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 다윤엄마가 대구에 봉사활동하러 오고싶다고 했어요. 두 분다 건강이 안좋고 지금 대구에 오실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제가 말렸습니다. 대신 두군데 병원에 핸드크림을 조금씩 보냈지요.
의료진들께 큰 위로를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안산에서 보내 온 핸드크림
보낸 사람이 경기도 안산 은화, 다윤 엄마라고 적힌 소포가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기도 전에 코끝이 찡해졌다. 은화와 다윤이는 수학여행을 떠난 지 1123일,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오고 25일이 지나서야 누구보다도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엄마 곁으로 돌아온 너무 나 소중한 딸이었다.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신이 올라오면 서로 자기 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5일이 지나자 얼굴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10일이 지나자 시신을 찾은 부모에게 축하한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시신을 찾은 부모들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
작별 인사도 없이 먼 길을 떠난 피붙이를 찾겠다며 풍찬노숙으로 3년 5개월을 보냈던 두 어머님이 ‘코로나 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핸드크림을 한 박스 가득 보내오셨다.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듯 지금도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으니 힘내라’고 쓰인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별진료소 의사로 일하느라 집에 가서도 딸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힘들다고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은화, 다윤이 어머니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한결같은 소원이 바로 내 자식 단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선별진료소 진료를 마치며 두 어머님이 보내신 편지를 함께 읽었다. 내가 읽기 시작했지만, 목이 메 다른 분이 끝까지 낭독해 주셨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몇몇 간호사의 눈은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소중한 선물을 하나씩 받아 품에 꼭 안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독한 소독제로 손을 닦아 거칠어진 손에 ‘핸드크림’을 발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따듯한 온기가 두 손에 가득했다.
<은화,다윤 엄마의 편지>
저희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은화, 다윤 엄마입니다.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어려움 속에서
사람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며 견디시는 모습이 안타깝고 감사합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다 보면
사랑하는 가족과 한 상에서 둘러앉아서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곧 올 겁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 덕분에
저희도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그 헌신! 그 마음, 그 손길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아니까 더 힘내시라는 말을 하기 조심스럽지만 선생님들 힘내세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2020.3.12.
안산에서 은화, 다윤 엄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