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나지를 보고 나서 간 절은 료안지, 산스가레이 정원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곳에 예전에 두 번이나 온 적이 있지만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공간은 여기뿐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매력을
느낀 것은 글씨였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있었으련만 기억에 남아 있지 않더라고요. 무엇이 뜻도 모르는 글씨에
가슴을 울렁이게 한 것일까 묘한 생각에 사로잡혀 한동안 바라보고 다시 가서 바라보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이 곳에서 처음으로 여행경비를 헐어서 책이외의 기념품을 샀습니다 .그것도 그림을 두 점이나
물론 원화는 아니지만 료안지를 담백하게 그린 그림들, 글씨들, 여유가 있다면 몇 점 더 구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많아서 저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집에 들고 와서 한 구석을 치우고 세워 놓으니 들고나면서
'
바라보는 맛이 좋군요. 오래전 실크로드 길에서 그 때는 중국화의 원화가 싼 값으로도 구할 수 있는 때라서
실크로드를 넘는 낙타에 탄 사람을 그린 그림을 구해와서 표구해놓고 자주 바라보는 중인데 그 아래에
료안지의 그림 두 점까지 더해진 공간이 제겐 빛나는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 되고 있는 셈이로군요.
만약 이 곳을 먼저 보았더라면 중국풍의 그림을 오랫동안 감상했으련만 사람의 눈이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요!!
닌나지에서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그림을 여러 점 보고 와서 그런지 보면서도 마음속 흥이 확 일어나지 않는 것을
뮬끄러미 지켜보면서 비교하는 것의 장점, 단점이 느껴지던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