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주세요>
老시인이 전시장에 들렀다가 한 지점에서 무릎이 풀린 것처럼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만지고 싶어 죽겠어'란 벽 아랫쪽 문장에 시선이 고정돼 있었습니다. '서른 여덟 장가 간 아들도 아내나 며느리가 없다면 꼭 안아보고 싶은 것이 늙은 애비 마음인데...' 말은 거기에서 끊겼습니다. 시인은 그후에도 오랫동안 혼자 속울음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보며 흘깃흘깃 울음을 보탰습니다.
어제 '엄마와의 대화' 마무리 인사말에서 '치유공간 이웃' 이영하 대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전 작년까지 대표였고 올해부턴 대표를 보좌하는 이웃의 운영위원장입니다.^^ 어쨌거나) '전시장을 둘러 보면서 전시 작품들을 많이 만지세요. 만지지 마세요,가 아닙니다. 뜨개질 한 엄마들의 마음을 많이 만지고 느껴보세요. 그것이 관람의 규칙입니다'
'그리움을 만지다'는 그런 전시입니다. 한 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소박한 규모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시간들이 담겨 있는지 제대로 느끼시려면 만져봐야 합니다. 촉수엄금 그런 건 다 누구에게 줘 버리고 꼭 만져 보세요. 안내를 담당한 일부 다정한 이웃치유자들은 손을 꼭 잡고 인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손을 잡고 속울음을 만지고 공감하며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결국엔 활짝 웃음으로 연대하는 전시입니다. 전시장에서 그리움을, 공감을 만져보는 신세계를 경험하시길요. '기도하는 마루(만다라 러그)'에 앉아 뜨개질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도 세월호 엄마들의 상처에 눈 맞추는 이웃치유자입니다. 전시는 다음주 일요일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