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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
살다보면 뼛속까지 고마워서 잊지 못할 사람이 있습니다. 세월호 엄마들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상 같은 고통과 그리움에 내 한 몸 추스르기도 버거웠지만 그래서 더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네요. 너무 많아서 손으로 꼽기도 어렵지만, 생각나는 몇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뜨개질로 풀었다고 했습니다. 전시장 한 켠을 차지할 ‘그 사람에게’는 그런 엄마들의 육성입니다.
어떤 엄마는, 아이의 삶을 압축적으로 들려준 약전 작가를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전사처럼 함께 기도해준 수녀님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물속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잠수사와 부인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함께 투쟁하는 동지이자 아이 아빠인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끝까지 무릎 꿇지 말자는 다짐을 전하고 싶어서 조끼를 뜬 엄마도 있습니다. 아이의 생일시를 써준 시인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거 같다고 한 엄마도 있습니다. 초지일관 세월 호 진상규명을 위해 산맥처럼 공정보도를 해준 언론인 손석희에게 줄 목도리를 뜬 엄마도 있습니다. 참사 이후 천주교에 귀의했는데 대모가 되어준 또 다른 세월호 엄마가 자신을 살렸다며 생명의 은인에게 줄 뜨개 지갑을 만든 엄마도 있습니다.
사진이 몇 장 없는 아이의 흔적에 갈급하던 때, 중3 담임 선생님이 엄마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진을 깨알같이 찾아서 보내주었다고 했습니다. 그 선생님에게 줄 무릎 덥개를 뜬 엄마가 인사처럼 덧붙인 마지막 구절을 읽다가 눈물을 쏟았습니다.
“중학교 졸업한지 2년이 지났어도 한결같이 엄마같은 마음으로 안아주고 계셨네요. 선생님 덕분에 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교무실에 계실 때, 무릎이라도 따뜻하게 덮고 앉으세요.“
무릎이라도 따뜻하게 덮으시라네요.
세월호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세월호 엄마들의 인사 같아서 합장하며 대신 받았습니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 모두 그렇게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전시입니다. 아이를 잃은 엄마들이 죽지않고 살아남아 용케 여기까지 왔다는 중간 보고 자리입니다. 엄마가 죽는 순간에야 끝날 고통과 그리움이지만 마음을 포개준 이웃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기억투쟁을 멈추지 말자고, 마디마디 뜨개질을 통해 엄마들이 이웃들에게 말을 건네는 전시입니다. 전시를 돕는 이웃치유자들은 가장 예술적이고 더없이 정서적인 공기를 만들어 그 안에서 세월호 엄마들의 얘기를 전하고 싶다 했습니다. 그들의 목표 달성이 눈 앞에 있다고 느낍니다. 엄마들이 만든 대형 러그를 방석 삼아 바닥에 앉아 아득한 그리움을 도란도란 나누는 자리도 마련돼 있습니다.
신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은, 나를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목격하게 하는 것이라지요. 이번 전시가 그런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 그 누군가에겐 얼마나 태산 같은 위로가 되고 얼마나 가열찬 투쟁의 동력이 되는지를 서로가 실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폭포수처럼 전시장을 찾는 것으로. 예술적 관점에서도 그만한 충만감을 주는 전시회입니다. 메이킹필름처럼 전시회 뒷얘기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사람과 들려주고 싶은 사연과 눈물이 한 보따리입니다. 이웃치유자 통신원으로 수시로 전하겠습니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일시 : 2017. 2.11(토)~2.19(일), 9일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장소 : 시민청 갤러리 (서울시청 지하 1층)
전시기간 중 엄마들과의 이야기 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2.11(토) 2.12(일) 2.18(토) 2.19(일) 오후 3시
문의 : 치유공간 이웃 (031-40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