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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초보의 뜨개질과 검은 고양이 나폴레옹

| 조회수 : 3,594 | 추천수 : 1
작성일 : 2014-03-28 08:50:16

춥고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는 이번 겨울,

고등학교 가사 시간 이후론 해 본 적이 없는 뜨개질을

심심풀이 삼아 시작해 보았어요.

 

딸아이  생일 선물로 쿠션이나  하나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뜨개질인데

쿠션을 네 개나 만들고도 실이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진작에 초대받아 놓은 3월 말의 어느 돌잔치에 선물로 가져가려고

아기 담요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실제 담요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초보자에겐 조금  벅찬  대작이더군요. ㅎㅎㅎ

 

중간에 포기할 뻔 했던 순간이 많았는데

우리집 검은 고양이 나폴레옹 군 덕분에 나름 즐겁게 대작을

기어이 완성했네요.

 

고양이들이 실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나 열광한다는 것까진 모르고 있었어요.

사람에게 안기는 걸 좋아하지 않고

언제나 1미터 거리를 두고 도도하게 떨어져 앉아 있는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내 옆에 자발적으로 착착 감기듯 다가오더라구요.

 

이유는 단 하나....

내 손놀림에 따라 흔들리는 실을 더 자세히 더 가까이서

지켜보다가 왈칵 달려들기 위해서죠. ^^

곧추 세운 발톱에 내 다리가 긁히기도 하고

뜨개질 담요의 올이 걸려 삐죽 빠져나오기도 여러 차례...

그때마다 이마에 땅콩을 맞고 도망갔다가도

어느새 슬그머니 돌아와 뜨고 있는 담요 곁에 척 붙어 앉고 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재밌고 즐거워서, 언제 끝나나 지겨워하면서도 한 올 한 올 뜨다보니

생애 첫 대작(?)을 무사히 마쳤네요.

 


 

나폴레옹군은 얌전히 앉아 내가 뜨개질하는 걸 관찰하다가...
 
 
 
 
발톱이랑 이빨 드러내고 실을 향해 달려들기도 하고....
 
  
담요 위에서 kneading도 하고요...
 

가끔은 이렇게 뜨개질하고 있는 담요 위에서 잠도 자고....


나폴레옹이 있어 더욱 행복한 뜨개질 시간이었어요.
 


 
저녁먹고 치우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저렇게 고양이랑 붙어 앉아
자러갈 때까지 열심히 뜨개질을 했네요.
ㅁ 


평소에는 까칠한 나폴레옹군이 저렇게 곁에 착  붙어 누워서
내 손길을 바라봐주는데....
어떻게 힘이 나지 않을 수 있나요?

어느 세월에 마치나... 했지만 고양이랑 놀다보니
담요의 형태도 점점 나오고
어느덧 실뭉치도 끝이 보이려고 하네요.
한면이 약간 더 긴 직사각형인데 바닥에 펼쳐보면 네모 반듯하지 않고
조금 삐뚤해요. 뜨개질할 때 실의 텐션을 일정하게 잡아주지 못해서
한쪽 귀퉁이가 좀 늘어났거든요. ^^
풀어서 다시 만들 자신은 없고 그냥 화려한 색감으로
감추고  넘어갈려고요.
담요의 뒷면은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주기 위해 원단 가게에서 천을 사다
덧붙이기도 했어요.

나폴레옹군 덕분에 아기 담요 프로젝트는 무사히 잘 끝마쳐서
이번 주말 새주인을 만나러 갈 예정입니다.
 
 
 
 
2014.03.2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주콩콩
    '14.3.28 8:57 AM

    와..정말 예쁜데요..^^
    저도 수요일부터 코바늘뜨기 배우고 있는데..
    음...한번씩 선생님한테 너무 부끄러워요..
    정말 어렵더라구요...

