서(與猶堂全書)'가 이렇게 탄생합니다.어람용이니 당연 정치적으로 미묘한 자찬묘지명 등은 빠졌죠.그가 쓴 천주교 순교자인 이가환,권철신을 추모한 묘지명도.

최초의 활자본은 1934년 '여유당 전서(與猶堂全書)'로 신조선사(新朝鮮社)에서 발행.편자는 외현손 김성진, 교열은 정인보와 안재홍.

이게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여유당전서'의 시초가 됩니다.




다산 시대엔 '학문 교유의 장'이었던 수종사. 200년이 흘러 지금은 힐링 명소가 됐고.


'절문은 강을 향해 활짝 열렸고(寺門對江闢)'

-다산의 '운길산에 올라' 중-

딱  그러하네요.

 

수종사는 운길산 7부 능선의 자리매김이 환상.

보름달이 용문산 정상으로 떠올라 두물머리 상공에 이르면 강 위에선 은빛 찬가가 울려퍼집니다.그래서 조선 초 문장가 서거정은 수종사를 동방의 최고 사찰이라 했겠죠.



고즈넉한 산사.

몇번을 왔다 갔다 합니다.

 

우측 멀리 하늘 향해 밝게 빛나는 거 보이시죠? 우는 성남시 분당,좌측은 광주시의 조명 때문.



수종사 명물 5백살 은행나무

 


은행나무와 범종각


水鐘寺

1458년 세조는 금강산을 떠납니다. 동해안 따라 내려와 양양 낙산사를 거쳐 대관령을 넘은 후 평창 오대산 상원사엘 들릅니다.다시 오대산을 떠난 세조 대가(大駕)는 양수리 일대에서 1박하는 데 어디선가 종소리가 잠결에 들렸답니다.

다음날 세조 명에 따라 찾아 보니 운길산 암굴 속에 18 나한상이 모셔져 있었다나.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석간수가 종소리처럼 울렸고.세조는 중창을 명하니 현재의 수종사가.

 

다산(1762~1836)은 이리 얘기하네요.

 /수종사(水鐘寺)는 신라 때 지은 고사(古寺)인데 절에는 샘이 있어 돌 틈으로 흘러나와 땅에 떨어질 때 종소리를 냄으로 수종사라 한다고 전한다/

 

 

 

그럼 진경산수의 겸재 정선의 눈에는 마재,예봉산,운길산은 어떻게 보였을까?

겸재 이젤은 두물머리 즈음에 세워져 있고.

겸재(謙齋) 정선,독백탄(獨栢灘)

 

바로 앞 중앙이 족자섬...뒤쪽 길게 나온 산록 위 마을이 다산의 고향 마재.마을 뒤쪽 좌는 예봉산,우는 운길산..운길산 중턱에 검은 숲이 수종사.족자섬 앞은 물살이 거세여서 독백탄(獨栢灘)이라 불불고.직역하면 홀로 측백나무가 서 있는 여울.탄(灘)은 여울이라는 뜻으로,여울이란 강 하상이 좁고 높아지면서 물살이 드센 곳.

그림에서 나룻배 주변을 보실레요? 물살이 표현되어 있고 바위 위로는 사공들이 올라가 있고.둘은 배에 밧줄을 매달고 배를 뭍에서 끌어 이동시키는 장면입니다.

 


1시간 놀다 자동차길 따라 운길산역으로 하산.댕~댕~~

들려오는 범종 소리에 아련하고.

예전엔 도로가 협소해 초보에겐 언감생심.

지금은 널널합니다.


운길산역 

 

오성과 한음.

그 한음 이덕형(1561-1613)이 말년에 낙향해 죽을 때까지 살았던 별서(別墅)터는 시간상 지나치고. 7시 30분 운길산역에 도착.신생 목민심도(牧民心道) 루트도 별서 터 거쳐 이곳 운길산역에서 끝나고.

팔당역을 출발해 운길산역까지 총 13키로.

32000보 걸었네요.

 

 

 

&&&....다산의 죽음

유배 18년 vs 해배 후 18년.

