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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가을이

| 조회수 : 1,409 | 추천수 : 2
작성일 : 2018-09-17 09:03:51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있는 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문학과 지성사, '이 時代의 사랑' 





개 같은..이라는 말은
어디에다 붙여도 좋아
리얼 혀


맞어
세월 가니 
모든 길들의 경계도 같이 가버려 


그래도,
세월 가니
한번 떠난 애인들이 다시 오지 않아 고맙고


또, 세월 가니
원체 먼 길
바다따윈 안물안궁
그냥 흘러 흘러  좋아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테디베어
    '18.9.17 11:43 AM

    오메~ 너무 멋진 시입니다.
    요즘 쑥과마눌님 덕에 시를 많이 읽어서
    ㅋㅋ 제가 꿈에서 시를 막 쓰더라구요~
    마편에게 보내는 시 ㅎㅎㅎ
    당신은 산이야~ 하면서
    꿈인데 현실같은 가을이여~

  • 쑥과마눌
    '18.9.18 12:00 AM

    저도 여기에 시를 올리다 보니, 더 많이 읽게 되네요
    크~으~

  • 2. 고고
    '18.9.18 7:04 PM

    아, 최승자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고맙습니다.

  • 쑥과마눌
    '18.9.19 5:41 AM

    네 최승자시인의 시를 당분간은 씨리즈로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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