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잠긴 문은 밖에서 열 수 있지만
안에서 잠긴 문은 열 수 없다.
그냥 수저로 꽂아 놓은 손잡이는
바람에 문이 열리지 말라는 것과
주인이 잠시 외출한 것 같다.
숨겨놓은 것도 없고
들여다봐도 부끄러울 것 없고
열어도 훔쳐 가지 않고
잃어버릴 것이 없었던
우리의 옛 모습이다.
열 수 있고 들어갈 수 있는
문 앞에 서서
들여다보고 싶은 유혹에
잠시 또 생각에 잠긴다.
정주석에 걸린 정주목으로
쥔장의 출타를 알렸던 것처럼
비밀번호와 잠금장치로
접근을 막아 보호하지 않아도
도덕적 범주를 넘지 않는 세상이
그리워진다.
열려 있지 않고
숟가락으로 잠금을 해놓았기에
주인을 기다리며
보고 싶은 마음을 다스린다.
128 년 된 예배당이 옛 모습 그대로
내가 오기를 기다려 준 것이 고마워
문 앞에서 기다리는
잠시의 시간은 즐겁다.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