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하루, 야마자키 료칸에 묵으면서 근처의 금각사, 료안지, 텐만구등을 보기로 했지요
가까이에 있는 우지의 뵤도인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모든떡을 다 손에 쥘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기타야마 근처라도 제대로 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일단 료칸을 찾아 갔습니다. 묘하게 그 날은 눈발이 날리고
료칸에 처음 갔을 때 들어간 입구는 어라, 이게 뭐지? 싶은 느낌이었지만 뒤로 다시 돌아가니 정원이 아름다운
곳이더라고요. 짐을 놓고 닌나지를 찾아갔습니다 .닌나지라고? 정보를 전혀 모른채 갔었는데 아니 이게 바로
모르고 간 곳에서 발견한 보물이란 이런 느낌일까 하는 공간이었답니다.
처음 들어간 곳에서부터 그림이 눈길을 끌더니 이곳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한참 정보를 읽다보니
책에서만 보던 우다 천황이 법황이 되어서 기거하던 절이로군요. 아하, 이렇게 오래 된 역사와 만나는 현장,
신덴 즈쿠리라는 건축양식이 잘 보존된 곳이어서 뵤도인에 못 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해갈되는 기분이
들었지요.
방의 구조 특성상 그림을 그릴 공간이 많아서 화가에 대한 수요도 많았겠구나, 고개 끄덕이면서 눈이 호강한
시간이었답니다.
위 공간을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서 찍다보니 아래 그림이 잘려버렸네요.
후지와라 가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등용해서 일을 맡겼지만 결국 그를 지켜주지
못하고 말았던 천황,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다자이후로 좌천되어 그 곳에서 죽었지요. 그 이후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자 원령을 무서워한 사람들이 그를 공부의 신으로 격상시켜서 그를 모시는 텐만구가 일본 수험생들의
시험 기간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빌러 텐만구에 몰려 온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법황이 살았을 공간에서 바라보이는 정원입니다.
사실 이 절 하나를 제대로 보려고 해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듯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 번 고류지, 호류지에서
겪었던 문제가 되풀이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고요, 저기 밖으로 가서 조금 더 올라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안에서만 경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인데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느낌에 사로잡히던 순간이 기억나는군요. 물론
다른 곳에 가면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그 안으로 빠져들지만 여행중에 그런 순간이 주는 충만함을 맛보는 것
그래서 또 가방을 꾸려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넓은 절을 정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끊임없이 수고를 하고 있겠지요?
이 곳을 찾아서 일정에 넣어준 영은씨, 본인은 모르겠지만 제겐 아주 귀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아 이 사람이 우다 천황인가보구나 가까이 가서 찍었습니다.잘해보려고 한 일이 꼬여서 나중에는 울분에 찬
날을 보낸 사람, 정치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 절에서 우연히 만난
우다 법황이 제겐 예사롭지 않은 시간이 된 것이겠지요?
닌나지에서의 시간을 기억하면서 사진을 고르다 보니 한이 없네요.
그래도 그림이 나온 사진은 정리해두어야 가끔 뒤적여 볼 수 있을 것 같아 모으고 있습니다.