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끝에 살포시 내려앉은
박주가리 씨앗이
자리를 잘못 잡았습니다.
밤새 이슬에 몸까지 젖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뜨면 이슬이 마르고
가벼운 몸이 되면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여행하다가
적당한 자리에 도착하면
새 생명의 향연이 펼쳐질 겁니다.
그런 봄날이 우리 곁에서 시작됩니다.
아직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가 있을지라도
어찌 봄의 기운을 이기겠나요?
이슬에 젖은 박주가리가
비상하기를 응원하며
환하게 열릴 봄을 기대합니다.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