    너무 어려워서 정말...
    왜 이게 간단하고 하신거지..
    독학도 가능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지..하고 의아 했습니다..
    처음 코 바늘 잡고 해보니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끙끙 거리니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코바늘 뜨기가 처음 배울땐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배우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만 듣고..
    그래도 해보자 하고 있는데 으..너무 어려워요..^^

  • 나뽈
    '14.3.28 9:03 AM

    내가 지금 독학으로 배우고 있어요.
    여긴 외국인데가 더우기 시골이어서 선생님 있는
    뜨개질샵까진 아마 한 시간쯤 운전해서 나가야 할거에요.
    그래서 그냥 유튜브에서 적당한 것 골라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있으시다니
    정말 부러워요. ^^

  • 2. 포도
    '14.3.28 12:59 PM

    참 포근해 보이는 풍경이예요.... ^ ^

  • 나뽈
    '14.3.29 5:39 AM

    저거 뜰 때는 한참 추워서
    요긴하게 쓰겠다 싶었는데
    봄이 무척 늦게 오는 이곳에도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네요.
    뒷면에 덧댄 따뜻한 천 덕분에
    담요는 진짜 포근해요.
    ^^

  • 3. emile
    '14.3.28 3:36 PM

    나폴레옹군과 담요 색상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 나뽈
    '14.3.29 5:42 AM

    우리집 고양이가 머스마답지않게
    핑크색을 좋아하는데
    저 담요도 무척 마음에 들어하네요.
    고양이가 너무 좋아하니
    고양이에게 선물하라는 압력도
    잠시 있었지요. ^^
    어째든 담요는
    내일 주인찾아갑니다.

  • 4. 열무김치
    '14.3.29 7:54 AM

    고냥이가 실에 열광하는 모습 묘사하신 것에 슬며시 미소가 나네요...
    저도 유튜브 크로쉐 제자 입니다 ^^ 반갑습니다 ~~~

  • 나뽈
    '14.3.30 10:57 AM

    어머 열무김치님!
    반가워요!
    제가 열무김치님의 팬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일년 전에
    열무김치님의 아미네코 뜨개질에
    찌리릭 삘이 와서 난데없이 실과 바늘을 사서 나폴레옹 동생을 만든 적이
    있네요. 아미네코 나폴레옹을 두 마리 만들어 집을 떠나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마리씩 보내주었죠.
    그후로 남은 실과 바늘이 든 가방이 실종되었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이번에 또 새로 실과 바늘을 사느라
    아미네코 나폴레옹 만든 건
    기억상실이었네요. ㅎㅎㅎ

    이쁜 따님도 많이 자랐겠어요.
    한동안 살림방엔 들어가보질
    못했어요. ^^

  • 5. 알토란
    '14.3.30 4:03 AM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은 재주꾼들이 많으세요.

  • 나뽈
    '14.3.30 11:00 AM

    저 말입니까?

    하하..
    그렇진 않구요.
    워낙 겨울이 긴 곳이라
    손가락이라도 꼼작거리는 일거리를
    만들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우울증이 올 듯 해서요.

    봄이 오면 뜨개질같은 건 쳐다볼
    시간도 여력도 없답니다. ^^

  • 6. 래디맘
    '14.3.30 8:52 AM

    담요가 정말 예뻐요. 받으시는 분 정말 기쁘실 것 같아요. 그런데 담요 갈 집에 고양이 알러지 있는 사람 있는지는 물어 보셨나요? 제가 없던 고양이 알러지가 근래 생겨서 너무 고생을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

  • 나뽈
    '14.3.30 11:03 AM

    안그래도 직접 알러지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저 위의 사진들을 카톡으로 보냈어요. 혹 알러지가 있다면 고양이가 담요 위에 떡하니 앉아 있는 사진을 보면 알아서 조심하겠지요.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해도 그건 담요의 운명이겠거니.... 해야구요. ^^

  • 7. 가을아
    '14.3.30 10:32 AM

    부러워라~
    학창시절 친구, 엄마가 짜 주신 조끼.스웨터 입고오면 어찌나 부럽던지요.
    검은고양이도 정말 매력적이고요.
    뜨개질과 나폴레옹 한 폭의 수채화네요^^

  • 나뽈
    '14.3.30 11:07 AM

    우리집은 친정어머니대신 고모가
    솜씨좋은 니터였어요.
    대학때 고모가 떠 준 가디건이
    아직도 옷장 속에 고이 모셔져 있어요.
    지금 제일 후회스러운 게 고모랑 가까이 살던 그 시절에 왜 뜨개질을 안배워두었을까 싶어요.
    지금은 조금 어려운 과제를 해보고 싶어도 직접 일대일 선생님 만나기 어렵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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