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는 이번 겨울,
고등학교 가사 시간 이후론 해 본 적이 없는 뜨개질을
심심풀이 삼아 시작해 보았어요.
딸아이 생일 선물로 쿠션이나 하나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뜨개질인데
쿠션을 네 개나 만들고도 실이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진작에 초대받아 놓은 3월 말의 어느 돌잔치에 선물로 가져가려고
아기 담요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실제 담요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초보자에겐 조금 벅찬 대작이더군요. ㅎㅎㅎ
중간에 포기할 뻔 했던 순간이 많았는데
우리집 검은 고양이 나폴레옹 군 덕분에 나름 즐겁게 대작을
기어이 완성했네요.
고양이들이 실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나 열광한다는 것까진 모르고 있었어요.
사람에게 안기는 걸 좋아하지 않고
언제나 1미터 거리를 두고 도도하게 떨어져 앉아 있는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내 옆에 자발적으로 착착 감기듯 다가오더라구요.
이유는 단 하나....
내 손놀림에 따라 흔들리는 실을 더 자세히 더 가까이서
지켜보다가 왈칵 달려들기 위해서죠. ^^
곧추 세운 발톱에 내 다리가 긁히기도 하고
뜨개질 담요의 올이 걸려 삐죽 빠져나오기도 여러 차례...
그때마다 이마에 땅콩을 맞고 도망갔다가도
어느새 슬그머니 돌아와 뜨고 있는 담요 곁에 척 붙어 앉고 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재밌고 즐거워서, 언제 끝나나 지겨워하면서도 한 올 한 올 뜨다보니
생애 첫 대작(?)을 무사히 마쳤네요.
감추고 넘어갈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