결혼 60주년 회혼식(回婚式) 아침

하객이 졸지에 조문객으로

 

58세 고향에 돌아온 다산은 회갑을 맞아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자찬 묘지명(自撰 墓誌銘)을 씁니다.18년 전 죽어간 권철신,이가환,이기양,오석충의 묘지명도.권력의 국청 기록이 아닌,자신의 기록으로 먼 훗날 재평가에 보탬을 삼으려는 것.그리고 숙부,약현,약전,약전의 아들 학초,다산의 막내 농아,길러준 서모 김씨,학연의 부인까지.이렇게 큰형수에 며느리 묘지명도...총 32개.그러나 문제의 약종,처남 이승훈 묘지명은 쓰지 않았네요.

 

묘지명(墓誌銘)이란 誌의 산문과 銘의 운문으로 구성.자신의 삶을 편년으로 정리하고는 말미에는 시(詩) 한 수로 뜬구름 같은 인생을 축약하죠.그런데 다산은 묘지명을 둘을 써요.집중본(集中本)과 광중본(壙中本).집중본은 자신의 문집(文集)에 실리고,광중본은 말 그대로 무덤 속에 넣는 거라 축약본.다산은 12년의 공직 생활 중 무려 6번의 유배를 갔네요.해배 후에도 여전히 노론벽파의 칼날이 겨누어져 있었고.다시 단죄를 요구하는 상소가 틈틈히 올라오고 있었으니.그 상황서 다산은 묘지명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변론하고 방어하는 자서전을 써야했던 것.

 

이제 죽음이 가까웠으니 유명첩(幽冥帖)도 써야겠죠.유명첩은 자신의 장례 관련 유언장.그는 강진 유배 첫해 가장 먼저 집필한 게 상례(喪禮)에 대한 정리였듯 끝을 생각하는 완벽주의자."죽으면 지관을 부르지 말고 뒷동산에 자좌(子坐)하라" 어유당 뒷산에 정북 쪽을 등지고 정남향으로 눕게 하라는 얘기. "말라 비틀어진 무덤 속의 뼈가 아무리 산하의 좋은 형세를 차지한들 어떻게 후손을 잘되게 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결혼 60주년 회혼식(回婚式)!

며칠 전부터 족친들이 회혼을 기념하기 위해 마재로 모여 들었어요.그러나 회혼일 아침 7시 눈을 감았다는.이렇게 하객들은 졸지에 조문객이 되었습니다.그리고 뒷산에 묻혔죠(가까이엔 맏형 약현이).흑산도에서 객사한 둘째 형 약전은 충주 선산,셋째 형 약종은 맞은편 천진암에.

지금 마재 그의 묘택 앞에 서면,

뒤로는 어려서 놀던 예빈산,예봉산,운길산이 베이스 되어주고, 앞으로는 그가 사랑했던 열수(한강)가 팔당댐으로 더욱 드넓습니다.그리고 물 너머로 분원리, 멀리는 어려서 선진 사상을 접했던 천진암의 앵자봉이 들어오죠.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쁜솔
    '23.11.7 12:08 PM

    어제...강풍 폭우 햇빛 다시 거센 비바람을 종일 반복하는 어마어마한 날씨 속에 남양주시 한강공원 근처 음식점을 찾았어요.
    한강에서 태풍 후 성난 파도같은 물결을 보았네요.
    통창 너머 보이는 아파트를 보고 친구가 저긴 어디야 물었는데...
    저긴 미사리야 조금 더가면 하남시청이고 저 산이 검단산이지.
    우리가 있는 곳에서 저쪽으로 올라가면 덕소가 나오고 더 가면 팔당 좀 더 가면 양평 두물머리가 나와...라고 wrtour님을 흉내내고 있는 저를 발견했다는요...ㅎㅎ
    수종사는 오래 전에 제 형편없는 운전솜씨로 식겁하며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 절입니다.
    천상의 풍경이 펼쳐지더군요.
    wrtour님 같이 지리와 역사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wrtour
    '23.11.8 3:20 PM - 삭제된댓글

    ㅋㅋ한참을 웃었어요.
    자신을 발견하니 좋으셨나요?

