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이어지지만
빗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다 .
창을 타고 내리는 작은 물길이 비가 오고 있음을 알린다 .
불그스레 밝아오던 여명의 부드러운 색이 없는 것을 보니
분명 비가 오고 있으리라 .
안개 자욱한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나뭇잎마저
꿈을 꾸고 있는 듯
마치 세상이 몽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
그 몽롱함에 취해 그냥 누어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
뭉그적거리던 잠깐의 생각은 사라지고
비에 젖은 나뭇잎을 밟고 싶어진다 .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빗속도 걷고 싶어 자리를 박찬다 .
맑던 , 흐리던 아침 시간은 언제나 싱그럽기에
그 시간과 분위기를 즐김에는 짧은 시간도 넉넉하기만 하다 .
오늘은 그렇게 아침을 열고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것 같다 .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저녁도 편안하게 다가올 것을 기대할 때
변함이 없을 것 같은 세상에도 기적이 있고 빛이 없는 것 같아도 분명 밝은 날이 있기에
오늘의 시종에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구한다 .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