    친구분한테 설명하신 곳들을 종합해보니 계셨던 좌표가 그냥 나오네요.
    토평 수석동 한강공원이신데 물결이 파도같았다는 말씀이 이해가 갔어요.왜냐하면 앞 강이 예전엔 미호(渼湖)라 했거든요.유역이 넓어 강같은 호수,호수 같은 강.왕숙천이 만나면서 유역이 커진 것.
    한강엔 그런 호수가 4곳 있어요.앞구정 앞 동호,난지도 인근 서호,행주산성 앞 행호 이렇게요.
    그런데 미호는 풍경이 좋아 많은 이들ㅇ찾았어요.옆 석실서원(한양 인근 노론들의 아지트)도 그래서 들어섰고.겸재 정선은 한강 인근 명승지를 찾아 그린 경교명승첩의 30여점 중 두점이나 그렸어요.강건너 명일동서 이곳 수석동 석실서원을 바라

  • wrtour
    '23.11.8 3:50 PM

    한참을 웃었어요 ㅋㅋㅋ ㅋㅋ
    솔님,자신을 발견하니 좋으셨나요?
    친구분께 주변 일대를 설명하신 거를 종합해보니 계시는 좌표가 나오네요.토평 수석동 카페거리.
    통유리 앞으로 일렁이는 성난 파도 체험도 이해가 가요.왜냐면 일대가 예전엔 미호(渼湖)라 했거든요.호수같은 강,강같은 호수.왕숙천이 만나면서 유역이 넓어진 거죠.한강엔 호수가 넷.중량천이 만나는 압구정 앞은 동호,안양천과 서강이 만나는 난지도 인근은 서호,그리고 행주 산성 앞 행호 이리요.
    그런데 한강 상류 미호는 일대가 아름다워 옛사람들이 자주 찾았어요.석실서원이 그곳에 있었기에 유림들이 특히.석실서원(노론 아지트)은 도봉산 도봉서원(남인 아지트)과 더불어 한양 인근 최대 서원.노론의 후원을 받고 있던 겸재 정선도 자주 왔는데 특히 한강변 명승지를 그린 경교명습첩에 실린 33점 중 두점을 이곳 석실서원을 포커스 한 미호를 그렸어요.미호1,2.그런데 그 그림이 참으로 멋져요.미호에서 고기잡는 고깃배,바람을 맞으며 두물머리 쪽으로 이동하는 돗단배 등등 고즈넉한 분위기가 압권.
    단원의 이젤이 놓인 곳은 맞은편 강일동이구요.
    그리고 이곳이 수석동이 된 것도 수석토성이 있어서.맞은 편이 한성 백제 수도였기에 강너머 외성으로 토성을 쌓은 거죠.
    그리고 수종사 오르는 도로는 확장해서 쉽게 오를수 있답니다.이날 보니 해질녁 올라와 야경 보고 가시는 분들이 꽤 되시더군요.

  • 예쁜솔
    '23.11.8 11:45 PM

    네...그럼요.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ㅎㅎ
    수석동 맞아요.
    성난 파도 한마디에 그 유역 일대의 역사를 배우다니 이 또한 엄청난 즐거움이네요.
    구리 왕숙천은 어릴때 겨울마다 스케이트 타러 다니던 곳이죠.
    수종사 도로 확장 소식도 감사합니다.
    범종 소리 들으며 저녁노을 보러 가야겠습니다.

  • 2. 지음
    '23.12.11 10:09 AM

    어찌나 반가운지요!! ㅎㅎ
    두물머리 사진은 오래전에 올리셨던 기억이 나는데 수종사는 처음보네요.
    기약도 없지만 그래도 이름을 기억해 놓았다가 혹 기회가 된다면.....

  • wrtour
    '23.12.20 2:03 AM

    헐~~~얼마만인가요 ㅎㅎ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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